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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롯데월드에 '엔하이픈 웹툰'이?…IP 다각화 나선 하이브

김정유 기자I 2023.09.24 09:28:00

내달 22일까지 롯데월드서 ‘다크 문’ 축제
하이브 아이돌 엔하이픈 IP 활용한 웹툰
10~20대 팬들 “세계관 빠져들어 행복해”
작년부터 웹툰 확장, “팬들 몰입감 키운다”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찰칵 찰칵.’ 시계바늘이 오후 7시를 가리키자마자 롯데월드 매직캐슬 앞에 모인 수많은 관람객들이 일제히 스마트폰을 든다. 동시에 매직캐슬 전체에 K팝 음악이 연달아 흘러나오고, 성의 표면엔 ‘다크 문’(Dark moon)이란 영문과 웹툰 캐릭터 7명이 순차적으로 등장한다. K팝 아이돌 ‘엔하이픈’의 웹툰 ‘다크 문:달의 제단’(이하 다크 문)을 배경으로 한 매직캐슬의 맵핑쇼(표면에 영상을 투사하는 쇼) 현장이다.
지난 22일 오후 7시 롯데월드 매직캐슬에서 ‘다크 문’ 맵핑쇼가 진행되고 있다. 많은 관람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김정유 기자)


‘엔하이픈’ 팬들 반색…롯데월드 관람객도 17% 늘어

지난 22일 오후에 방문한 롯데월드는 입구에서부터 야외 매직캐슬까지 웹툰 ‘다크 문’이 곳곳에 구현돼 있었다. 하이브는 롯데월드와 지난 1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 ‘다크 문 위드 엔하이픈 인 롯데월드’ 축제를 진행 중이다. ‘다크 문’은 하이브(352820) 산하 레이블인 빌리프랩의 7인조 다국적 보이그룹 ‘엔하이픈’을 내세운 오리지널 웹툰이다. 주요 캐릭터들이 뱀파이어라는 설정이다.

롯데월드 실내에 진입하자마자 ‘다크 문’의 상징인 커다란 보름달이 관람객들을 맞고 있었다. 주변엔 롯데월드의 마스코트 로티가 ‘다크 문’ 캐릭터들이 입는 극중 교복을 입고 있었다. 인근엔 웹툰 속 학교인 ‘드셀리스 아카데미’의 교복을 직접 대여해 입을 수 있는 공간도 있었는데, 실제 이날 해당 교복을 입은 10~20대 여성 관람객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곳곳에 ‘다크 문’의 굿즈를 구매할 수 있는 기프트샵이 마련돼 있었고, 야외 매직캐슬로 가는 다리 양쪽에도 웹툰의 주요 색상이 되는 붉은 색 조명을 도열하듯 배치해 눈길을 끌었다. 매직캐슬 건물 2층엔 7명의 뱀파이어 소년들과 웹툰의 한 컷이 될 수 있는 기념사진 촬영 공간이 마련돼 있었는데, 이곳엔 많은 외국 팬들이 제각각의 포즈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엔하이픈’이라는 현실의 아이돌이 웹툰으로 재탄생했고, 이 웹툰 속 캐릭터들이 다시 롯데월드에서 현실화하는 과정을 그렸는데, 팬들의 반응도 고무적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20대 여성 팬 이주은씨는 “‘다크 문’ 웹툰의 이안이란 캐릭터를 좋아해 교복을 입고 이날 오픈런을 했다”며 “웹툰의 세계관에 쏙 들어온 느낌이어서 행복하고, 또 ‘엔하이픈’ 팬으로서도 너무 뿌듯하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다크 문’ 축제로 인해 롯데월드의 전체 관람객 규모도 소폭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테마파크의 일반적인 성수기는 여름 시즌인데, ‘다크 문’ 축제가 시작한 가을 시즌(9월 첫 주 기준) 관람객이 여름 시즌대비 약 17%나 늘었다”고 말했다.
매직캐슬 내부에 조성된 드셀리스 파티룸. (사진=하이브)
웹툰으로 IP 확장, 몰입도 강화 전략 고민

하이브는 최근 자체 아티스트 IP를 활용한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웹툰 사업으로까지 확대했는데 ‘다크 문’(지난해 1월 연재)을 포함해 ‘세븐페이츠:착호’(방탄소년단 IP·지난해 1월), ‘별을 쫓는 소년들’(투모로우바이투게더, 지난해 1월), ‘크림슨 하트’(르세라핌·지난해 11월 연재), ‘다크 문:회색 도시’(엔하이픈·지난해 12월) 등 총 5개의 오리지널 웹툰을 선보였다. 네이버웹툰과 ‘슈퍼캐스팅’이라는 이름으로 협력, 글로벌 시장에도 연재하고 있다.

이는 아티스트 IP를 다양한 채널로 확대해 팬들의 세계관을 확장하고 몰입감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하이브 관계자는 “웹툰의 전개와 실제 아티스트의 주요 일정을 적절히 맞추는가 하면, 향후 앨범의 방향성과 모티브들을 웹툰과 연결하기도 하는 등 팬들의 몰입감 유지를 위해 다양한 기획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하이브 오리지널 스토리’ 전략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는 웹툰, 웹소설은 물론 산하 개발사 하이브IM를 통해 게임 사업에도 뛰어든 상태다. 기존 엔터테인먼트 영역을 허물고 종합 콘텐츠 업체로 도약하려는 의지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의 아티스트 IP는 해외에서도 영향력이 크다”며 “억지스러운 IP 확대가 아니라 ‘서사’가 뚜렷한 IP 재생산이 이뤄진다면 파급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훈남 뱀파이어’와 포토타임 즐기는 관람객들. (사진=하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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