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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우 "'연애는 귀찮지만', 조미료 無 건강식…큰 위로 받아" [인터뷰]①

김보영 기자I 2020.10.15 09:59:30

차강우 役으로 새 '인생 로코' 명단 추가
"캐릭터 이해하려 정신과 상담, 스마일 표시 연구까지"
대본에 충실하려 근육 만들고 상반신 촬영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사실 강우 역할을 연기하고 여주인공 나은이의 상황을 지켜보며 많은 위로를 받은 건 저였어요. 강우가 나은이에게 힘을 주는 대사 하나하나가 저에게 좋은 에너지가 됐죠.”

배우 지현우. (사진=라이언하트 제공)
배우 지현우가 최근 종영한 MBC에브리원 드라마 ‘연애는 귀찮지만 외로운 건 싫어!’를 통해 또 하나의 ‘인생 로코물’을 목록에 추가했다. 지현우의 말을 빌리자면 지난 13일 막을 내린 ‘연애는 귀찮지만 외로운 건 싫어!’는 ‘당장 입에 넣으면 심심하지만 진짜 내 몸에 좋은 건강식 같은 힐링 작품’이다. 특히 지현우가 ‘슬플 때 사랑한다’ 이후 1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작품인데다 ‘로코킹’이란 수식어를 달고 사는 그에게 특화된 ‘로맨스 코미디’ 장르라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시청률은 0.3%대로 아쉽게 마무리됐지만 젊은 마니아 시청자들을 낳으며 치유와 깨달음을 준 ‘힐링 로맨스물’이었다는 반응이다. 지현우는 최근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드라마에 출연한 소감 및 상대 배우와의 에피소드와 추억들을 털어냈다. 배우 겸 가수란 직업으로 20대와 30대를 거치며 인간 지현우가 느낀 생각과 삶의 변화도 엿볼 수 있었다.

지현우는 밴드 활동으로 연예계에 입문한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지난 2001년 그룹 문차일드의 객원 기타리스트로 연예계에 입문해 2012년 유명 그룹 더 넛츠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2003년 KBS 20기 공채 탤런트로 합격한 그는 연기자로서 본격적인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많은 시청자들의 기억에 자리잡은 KBS2 드라마 ‘올드 미스 다이어리’(2004)의 지 PD 역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는 이후 ‘메리대구 공방전’

(2007), ‘인현왕후의 남자’(2012), ‘트로트의 연인’(2014) 등을 거치며 ‘로코킹’이란 수식어를 얻게 됐다. 이후 JTBC ‘송곳’(2015)을 통해 연기 변신을 꾀해 MBC ‘도둑놈, 도둑님’(2017)에 출연하며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최근에는 MBC ‘사생결단 로맨스’(2018), ‘슬플 때 사랑한다’(2019)에 이어 이번 MBC 에브리원 ‘연애는 귀찮지만 외로운 건 싫어!’(조진국 극본, 이현주 연출)를 통해 연이어 의사 역할을 연기해 ‘의사 전문 배우’란 별명까지 얻게 됐다.

‘연애는 귀찮지만 외로운 건 싫어!’는 연애는 하고 싶은데 심각한 건 부담스럽고, 자유는 누리고 싶은데 외로운 건 싫은 젊은이들이 코리빙하우스에 입주해 모여 살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드라마다. 지현우는 극 중 정신과 의사인 남주인공 차강우 역을 맡아 여러 어록을 남기며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선사했다. 최종회에서는 극 중 여주인공 이나은(김소은 분)과사랑을 이루며 해피엔딩을 맞이했다.

지현우는 “부담 없이 시작했고 부담가지지 말자는 생각으로 과정 내내 임했다”는 말로 운을 뗐다.

