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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완화 종료]①`절반의 성공` 거둔 4200兆 실험

이정훈 기자I 2014.10.30 06:54:50

2008년부터 6년간 4조달러 퍼부어..경제-시장 급개선
인플레 회복 미진..자산버블-채권처분 등은 과제로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지난 2008년부터 6년여동안 4조달러(약 4200조원) 정도의 돈을 쏟아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거대한 정책 실험이 절반의 성공을 거둔 채 대단원을 막을 내리게 됐다.

연준은 29일(현지시간)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내놓은 성명서를 통해 예정대로 3차 양적완화(QE) 조치를 이달말에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월별 실업률 추이
◇ 3차례 4조달러 투입..경제-시장 급개선

금융위기라는 엄청난 악재에 대응하기 위해 연준은 지난 2008년 하반기에 1년간 1조7500억달러를 시중에 퍼붓는 1차 양적완화 조치를 첫 도입했고, 2차 조치에서도 6개월간 6000억달러를 투입했다.

그러나 악발이 제대로 먹히지 않자 급기야 2010년 8월에는 3차 양적완화라는 이름으로 매달 850억달러씩을 무기한으로 투입하기에 이르렀다.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세 차례 양적완화 조치는 결국 효과를 발휘했다.

연준의 두 가지 정책목표(멘데이트)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여겨졌던 고용시장 지표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지난 2009년 10월 9.6%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은 지난해 하반기에 7%대 초반까지 내려간 뒤 현재는 5.9%로 뚝 떨어졌다. 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전인 지난 2008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지난 2분기(4~6월)에 전년동기대비 4.6%를 기록해 지난 2011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도 금융 위기가 오기 전 수치에 비해 101%나 뛰어 2000선 재진입을 노리고 있다.

또한 주택시장을 비롯한 각종 경제지표도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한때 15%대를 기록했던 정크본드(투기등급) 부도율은 최근 0~1%대로 떨어져 정상 수준을 보이고 있다. 각종 시중금리의 기준이 되는 10년만기 미 국채 금리도 여전히 3%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월별 인플레이션율 추이
◇ 인플레 회복 미진..자산매각 과제로

그나마 인플레이션 회복은 미진한 편이긴 하지만, 지난해 상승률이 1.7%를 기록하며 연준 정책 목표인 2%에 근접해가고 있다.

미국 최대 디스카운트 증권사인 찰스슈왑의 리즈 앤 손더스 수석 스트래티지스트는 양적완화를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펄프 픽션`(Pulp Fiction)에 비유하면서 “죽을 것처럼 보였던 여주인공이 살아난 것과 같다”면서 “이는 분명히 했어야 했던 옳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아직은 양적완화를 완전한 성공작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무분별하게 불어난 유동성으로 인해 투기등급 회사채나 서브프라임(비우량) 오토론 등 일부 자산에서의 거품(버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시중에 풀린 4조달러가 연준 재무제표상에 보유채권으로 잡혀 있는 만큼 이 엄청난 부채를 어떻게 털어낼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시중금리가 뛸 경우 연준이 보유 채권으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볼 수도 있고, 이 채권들을 내다 팔 때 시장 충격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

이 때문에 연준내 비둘기파로 불리는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까지도 “나중에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연준이 보유한 채권으로 인해 손실을 볼 수 있는 만큼 재무제표를 정상 수준으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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