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현장에서]국힘 혁신 진정성? 송언석 징계에 달렸다

권오석 기자I 2021.04.13 05:00:00

재보선 당일 사무처 직원 폭언·폭행으로 물의 빚은 송언석 의원
주호영 "윤리위원회에 부쳐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
사태 수습 정도에 따라 '개혁 진정성' 평가받을 듯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당을 쇄신하고 바꿔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했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말이 무색했던 밤이었다. 사실상 식구나 다름없는 당 사무처 직원을 향해 발길질과 폭언을 했던 송언석 의원 말이다. 자세를 더 낮추고 국민 앞에 겸손하게 다가가도 모자란데, 당의 쇄신 노력에 송 의원이 찬물을 끼얹었다.

(사진=송언석 의원실)
기자도 당시 광경을 목격한 사람 중 하나다. 지난 7일 재·보궐선거 투표가 종료된 오후 8시쯤이었다. 당 지도부와 언론인을 포함한 수많은 인파가 여의도 당사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당사 한 구석에서, 입에 담기도 어려운 욕설이 들렸고 그곳으로 시선이 향했다. 송 의원이 자신의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사무처 직원을 향해 발길질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기자는 눈과 귀를 의심했다.

이날 국민의힘은 보궐선거 핵심 지역인 서울·부산에서 모두 압승을 거뒀다.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참패한 이후 패배감과 무력감에 사로 잡혀있던 당이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역사적인 날이었다. 개표상황실은 환호성이 가득 찬 축제 분위기였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사무처 직원들은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몸과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동료를 앞에 두고, 선거 결과가 과연 눈에 들어왔을까.

더구나 송 의원은 당의 수장인 김 전 위원장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이었다. 김 전 위원장이 어떤 사람인가. 그는 당을 나가는 순간까지도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특권 의식을 버리고 비호감·꼰대 정당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극복해야 한다고 했었다. 그래야 보수 정당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나아가 정권 창출이 가능하다고 역설했었다.

송 의원의 ‘갑질’은 당의 혁신에 힘써왔던 김 전 위원장의 지난 1년 간 노력을 모조리 물거품으로 만들 수도 있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폭행은 없었다’는 거짓 해명으로 더 큰 공분을 사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 곁을 지킨 시간은 그저 허송세월이었나.

당 지도부는 사태를 진화하기 위해 결국 칼을 빼들었다.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은 송 의원을 윤리위원회에 부쳐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당원들 사이에서는 송 의원을 제명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물론 당 차원에서 합당한 징계를 내릴 것이다. 다만, 당이 이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변화를 향한 의지와 진정성을 냉정하게 평가받을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