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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나 코레스니코바 "발레리나는 늘 좋은 모습 보여야"

장병호 기자I 2019.07.15 06:00:00

상트페테르부르크 발레씨어터 수석무용수
내달 '백조의 호수' 내한공연으로 국내 무대
지난해 김기민과 호흡 "좋은 태도 깊은 인상"

상트페테르부르크 발레씨어터 수석무용수 이리나 코레스니코바(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하지영).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실력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최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만난 발레리나 이리나 코레스니코바(39)는 힘들어도 계속 발레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힘주어 말했다. 그는 “러시아에는 ‘발전이 없다면 죽는다’는 말이 있다”며 “공연이 없더라도 매일 아침 꾸준히 연습을 하고 식단 관리를 통해 좋은 체력과 몸매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발레단 상트페테르부르크 발레씨어터의 수석무용수인 코레스니코바는 클래식발레 대표작 ‘백조의 호수’(8월 28일~9월 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내한공연으로 서울 관객과 첫 만남을 앞두고 있다. 공연 홍보를 위해 전날 한국을 찾은 그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태였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발레씨어터 설립자 콘스탄틴 타치킨이 동석해 언론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코레스니코바는 “발레리나는 컨디션이 매번 달라져도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오늘은 춤을 추는 자리가 아니기에 많이 힘들지 않다”고 미소를 지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발레씨어터는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발레단이다. 사업가인 타치킨이 1994년 설립한 민간발레단으로 현재 60여 명의 무용수들이 활약하고 있다. 국가 보조금이나 민간 후원에 의존하지 않고 공연만으로 운영을 이어가고 있는 흔치 않은 발레단이다. 코레스니코바는 바가노바 발레 아카데미 출신으로 1999년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 발레씨어터에서 활약하고 있다.

‘백조의 호수’는 코레스니코바의 대표작이다. 지금까지 1000여 회 이상 출연해 오데뜨와 오딜 1인 2역으로 무대에 올랐다. 프랑스 파리 출신의 무용 저널리스트 마가리타 메디나는 코레스니코바의 ‘백조의 호수’를 가리켜 “머리부터 발끝까지 예술가인 그의 놀랍고도 유연한 연기 덕분에 이상적인 백조를 보게 됐다”고 호평했다.

코레스니코바는 “‘백조의 호수’의 오데뜨·오딜은 발레리나라면 누구나 꿈꾸는 역할”이라며 “1인 2역을 맡아야 해 쉽지 않지만 19세 때부터 했기에 기교적인 측면에선 큰 어려움이 없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금도 발레 공연을 통해 어떻게 하면 더 아름답게 보일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며 “자유롭게 역할을 소화하면서 더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영국 런던에서 공연한 발레 ‘백조의 호수’에 출연한 발레리나 이리나 코레스니코바(왼쪽), 발레리노 김기민(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지난해에는 영국 런던에서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과 함께 ‘백조의 호수’로 2주간 호흡을 맞췄다. 코레스니코바는 “연습과 공연이 연일 계속되는 힘든 시간이었지만 김기민과 좋은 교류가 이뤄졌고 김기민 또한 나를 많이 도와줬다”며 “무대 위에서는 물론이고 밖에서도 태도가 좋아 발레리노로서뿐만 아니라 사람 자체로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코레스니코바는 발레를 통한 사회 공헌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빈민구호단체 옥스팜 활동을 하며 난민들의 삶을 직접 목격하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 발레시어터와 함께 창작발레 ‘그녀의 이름은 카르멘’을 제작해 공연하기도 했다. 코레스니코바는 “비극적인 현실에 처해있는 난민들에게 발레리나로서 큰 도움을 줄 수는 없지만 공연으로라도 이런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싶다”고 밝혔다.

발레리나로서 전 세계를 오가며 무대를 빛내고 있다. 그러나 무대 밖에서는 다섯 살 딸을 키우는 평범한 엄마이기도 하다. 과거 발레리나에게 임신과 출산은 커리어의 ‘끝’을 뜻하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단다. “오래 전부터 발레리나이자 엄마가 되고 싶었다”는 코레스니코바는 “딸도 발레리나가 되고 싶어해 해외 공연을 할 때도 함께 데리고 다니며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선 마린스키발레단 출신 예카테리나 페트로바가 코레스니코바와 번갈아 오데뜨·오딜 역을 맡는다. 이반 오스코르빈과 콘스탄틴 즈베례프가 지그프리드 왕자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티켓 가격은 5만원에서 12만원으로 다른 해외 발레단 내한공연보다는 저렴하게 책정됐다. 코레스니코바는 “차이콥스키의 음악과 훌륭한 안무로 이뤄진 ‘백조의 호수’는 살면서 한 번쯤 봐야 할 작품”이라며 “합리적인 티켓 가격으로 걸작과 만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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