그는 “사실 시청률이 그렇게 의미가 있나 생각을 한다”라며 “주변에 친한 동생들을 보면 영화도 그렇고 TV가 있어도 다 핸드폰으로 보고 있더라. 무엇보다 한 분이 됐건 두 분이 됐건 보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고 재미를 줄 수 있다면 괜찮다,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임한 것 같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강우가 나은이와 사랑을 이루는 해피엔딩을 통해 자신 역시 치유를 받았다고도 털어놨다. 그는 “강우가 처음 나은이를 본 순간부터 핸드폰에 ‘히어로’로 저장하고, 나은이를 치유해주고 자신 역시 치유 받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연기하는 저도 자연스레 치유가 되는 느낌을 받았다”며 “저도 그렇고 다른 극 중 인물들 모두 해피하게 마무리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극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이 주인공인 드라마였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 내가 속한 포지션 내에서 다른 인물들과 작품을 더 부각하고 빛내주게 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쏟았던 작품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정신과 의사인 강우를 연기하기 위해 처음으로 정신과 상담도 받았던 그다. 밝은 캐릭터의 이미지에 부합하기 위해 스마일 표시 등에 집착하는 디테일 역시 그의 고민과 연구로 탄생했다. 지현우는 “실제 그런 것을 하고 다니거나 집착하면 어떨까, 그럼 주인공의 트라우마나 특성이 더 잘 포착될 수 있을까 생각하며 계속 눈여겨 봤다”며 “매일 거울을 보며 웃는 연습을 하고 나간다던 실제 정신과 의사분들의 이야기도 참고했다. 고전이지만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보며 남주인공들과 강우의 역할을 대입시켜 보기도 했다. 스마일 표시는 인터넷에서 검색해 찾아냈다”고 회상했다.

(사진=MBC에브리원 ‘연애는 귀찮지만 외로운 건 싫어!’)
매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김소은과의 달달한 로맨스씬은 방영 직후 늘 관심을 모았다. 특히 지현우는 현실감 넘치는 로맨스 묘사를 위해 베드신을 찍는 과정에서 6개월 간 운동으로 몸을 만들고 상반신을 노출해 주목받았다.

지현우는 “엄청 부담이 됐다”고 떠올리면서도 “20대의 저는 운동을 안 하는 사람이었다. ‘배우가 꼭 몸이 좋아야 돼?’하는 마음가짐이었는데 3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는 대본에 나와있는 지문을 최대한 따라가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겼다. ‘드러나는 젊은 육체’, ‘옷을 갈아입는데 볼 만 하다’ 이런 지문들 말이다. 내 기준에 볼 만한 육체가 되려는 지문에 충실하려다 보니 자연스레 운동과 식단을 병행하게 됐다. 홈트와 식단관리를 하면서 조금은 고독감을 느낄 때도 많았다. 촬영이 끝난 지금은 그 생활을 완벽히 청산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또 “몸이 가장 정직한 것 같다. 특히 이번을 통해 앞으로도 평소에 그래도 어느 정도 준비를 해 놔서 두, 세달만 열심히 해도 언제든 촬영을 위한 좋은 몸을 만들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고 느꼈다”며 “원래는 살이 안 찌는 체질이었는데 바뀌었다. 군대를 갔을 때 식단 관리를 전혀 안하고 먹고 싶은대로 다 먹으니까 86kg까지 쪘었다”고도 덧붙였다.

극 중 소설가를 꿈꾸는 나은이를 따뜻하게 어루어만지는 강우의 대사를 소화하며 자신 역시 많은 힐링과 에너지를 얻었다고도 회고했다.

지현우는 그 중 기억에 남는 대사로 “‘꿈도 좋고 목표도 좋지만 지금을 즐기라’고 위로해주는 장면이 있는데 사실은 편집됐다”고 꼽으며 “저는 그 말이 저에게 건네는 말 같아서 그 대사가 참 좋았다. 내가 꿈과 목표만 생각하느라 현재를 즐기지 못하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팬이 보낸 편지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었다. 내가 너무 열심히 하는 건 좋지만 그래서 너무 열심히 하다 연기가 싫어질까봐 걱정된다는 내용이 있었던 게 기억이 남는다. 그래서 나은이 캐릭터에 공감이 많이 갔다. 꿈과 목표를 위해 끙끙대는 그런 모습이 제 모습 같아서 공감이 된다”고도 덧붙였다.

실제 자신이 누군가와 연애할 때도 강우와 비슷한 스타일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안 되는 부분들도 좀 있었다”며 “상대방이 내 기준 상식에 벗어나는 행동을 했을 때 제가 그걸 감싸주거나 ‘우쭈쭈’를 잘 못해준다고 많이 느낀다. 이야기를 들어주기는 하지만 그 뿐이다(웃음). 사람의 이야기를 다 듣고 진심으로 다 받아들여서 심각하고 혼돈이 생긴다. 고장이 난다”고 솔직히 답하기도 했다.

그간 찍었던 로코물들과 이번 작품이 달랐던 점도 언급했다. 그는 “자극적인 부분이 많지 않아 좋았다”며 “시청률을 위한 자극적인 요소들은 조미료 같다. 입에선 즐겁지만 속이 더부룩한 것처럼 저도 모르게 느끼는 불편함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작품은 심심하지만 소화가 잘되는 건강식 같은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그게 이루어져서 편안했던 작품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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