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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더는 못 버틴다’…불 붙은 코스닥 M&A '파이어 세일'

김성훈 기자I 2020.07.29 01:30:00

이달 들어 코스닥 상장사 M&A 3건 성사
거래정지·상폐 악재에 파이어세일 버튼
코로나에 기다리다 지쳐 속전속결 진행
무자본 M&A 우려에 "관리·감독 나서야"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잠잠하던 인수합병(M&A) 시장이 기지개를 켠 가운데 코스닥 상장사들의 M&A가 속도를 내고 있다.

거래중지와 상장폐지 우려 악재에다 코로나19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새 돌파구 마련을 위해 ‘속전속결’(速戰速決)로 M&A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반기에도 코스닥 상장사들의 M&A가 이어질 것으로 점치는 가운데 코스닥 상장사가 타깃이 된 무자본 M&A에 대한 관리·감독도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더는 못 버텨’…이달에만 코스닥 M&A 3건


의료기기 업체인 인트로메딕(150840)은 지난 27일 콜센터 관리업체인 한국코퍼레이션(050540) 경영권 매각입찰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공시했다. 인트로메딕 측은 실사를 거쳐 이르면 다음 달 본계약을 체결할 방침이다.

한국코퍼레이션의 최대주주는 한국테크놀러지로 3.63%에 불과하다. 경영권 행사를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이 때문에 인트로메딕이 본계약을 체결할 경우 한국코퍼레이션이 발행하는 신주로 경영권 행사를 위한 지분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매각 공시 일주일 만에 이뤄진 M&A 절차를 두고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매각 공시 당시 최종 거래 종결일을 내달 7일로 잠정 못 박은 점도 눈여겨볼 요소다. 짧게는 몇 주, 길게는 수개월이 걸리는 실사 과정이 며칠 밖에 허락되지 않은 셈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오랜 기간 회사 인수를 검토하거나 관련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이상 절차가 이렇게 빨리 이뤄지기는 어렵다”며 “회사가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 보니 ‘파이어 세일’(급매) 성격으로 협상을 빨리 진행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코퍼레이션 주식 거래는 지난 3월 23일 이후 정지된 상태다. 지난해 한국코퍼레이션의 회계 감사보고서가 감사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거절’을 받은 여파다. 상장 폐지 우려 속에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내년 4월까지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앞선 지난 22일에는 토종 피자 브랜드 ‘미스터피자’로 유명한 MP그룹(065150)이 경영권 매각 우선협상 대상자로 중견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티알(TR)인베스트먼트를 선정했다고 공시했다. 지난달 12일 삼일회계법인을 M&A 매각 주관사로 선정한다는 공시를 낸 지 한 달여 만에 이뤄진 빠른 결정이었다.

무자본 M&A 우려…“관리·감독 뒷받침 돼야”

MP그룹은 2017년 7월 창업주이자 대주주인 정우현 전 회장이 150억원대의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된 이후 만 3년째 거래가 중지된 상태다.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영업 손실을 기록해 한국거래소의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까지 앞두고 있다. 올해도 코로나19 여파로 외식 수요가 급감하면서 실적 반등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MP그룹 측으로서는 ‘미스터 피자’라는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한 M&A에 목마를 수밖에 없던 상황이다. 예비 입찰 마감 전날 원매자들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정 전 회장 등 최대 주주 보유 주식을 계획했던 물량(3953만931주)의 4분의 1 수준인 1000만주(지분율 12.4%)만 사도 좋다고 선택지를 추가한 점도 절실함을 드러낸 대목이다.

MP그룹이 경영권 매각을 발표한 같은 날 포스링크(056730)도 서울 회생법원으로부터 신안캐피탈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공시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매각방법은 제 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 및 회사채 발행 등 외부자본 유치로 이뤄질 계획이다.

지난해 ‘조국펀드’로 불렸던 코링크 프라이빗에쿼티(PE)가 투자한 곳으로 알려지며 주목을 받았던 포스링크는 지난 5월 11일 회생절차 개시결정을 거쳐 이달 3일 회생 M&A 매각 공고를 냈고 19일 만에 새 주인을 맞게 됐다.

포스링크는 지난 2002년 코스닥 상장 이후 IT시스템과 부동산 임대업, 가상화폐 등 다양한 사업에 투자했다. 그러나 지난해 2월 최대 주주 겸 회장이던 이모(49)씨 등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지난해 2월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고 새 주인 물색에 주력해왔다.

업계에서는 하반기에도 코스닥 상장사들의 손 바뀜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라임자산운용과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를 통해 코스닥 상장사 대상 무자본 M&A가 다시금 주목받는 상황에서 관리·감독에 신경 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어려워진 회사 분위기 반등과 신사업 모색을 위한 M&A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다”면서도 “낮아진 밸류에이션(기업가치)에 무자본 M&A에 나섰다 적발된 선례가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당국의 관리와 감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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