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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반칙" vs "사익 생각안해"…이재용 1심 내일 선고

성주원 기자I 2024.02.04 09:47:09

경영권 확보 위해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2020년 9월 기소 이래 3년5개월만의 결론
검찰, 이 회장에 징역 5년·벌금 5억원 구형
이재용 회장 “개인 이익 염두에 둔 적 없어”
“역량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 달라” 호소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합병 등 혐의로 지난 3년 5개월간 재판을 받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1심 결론이 내일(5일) 나온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삼성식 초격차 반칙”이라고 주장했고 이재용 회장은 “개인의 이익을 생각한 적 없다”고 맞서왔다.

네덜란드를 방문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2월 15일 오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회계부정·부당합병 의혹’ 3년5개월만의 결론은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 지귀연 박정길)는 오는 5일 오후 2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 등 14명에 대한 선고기일을 진행한다. 지난 2020년 9월 기소된 이래 3년5개월만이다. 그 사이 106차례의 공판이 열렸다. 당초 선고는 지난달 26일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나흘 앞두고 일주일가량 연기됐다. 해당 기간 검찰과 변호인 간 서면 공방이 이어졌고 탄원서들도 제출됐다.

이 회장은 지난 2015년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불법적으로 추진한 혐의를 받는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005930)의 사실상 최대주주인 삼성물산(028260)에 대한 지분이 없었는데 자신이 최대 주주로 있던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추진해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위치를 점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또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여 합병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회계처리 기준을 불법적으로 바꾼 혐의도 받는다.

불법합병 추진 혐의와 관련해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결심공판에서 “제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분들께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은 맹세코 상상조차 한 적이 없다”며 “저와 다른 피고인들은 이 사건 합병이 두 회사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고 지배구조 투명화 단순화하란 사회 전반 요구에도 부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맞선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점,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점, 해당 범행의 최종 이익이 이 회장에게 귀속되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 회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과 김종중 전 전략팀장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4년 6개월에 벌금 5억원을,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사장에는 징역 3년에 벌금 1억원을 구형했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사진=연합뉴스)
“잘못 있다면 제가 감당…역량 집중할 기회 달라”

검찰은 2012년 12월 이른바 ‘프로젝트G’라는 문건을 통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 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용됐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 승계를 위해선 삼성전자의 사실상 최대 주주인 삼성물산의 지배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이 회장의 지분 비율이 높았던 제일모직과 합병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추고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렸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삼성 측은 성장을 위한 경영전략 차원이라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합병 전 삼성물산은 그룹지분율이 낮아 경영권이 취약한 회사였다”며 “이런 상황에서 제일모직과 합병하면 취약한 경영권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고 반박했다. 이어 “합병으로 삼성물산 주주들이 손해를 봤다고 했는데 합병을 하지 않았다면 엄청난 주가하락을 봤을 것”이라며 “삼성물산 외 다른 대형건설사들은 합병 발표시점 기준으로 최대 50%까지 하락했으나 삼성물산은 가장 적게 하락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또 2015년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기준에 따라 처리할 경우 합병비율 논란이 또다시 발생하고 상장도 불가능해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자산 4조5000억원 상당을 과다 계상했다고 보고 있다.

이같은 주장에 삼성 측은 “국제회계기준(IFRS)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2015년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 기준을 준수했다고 보고 있다”며 “검찰은 (삼성의) 내부 문건을 곡해해서 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고 했다.

이 회장은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오랜기간 재판을 받으며 옆에 있는 피고인들에게 늘 미안하고 송구스럽다”며 “만약 이 사건에 대해 법의 엄격한 잣대로 책임을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그건 제가 감당해야할 몫이다. 다른 피고인들은 선처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기라성 같은 글로벌 초일류기업들과 경쟁·협업하며 ESG경영 등 새로운 사명이 주어졌다”며 “삼성이 진정한 초일류기업,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저의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1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차·SK·한화에도 적용된 ‘재벌 3·5 법칙’ 소환될까

앞서 지난 2022년 4월 대법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의 합병이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용’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대법원은 합병에 반대했던 삼성물산 주주들이 제기한 주식매수가격 결정 사건에서 “당시 합병은 이 회장의 삼성그룹 지배권 강화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승계작업의 일환”이라고 적시했다.

이른바 ‘재벌 3·5 법칙’이 적용될 지도 주목된다. 재벌 3·5 법칙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재벌 등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사례들을 가리킨다.

대법원은 2018년 금호석유화학그룹의 비상장 계열사 법인자금 약 107억원을 박준경 금호석유(011780)화학 사장에게 담보 없이 낮은 이유로 빌려주도록 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명예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정몽구 현대차(005380)그룹 명예회장,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000880)그룹 회장 등 많은 재벌들이 3·5 법칙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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