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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킬러·변별력 다 잡겠다는 교육부의 딜레마

신하영 기자I 2023.11.24 06:00:00

[기자수첩]변별력 높이다 수학 22번 논란 촉발
교육부 ‘교육과정 내 출제’면 킬러로 안 보기로
모의평가·수능 토대로 '킬러' 규정 명확히 해야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배제, 사교육을 경감하겠다고 공언한 교육부가 딜레마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변별력을 확보하려면 불가피하게 고난도 문제를 출제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킬러 문항 논란이 언제든 불거질 수 있어서다.

지난 16일 치러진 2024학년도 수능도 국어·수학·영어 등 주요 과목이 모두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수학 공통과목 22번은 사실상의 킬러 문항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해당 문항은 주어진 조건에 만족하는 그래프를 추론, 함숫값을 찾아야 하는 문제로 상위권 변별을 위해 출제됐다. 시험 뒤 EBS가 추정한 해당 문항의 정답률은 1.5%에 불과하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남긴 한 수험생은 “이게 킬러가 아니면 뭐가 킬러냐”며 볼멘소리를 했다.

교육부는 킬러 문항 논란에도 해명자료를 내지 않았다. 박성민 대변인이 출입기자단 정례브리핑에서 “킬러 문항이라는 문제 제기가 됐으니 살펴보긴 하겠지만 수능 당일 EBS 수학 강사도 킬러 문항이 아니라고 했다”며 “교육부가 별도로 입장을 낼 생각은 없다”고 일축했다.

문제는 이런 입장이 지난 6월 교육부가 사교육 경감 대책을 통해 제시한 킬러 문항 사례와 배치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시 교육부는 최근 3년(2021~2023학년도)간의 수능에서 킬러 문항 사례를 제시하면서 수학에선 ‘과도하게 복잡한 사고 또는 고차원적인 해결방식을 요구하는 문항’도 킬러 문항의 한 유형으로 구분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수학 22번이 킬러 문항이 아니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향후 비슷한 논란이 생길 때도 교육과정 내에서의 출제 여부를 기준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과도하게 복잡한 사고를 요구하는 문제인지는 수험생에 따라 다르기에 교육과정 안에서 낸 문제라면 킬러로 보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입 정책은 예측 가능해야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지난 9월 모의평가부터 이달 16일 본 수능까지 치른 경험을 바탕으로 수험생들이 헷갈리지 않게끔 킬러 문항의 정의를 좀 더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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