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7월에만 2.5兆 바겐세일’…M&A 속도 내는 두산그룹

김성훈 기자I 2020.07.31 01:30:00

7월 들어 계열사·골프장 등 매각 가속도
'좌고우면 없다'…연내 갈무리 목표 의지
타사 상황 반면교사…'선택과 집중' 강조
하반기 인력 구조조정 변화 조짐 관측도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상반기 내내 ‘좌고우면’(左顧右眄) 하던 두산그룹의 자산 유동화 작업이 하반기 들어 속도를 내고 있다. 7월에만 그룹 보유 골프장과 계열사 인수합병(M&A)에 속도를 내면서 채권단이 요구한 3조원 규모의 자구안 이행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이르면 연내 자구안 이행이 마무리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두산중공업(034020)이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의 수혜주(株)로 꼽히면서 주가가 급등한 점도 조속한 의사결정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지지부진하던 자산 유동화 작업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하반기 인력 구조조정에도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7월에만 2.5조 규모 M&A…‘좌고우면 없다’

두산그룹의 자산매각 행보는 지난 8일 두산솔루스(336370) 매각과 관련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물꼬를 텄다. 이튿날인 9일에는 대우산업개발에 두산건설 매각을 위한 배타적 협상권을 부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나흘 뒤인 같은 달 13일에는 하나금융-모아미래도 컨소시엄과 1850억원에 두산중공업 소유 골프장인 클럽모우CC 매각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하며 열기를 더했다.

연이은 M&A에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던 두산그룹은 월말에도 자산 유동화 작업을 멈추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28일 자사 계열 벤처캐피탈(VC)인 네오플럭스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우선협)로 신한금융지주를 선정했다.

하루 뒤인 29일에는 두산 모트롤 사업부(BG) 매각 우선 협상 대상자로 소시어스-웰투시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과 모건스탠리 프라이빗에쿼티(PE)를 선정하기도 했다. 이달 들어 4건에 달하는 M&A를 집중시키면 1조7000억원 가까운 자산 유동화(추정액 기준)에 나선 것이다.

8월에도 자산유동화 작업은 열기를 더할 전망이다. 앞선 5월 진행한 동대문 두산타워 매각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었고 두산솔루스와 함께 또 다른 핵심계열사로 꼽히는 두산인프라코어(042670) 작업도 티저레터(투자안내서) 배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

7월 한달 간 이뤄진 두산그룹 계열사들의 추정 가격은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앞서 진행 중인 두산타워 매각이 더해진다면 3조2000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협상 과정에서 이뤄질 가격 조정이나 딜(Deal)마다 끼어 있는 차입금을 제하더라도 목표치인 3조원 마련 8부 능선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타사 상황 반면교사…제값 보다 ‘선택과 집중’ 우선


두산그룹의 자산 유동화 작업이 속도를 내는 데는 재무구조 개선을 진행 중인 타 기업 상황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무난히 흐르는 듯 보였던 제주항공(089590)의 이스타항공 인수와 현대HDC의 아시아나한공 인수가 난항을 겪자 ‘더는 망설이면 안 된다’는 평가가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두산솔루스 매각 과정에서 얻은 교훈도 선택과 집중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스카이레이크와 프라이빗딜(수의계약) 형태로 협상을 벌이다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에 공개 매각으로 돌아섰지만 흐름이 끊기며 원 협상 대상자인 스카이레이크와 계약을 맺은 전례가 영향을 미친 셈이다.

회사 임직원들에 쌓인 피로도 해소를 위한 조처라는 견해도 나온다. 매각 과정 장기화 우려에 매각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두산베어스와 두산퓨얼셀(336260)까지 매물 리스트에 오르는 상황이 지속되는 게 좋을 것 없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이다.

때마침 정부의 ‘그린 뉴딜’ 계획 발표에 두산중공업 주가가 반등하고 있다는 점도 분위기를 돋우는 요소다. 두산중공업이 뉴딜 정책에 발맞춰 오는 2025년까지 해상풍력 사업을 연 매출 1조원 이상 사업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뉴딜 수혜주로 탄력을 받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 17일 4915원이던 두산중공업 주가는 30일 1만850원에 마감하면서 10거래일 만에 2.2배나 올랐다.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서 사업방향 정비에 앞서 매각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는 계산이 서는 대목이다. 지난 22일 박상현 두산밥캣 부사장을 두산중공업 신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선임하면서 사업 안정화를 위한 움직임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산 유동화 과정이 속도를 내자 하반기 인력 구조조정 규모에도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앞서 두 차례의 명예퇴직을 통해 총 890여명의 직원을 감축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룹 내부에서 하반기 인력 구조 조정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자산유동화 과정이 탄력을 받은 상황에서 아웃소싱 비용 등 고정 지출을 줄이고 인력 구조조정 범위를 조정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 또한 이뤄지고 있어 변화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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