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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미래가 없다]한의학은 '미신?'..현대화 문턱서 발목 잡힌 한의학

김기덕 기자I 2015.11.06 07:00:00

양의사 "해부학·생리학 등 배우지 않는 한의학 미신"
의료기기 사용 규제 등 한·양방 협진시스템 ‘無’
“인체 해부학 알아야 침술 효과… 표준 교육과정 필요"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한의학에 작별을 고하다’ 최근 대한의사협회 주도로 중국 장궁야오 중남대 교수가 쓴 저서가 국내에 출간됐다. 환자 치료에 있어 안정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전통의학을 국가 의료시스템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국내 양(洋)의학계는 한의학이 비과학적이고 한의사 개인의 판단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지는 등 표준화돼 있지 않다며 불신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심지어 일부 양의사들은 임상을 통해 입증하지 못한 만큼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 등 한의학의 기본 이론은 ‘허구’이자 ‘상상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한의사들은 개화기 이후 받아들인 서양의학도 결국 전통의학인 한의학을 기본 뿌리로 계승·발전시켜 온 것이라고 맞선다. 이들은 현대의학과 전통의학의 동반 육성을 통해 통합의학으로 키워나가야 할 때라고 주장한다. 이같은 주장은 최근 중국이 전통의학에서 영감을 얻어 현대의학적 방법과 원리로 말라리아 약을 개발, 노벨생리상학을 수상하면서 힘을 얻고 있다.

◇ 독자발전한 ‘동의(東醫)’ 현대화 실패로 성장 정체

중국의 가장 오래된 의학서 황제내경(黃帝內經)을 보면 “폄석(貶石)침술이 동방에서 전래하다”라는 구절이 있다. 폄석침술은 석침(石針)이라고 부르는 돌조각을 이용해 피부의 표면을 찔려 외과적 치료를 했던 초기 형태의 한방치료다. 이같은 기록 등을 토대로 한의학계에서는 고조선 시대부터 우리나라에 돌침술과 뼈침술이 발달했던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나라는 중의학의 이론적 배경과 기술을 흡수하면서 한의학을 독자적인 의술로 발전시켜 왔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우리나라는 동쪽에 치우쳐 있지만 의학과 약의 도(道)가 끊이지 않았으니, 우리나라의 의학은 ‘동의(東醫)’라고 할 수 있다”고 서술했다.

그러나 2000여년이 흐른 현재 국내 한의학의 위상은 양의학에 밀려 취약하기만 하다. 중의학은 서양의학의 문물을 흡수·발전시켜 세계전통의약시장을 호령하고 있지만, 한의학은 현대화에 실패, 변방으로 밀려난지 오래다. 한의학계에서는 정부 정책이 양의학 위주로 편제돼 있을 뿐 아니라 현행 의료법이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제한, 한의학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례로 현행 의료법 37조는 진단용 방사선 진단장비를 설치할 경우 안전관리책임자 선임을 의무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안전관리책임자의 자격기준을 정한 시행규칙에서 한의사만 제외해 놓고 있다.

한의학계 관계자는 “국내 한의학이 힘을 쓰지 못하고 수십년째 불합리한 규제와 씨름을 하고 있는 이유는 복지부 장관 등 산하 기관장들이 모두 양의사 출신이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며 “한의학을 미래 세계바이오시장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이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양의학계 “한의학은 의술 아닌 미신”

국내 양의사들은 음양오행 원리를 근간으로 침과 뜸 등에 의존하는 한의학 치료를 의술로 보지 않는다.

해부학적 관점에서 질병을 다루지 않고 인체의 하나의 통일체로 보고 원기(元氣) 치료법 등을 주장하는 것이 비과학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인체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 등 과학에 기초한 의학은 등한 시 한채 추상학적이고 관념적인 학문을 공부해 환자를 진료하는 것은 환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기기 사용을 반대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한의계가 주장하는 엑스레이나 초음파 등은 의사 내에서도 전공의가 아니면 종양 등을 정확하게 판독하기 어려울 정도로 세분화 된 분야”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내에서 의사와 한의사 면허를 복수로 소지한 한 관계자는 “한의대 역시 2년의 예과 과정속에서 의대와 동등한 수준과 커리큘럼의 기초생명과학과 영상의학 관련 수업을 받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인체 해부학을 이해하지 못하면 침술 역시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이를 제대로 활용해 환자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제각각인 한의대 교육 커리큘럼을 표준화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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