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산소 가득한 숲, 숨쉬는 자유를 느끼다

강경록 기자I 2021.04.09 06:00:00

전북 완주의 비대면 여행지
공기마을 편백숲에서 치유와 힐링
수령 40년 넘은 10만여 편백 가득
호반 따라 걷는 '구이저수지 둘레길'
번잡한 도시 벗어나 한적한 산책

전북 완주 상관면에 있는 공기마을 편백숲. 1976년 마을 주민들이 마을 뒤편 산자락에 10만 그루의 편백을 제손으로 심어 기른 숲이다.


[완주(전북)=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신록이 피어나는 연초록의 숲이나, 한적한 호반. 사람과의 접촉을 최대한 줄이면서 봄을 느낄 수 있는 곳들이다. 전북 완주의 공기마을 편백숲과 구이저수지 둘레길. 이 곳은 자연스럽게 거리두기가 가능한 곳이다.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대신 부담 없이 호젓한 공간에서 마음껏 자연을 누릴 수 있다. 온통 봄 풍경으로 가득하지만 나들이조차 쉽지 않은 요즘, 밀집과 밀접을 피해 안전하게 봄을 즐겨보자.

◇최종병기 ‘활’의 촬영지, 공기마을 편백숲

전북 완주 상관면에 있는 공기마을 편백숲. 1976년 마을 주민들이 마을 뒤편 산자락에 10만 그루의 편백을 제손으로 심어 기른 숲이다.
전북 전주에서 남원으로 가는 17번 국도. 이 국도가 지나는 곳에 전북 완주군 상관면 죽림리 공기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마을 뒷산의 옥녀봉과 한오봉에서 내려다보면 밥그릇처럼 생겼다고 해서 공기마을이다. 추사 김정희, 눌인 조광진과 함께 조선후기 명필로 꼽혔던 창암 이삼만 선생이 만년을 보낸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마을에는 거대한 편백숲이 있다. 1976년 마을 주민들이 뒤편 산자락 85만9500㎡(26만 여평)에 10만 그루의 편백을 제 손으로 심어 길렀다. 잣나무, 삼나무, 낙엽송, 오동나무도 나란히 숲을 이루고 있다. 이후 40년 넘게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 이곳에 사람들이 들기 시작한 것은 2011년 영화 ‘최종병기 활’이 촬영된 후부터다. 주인공 남이(박해일 분)가 청나라 장군 쥬신타(류승룡 분)에게 화살을 날리는 마지막 장면을 이 숲에서 찍었다.

편백숲으로 가는 길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죽림리 초입에서 공기마을까지 좁은 길을 따라 2㎞ 남짓 오르면 커다란 주차장이 마을 입구에 있다. 주차장에서 계곡물을 살짝 아래에 두고 산자락을 밟고 오르면 ‘치유의 숲’ 푯말이 서 있다. 이 길을 따라가면 흙길 양쪽으로 편백이 빼곡하게 서 있고, 곧 편백숲 오솔길로 들어설 수 있다.

경사진 숲에는 삼림욕장이 있다. 나무 덱을 놓고 찾아온 사람들이 쉴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보통 삼림욕장에 들어서면 숲의 기운을 빨아들이지만, 이곳을 찾은 이들은 대부분 돗자리를 펴고 머물면서 나무 향을 즐긴다. 잠깐 누워 낮잠을 청하는 이들도 있고, 책을 펴든 이도 있다. 이 청량한 숲을 걷고만 가는 게 아쉬워서인지 공기마을을 찾은 이들은 편백숲을 ‘걷는 숲’이라기 보다 ‘머무르는 숲’으로 누린다.

한사람이면 족할 자리에 앉아 흘러가는 시간을 가만 내버려 둔다. 숲의 향은 가만히 앉아 있으면 더 짙게 다가온다. 이 편백숲에서 펑펑 솟아나는 피톤치드는 치유와 힐링에 으뜸으로 친다. 뇌를 맑게 해주고 스트레스는 없애 준다는 피톤치드는 피부에도 좋고, 심폐기능을 강화해 주기도 한다. 그래서 이 숲에는 머리에 두건을 쓴 이들이 자주 찾아온다고 한다. 지독한 병과 싸우는 사람들이다.

