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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별味] 하늘이 내린 선물 '새조개'

강경록 기자I 2017.04.02 06:42:40
샤부샤부로 익혀 먹으면 맛있는 ‘새조개’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조가비가 두껍고 매끈하며, 참새의 빛깔을 지니고 무늬가 참새 털과 비슷해 참새가 변한게 아닐까 의심스럽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는 새조개를 이렇게 소개했다. 오늘 소개할 별미가 바로 ‘새조개’다. 조금 늦은감이 있지만 지금이 먹기 가장 좋을 때다. 졸깃하고 부드러워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오죽하면 하늘이 내린 선물이라고 할까. 새조개를 선물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렇다. 일단 잡기가 어렵다. 어부들 사이에선 횡재수가 있어야만 잡을 수 있다고 한다. 보통은 쇠갈퀴가 달린 ‘형망’(바닥을 긁는 방식) 어선이 잡는다. 하지만 망이 닿지 않는 바위틈(수심 15∼20m)의 것은 잠수부의 몫이다. 그래서 생긴 별명이 ‘하늘이 내린 선물’이다. 양식도 어렵다. 가격도 비싸다. 요즘엔 1kg에 평균 4만원선이다. 비쌀때는 8만원까지 가격이 치솟는다. 일년 중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시기도 불과 몇 개월에 불과하다. 12월부터 3월까지다. 없어서 못 팔 정도다. ‘귀족이나 명품’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 붙는다. 일본에선 ‘마물(魔物)’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다. 한번에 먹는 것이 아까워서란다.

새조개라는 이름이 붙은 연유도 재미있다. 껍데기 속 조갯살 모양이 마치 새(鳥)의 부리와 같다 해서 새조개라 불렀다는 게 정설. 잠수부가 바닷속에서 발견하면 발을 이용해 새처럼 도망간다 해서 붙여졌다는 설도 있다. 새조개의 매력은 사각거리는 촉감, 풍부한 핵산에서 나오는 은근 달큼한 감칠맛이다.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 함량이 높고 피로 해소에 좋은 타우린 성분이 풍부하다. 보양식으로도 인기가 높은 이유다.

새조개
샤부샤부로 많이 먹는다. 육수에 야채를 넣어 팔팔 끓인 뒤, 그 끓는 물에 새조개를 10여 초 살짝 데쳐서 먹는 게 샤부샤부다. 부들부들 새콤하고 달큰하다. 너무 익히면 조갯살이 질기다. 육수는 넓은 냄비에 대파와 무, 버섯, 다시마 등을 넣고 우려낸다. 이 육수에 배추, 시금치, 대파, 팽이버섯을 넣어 자글자글 끓인다. 여기에 조갯살을 데쳐 먹는다. 초고추장이나 고추냉이 간장에 찍어 먹는다. 포인트는 육수에 데치는 시간이다. 어떤 이는 ‘졸깃한 게 일품’이라고 말하지만 새조개 맛의 진수를 모르고 하는 얘기다. 졸깃해질 정도면 새조개 맛은 이미 사라진다. 끓는 물에 6, 7초 정도만 담갔다가 꺼내 먹어야 몰캉몰캉한 육질과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 5, 6마리씩 무더기로 육수 안에 넣지 말고 한 마리를 젓가락으로 집은 채 담갔다가 꺼내 먹어야 제 맛을 즐길 수 있다. 중간에 채소를 추가할 때 냄비의 육수 온도가 잠시 낮아지는데 이때 새조개를 넣으면 익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질겨진다. 급해도 육수가 다시 끓을 때까지 기다리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샤부샤부로 먹은 뒤 쌀뜨물처럼 뿌옇게 된 패즙(貝汁)에 라면이나 칼국수를 넣어 먹는다.

새조개무침은 팔팔 끓는 육수에 조갯살을 1분 정도 담갔다가 꺼내면 아삭아삭 부드러워지는데, 그것을 배, 오이, 양파, 대파를 잘게 썰어 무치면 된다. 이때 매실청을 넣어 잡내를 없앤다.

하늘이 내린 선물이라 불릴 정도로 귀한 ‘새조개’(사진=박준규 여행작가)
새조개구이(사진=박준규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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