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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전 1년]둘로 쪼개진 세계…군방비 경쟁 가열

김상윤 기자I 2023.02.21 06:00:00

전쟁초 서방 분열있었지만…똘똘 뭉쳐 러 제재
EU, 'GDP 2% 국방비 지출 지침' 잇따라 채택나서
나토 국방비, 2021~2026년 최대 65% 증가 전망도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년 가까이 지속하면서 자유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진영 간 대립구도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시리아 등 독재체제 국가들의 움직임에 대한 미국, 유럽연합(EU) 등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저항이라는 신냉전 체제가 굳어지고 있고 각국의 국방비 증액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2월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나서고 있다. (사진=AFP)
유럽은 전쟁 초만 해도 러시아의 침공을 바라보는 각국의 이해관계가 달라졌지만 현재는 똘똘 뭉치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세계적인 곡물·원유 등의 물가 상승과 전쟁 비용 지원 부담 증가에 따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은 하루 빨리 협상을 해야한다고 주장한 반면, 미국과 가까운 영국은 물론 에스토니아, 핀란드는 섣부른 휴전은 나쁜 평화를 지속시키고 유럽의 불확실성을 키운다고 경계하면서 서방이 분열되는 모습이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노림수가 통했다는 분석까지 나왔지만, 급등했던 에너지 가격이 안정화되고 각국이 경제난 해소책을 마련하면서 유럽은 미국과 함께 대러 제재와 전쟁 규탄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랜 기간 중립 지켜온 핀란드, 스웨덴은 나토 가입을 신청하며 서방 진영에 합류하겠다는 의사 표명했고, 아직 어느 편에도 서지 않은 남미·아시아·아프리카 국가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양측의 노력이 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립구도는 군비 전쟁을 촉발시켰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이미 2006년에 ‘각국 GDP의 2%를 국방비로 지출하라’는 지침을 정했지만, 2010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기준을 맞춘 국가는 거의 없었다. 그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국가들은 나토 목표를 달성하거나 초과달성하기로 약속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나토의 국방비는 평화시대에서는 2021년 2960억유로에서 2026년 3370억유로로 14%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러시아의 침공으로 각국이 대담한 국방비 증액에 나서면서 증가율은 최대 65%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독일은 전범국의 그림자를 일거에 지우며 반러시아 전선의 선봉장으로 나서고 있다. 독일은 현 GDP의 1.5% 수준의 국방비를 2024년 2%로 증액하는 결정을 내리고 1000억유로 규모의 특별방위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폴란드도 국방예산을 GDP의 2.4%로 책정했고, 올해에는 3%로 늘릴 계획이다. 영국도 국방비를 GDP 대비 2% 수준에서 2.5%로 늘리고 EU 차원에서의 유럽신속대응군도 창설할 계획이다. 러시아도 올해 국방비 지출 비중을 GDP 대비 3.3%로 높였다.

자료=니혼게이자이신문
아시아에서 군비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미국과 전략적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지난해 국방 예산을 7% 증액했다. 2차대전 패전국인 일본도 러시아의 침공을 계기로 중국 및 북한의 군사적 팽창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군비경쟁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인 방위비를 2027년까지 GDP의 2%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전쟁이 언제 끝날지 불확실한 데다 인플레이션에 경기침체 우려까지 겹친 상황에서 각국이 무한정 군비 경쟁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뉴아메리칸 안보센터의 대서양보안 프로그램책임자인 안드레아 켄달-테일러는 워싱턴포스트에 “우리가 오랜 기간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처럼 느끼고 있다”면서 “많은 서방국가들이 군비를 늘리며 우크라이나 승리를 돕고자 하지만 전쟁 불확실성을 느끼고 있고 의회 반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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