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슬기로운 투자생활]109살 엑슨모빌 밀어낸 36살 넥스테라에너지

이슬기 기자I 2020.10.09 08:00:00

엑슨모빌 시총 넥스테라 에너지가 제쳐
①신재생에너지 전환 ②바이든 시대 기대감 영향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올해 109살을 맞은 엑슨모빌(ExxonMobil)에게 2020년은 돌아보고 싶지 않은 한 해가 될 겁니다. 1928년부터 몸담던 다우지수로부터 쫓겨난 데 이어, 이젠 고작 36살짜리인 넥스테라에너지(NextEra Energy)한테도 밀려났으니까요. 뒷방 신세가 된 엑슨모빌이 보여주는 건 무엇일까요?

넥스테라에너지는 태양열이나 풍력 등을 이용해 전기를 공급하는 미국 내 최대 신재생에너지 업체로, 1984년 설립됐습니다. 엑슨모빌의 전신인 모빌이 1911년 설립된 걸 감안하면 까마득한 신생이죠. 그런데 이달 들어 넥스테라에너지의 시가총액이 계속 엑손모빌을 제치고 있습니다. 8일 현재 엑슨모빌의 시가총액은 1416억 4600만달러인데, 넥스테라에너지의 시가총액은 1454억 8400만달러를 기록 중이죠. 이로써 넥스테라에너지는 미국에서 가장 큰 에너지 기업이 됐습니다.[

넥스테라의 사례는 화석연료 시대가 끝나고 신재생 에너지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시가총액은 시장이 얼마나 그 종목에 기대를 걸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엑슨모빌의 시가총액이 줄곧 쪼그라들었다는 것은 화석연료 사업을 사람들이 더 이상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며, 반대로 넥스테라에너지의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는 기대를 걸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시가총액이 뒤집혔다는 건 앞으로의 산업 구도 변화를 예고하는 셈입니다.

실제 넥스테라에너지는 올 상반기넥스트에라는 17억달러의 순이익을 냈다고 발표하며 홀세일 고객들이 2년 전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난 14.4기가와트 규모의 재생용량을 계약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넥스테라에너지가 엑슨모빌을 제쳤다는 것이 시사하는 점이 또 한가지 있습니다. 앞으로 바이든 시대가 열릴 것임을 시장이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단 뜻이 되기 때문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후보는 현재 친환경 산업 육성을 위한 대대적 투자를 공약으로 걸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했던 파리기후협정에 재가입을 추진할 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인프라 등의 투자에 1조 3000억 달러를 쏟겠다고 얘기했죠.

그러니 바이든이 당선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라면 넥스테라에너지에 투자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넥스테라에너지의 시가총액이 증가했다는 건, 바이든의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단 얘기도 되겠죠.

4년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석탄 산업을 되살리겠다고 공언했었습니다. 그러나 그 대표격인 엑슨모빌의 위상은 점점 바닥을 향할 뿐이죠. 엑슨모빌의 모습은 어쩌면 에너지 산업 뿐만 아니라 미국 대선 구도를 보여주는 단면이 될 수도 있을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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