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욱의 이슈Law]가상자산 거래소 신고유예 필요

송길호 기자I 2021.09.03 06:05:00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파트너변호사]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는 오는 24일까지 일정한 요건을 갖춰 신고를 마쳐야 한다. 특금법 제7조에 의하면 가상자산사업자(가상자산 매도, 매수, 중개 등을 영업으로 하는 자)는 상호, 대표자의 성명 등을 금융정보분석원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만약 신고를 하지 않고 영업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신고만 하면 끝인가? 아니다. 개정 특금법은 가상자산 거래소 신고제를 단순 신고제가 아닌 수리를 요하는 신고제로 운영하고 있다. 결국 금융정보분석원장의 ‘수리’를 받지 못한다면 암호화폐 거래소는 적법하게 사업을 운영할 수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요건 중 ‘실명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 발급’은 온전히 은행의 몫으로 남아 있는데, 신고 마감기한을 목전에 둔 현 시점까지도 그 기준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특금법 시행령 제10조의18에서는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의 발급 기준에 대해 ①예치금을 고유재산과 구분하여 관리하고 있을 것 ② 정보보호관리체계인증을 획득하였을 것 ③. 가상자산사업자의 고객별로 거래내역을 분리하여 관리하고 있을 것 등의 기준만 제시하고 있다.


이를 넘어서는 보다 구체적인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은 금융당국 차원에서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 간단히 정리하면 “은행이 알아서 위험한 거래소를 걸러라”라는 것이 현행 특금법령이 정하고 있는 내용이다. 선수들이 룰도 모르고 경기를 뛰어야 하는 상황에 혼선이 일고 있다.

지난 4월 금융당국이 아닌 은행연합회에서 구속력 없는 ‘가상자산사업자 자금세탁위험 평가방안’을 마련했지만, 그 조차도 계속 공개되지 않고 있다가 잘못된 추측과 오해가 증폭되자 지난 7월 8일에야 일부 내용이 공개되었다. 하지만 이 조차도 전체 내용이 공개된 것이 아니라 시장참여자들이 답답함을 호소한다. 해당 평가방안은 은행이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참고자료에 불과할 뿐 권고되거나 강제되지도 않는 방안이다.

또 은행연합회가 내놓은 ‘평가방안’에서는 가상자산 사업자의 회피·우회대응 등 으로 인해 ‘업무기준’의 실효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면서, 그 예시로 가상자산사업자가 공개된 평가기준에 따른 요건만을 선택적으로 충족시켜 자금세탁위험도를 본래보다 낮게 평가 받는 행위를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역으로 생각해보면 비공개된 기준을 어떻게 사업자들이 알 수 있을 것이며, 알지도 못하는 기준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 것인지 모르겠다. 선 넘어오면 반칙이라는데, 막상 그 선은 어디에 그어져 있는지 알 수 없는 셈이다.

누구나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아니다. 위험성이 높은 사업자에 대해서는 당연히 발급을 제한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방식은 타당하지 않고 실효성도 없다. 적어도 ‘공정하고 투명한 룰’이 제시돼야 하는 이유다. 지금이라도 가상자산사업자 신고기한을 유예하고, 좀 더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 마련에 힘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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