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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민의힘은 보궐선거 핵심 지역인 서울·부산에서 모두 압승을 거뒀다.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참패한 이후 패배감과 무력감에 사로 잡혀있던 당이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역사적인 날이었다. 개표상황실은 환호성이 가득 찬 축제 분위기였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사무처 직원들은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동료를 앞에 두고, 선거 결과가 과연 눈에 들어왔을까.
더구나 송 의원은 당의 수장인 김 전 위원장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이었다. 김 전 위원장이 어떤 사람인가. 그는 당을 나가는 순간까지도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특권 의식을 버리고 비호감·꼰대 정당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극복해야 한다고 했었다. 그래야 보수 정당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나아가 정권 창출이 가능하다고 역설했었다.
송 의원의 ‘갑질’은 당의 혁신에 힘써왔던 김 전 위원장의 지난 1년 간 노력을 모조리 물거품으로 만들 수도 있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폭행은 없었다’는 거짓 해명으로 더 큰 공분을 사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 곁을 지킨 시간은 그저 허송세월이었나.
당 지도부는 사태를 진화하기 위해 결국 칼을 빼들었다.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은 송 의원을 윤리위원회에 부쳐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당원들 사이에서는 송 의원을 제명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물론 당 차원에서 합당한 징계를 내릴 것이다. 다만, 당이 이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변화를 향한 의지와 진정성을 냉정하게 평가받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