편백숲 산책로는 삼림욕장을 지나 마을로 원점 회귀한다. 길이는 2㎞ 남짓이다. 편백 사이를 이리저리 헤치며 나아가는 길은 오르고 내리고 가파르고 평탄하다. 통나무 다리도 몇 개 건너고, 가끔 계곡물 소리도 듣는다. 흙과 쓰러진 편백으로만 만들어진 길은 꽤 좁지만 걷기에 어렵지 않다.

전북 완주 상관면에 있는 공기마을 편백숲. 1976년 마을 주민들이 마을 뒤편 산자락에 10만 그루의 편백을 제손으로 심어 기른 숲이다.


산 그림자 내려앉은 호숫길을 걷다

구이면은 산과 물이 잘 어우러진 곳이다. 어머니의 산으로 일컬어지는 모악산과 맑은 물을 가득 담은 구이저수지를 품고 있어서다. 구이저수지는 인근 전주 사람도 자주 찾아와 여유를 즐기는 곳이다. 번잡한 도시를 벗어나 저수지 주변을 가볍게 산책하거나, 낚시하며 망중한을 즐긴다.

구이저수지 둘레길은 호반을 따라 걷는 길이다. 둘레길의 길이는 8.8km로, 걷는 내내 물을 바짝 붙어서 간다. 둘레길은 3개의 코스로 나뉘어 있다. 1코스는 경관교랑~완주 술테마박물관(3.3km), 2코스는 완주 술테마박물관~망산마을(2.4km), 3코스는 망산마을~구이면행정복지센터(3.2km). 호반을 따라 한바퀴 빙 도는, 원점회귀형 코스다.

길은 수변덱, 흙길, 숲길. 야자매트길로 이어져 있다. 최고 높이는 128m. 호수변으로 덱을 설치해 크게 힘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다. 아직 그 아름다움이 알려지지 않아 평일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웬만해서는 다른 사람과 마주치지 않아 코로나 시대에 맞춤형 걷기 길이다.

구이저수지 둘레길


보통 구이면행정복지센터를 들머리로 삼아 원점회귀하는 게 일반적인 코스. 조금 더 호젓함을 즐기고 싶다면 2코스 출발점인 술테마박물관을 들머리로 삼는 게 좋다. 술테마박물관에서 구이저수지로 내려서면 ‘사랑의 열쇠’가 가장 먼저 반긴다. 여기서 북쪽으로 가는 길은 ‘모악길’, 남쪽으로 가는 길은 ‘경각길’로 구분하고 있다. 사랑의 열쇠 앞에서 사랑하기로 언약하고 딸을 낳고 싶으면 ‘모악길’로, 아들을 낳고 싶으면 ‘경각길’로 가라고 쓰여 있다. 모악길과 경각길 모두 걷기 좋은 호반길. 어디를 선택해도 후회는 없지만, 경각길이 조금 더 경사가 있으니 참고하시길.

나른함이 몰려오는 봄날의 오후. 부드러운 산으로 둘러싸인 호수를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이 포근해진다. 바람 한 점 없는 호수는 잔잔하기만 하다. 푸른 호수 위에는 연둣빛 산이 봄의 수채화를 그리고 있다. 구이저수지는 경각산(659m)과 모악산(794m) 사이에 형성된 골짜기에 수줍은 듯 자리하고 있다. 호수 건너편 모악산은 산 그림자를 저수지에 몰래 내려놓았다. 여기에 모악산을 넘어온 햇살이 호수 위로 내려와 윤슬을 만들어낸다. 눈부시게 다가온 윤슬이 사람들에게 속삭이듯 말을 건넨다. 지나온 시간이 힘들었겠지만, 그래도 조금나 더 힘내보라고…

구이저수지 둘레길


여행메모

올해와 내년은 ‘완주 방문의 해’다. 완주군은 자연감성과 문화감성, 음식감성 등 3대 감성을 품은 여행 최적지로 완주관광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한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완주 브랜딩 강화와 관광 인프라 확충, 관광수용태세 개선, 전략적 홍보 마케팅, 관광 상품 발굴에 주력한다. 내년에는 관광 상품을 대폭 확대 강화해 국내외 관광객 유치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박성일 완주군수는 “이번 방문의 해를 계기로 완주의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켜 국내 으뜸관광 도시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이저수지 둘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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