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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눈앞` 검수완박법, 원조 `수사·기소 분리안`과 뭣이 다른가

한광범 기자I 2022.05.01 09:15:40

수사·기소 분리 요구 있지만 검수완박과 상반
기존안, 조직 축소 통해 1차수사 축소에 방점
`통제 강화` 검수완박, 정작 경찰엔 선의 기대
"세계 어디도 檢 수사권 제한하지 않아" 지적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새 정부 출범 전 입법 완료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수사·기소 분리 필요성을 주장하던 법조계마저도 민주당 법안을 강력 반대하고 있다. 이는 검수완박이 수사권 통제와 권한 분산 등 세부적인 내용 측면에서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검수완박을 강행하며 수사·기소 분리가 법조계의 오랜 요구였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은 그동안 법조계에서 제기되던 검찰의 수사권·기소권 분리(이하 법조계안)와는 큰 차이가 난다. 그동안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는 지적을 받아온 검찰이 인지수사(1차 수사)를 줄여 기소와 공소유지에 중심을 두게 해야 한다는 방향성에선 일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지만, 수단 측면에서 전혀 다르다.

검수완박은 법률을 통해 장기적으로 검찰의 수사 개시권(1차 수사권)을 박탈하는 방향이다. 애초 검찰의 1차 수사권 범죄엔 제한이 없었지만 민주당 주도의 검찰개혁 입법으로 지난해 1월부터 ‘6대(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로 한정됐다.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검찰청법 개정안은 올해 9월부터 검찰 1차 수사권 대상을 2대 범죄(부패·경제)로 더 줄이도록 했다. 다만 선거범죄의 경우 6월 지방선거를 고려해 선거범죄 공소시효(6개월)가 종료되는 올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1차 수사권을 갖게 했다. 2대 범죄에 대한 1차 수사권마저도 향후 한국형FBI인 ‘중대범죄수사청’이 설치될 경우 없앤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켜 1년 6개월 이내에 중수청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이다.

법조계 “檢수사 줄이더라도 거악범죄 수사 필요”

반면 법조계안은 수사 단계에서 확증편향에 빠질 경우 통제장치가 부족한 검찰의 1차 수사는 줄이는 것에 동의하면서 그 방식은 전혀 다르다. 미국 등의 사례처럼 검찰의 조직과 인력을 줄이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사의 수사업무를 지원하는 수사관 등을 지속적으로 감축하는 방식으로, 법률가인 검사가 1차 수사보다는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 혹은 경찰의 미진한 부분만 수사하는 보완수사나 공소유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고도화된 지능범죄 등 법률가인 검사의 수사 능력이 필요한 범죄에 대해선 검찰의 1차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정농단 등 정치·경제권력 등이 복잡하게 엮인 사건에선 법률가 집단인 검찰의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의 인지수사의 문제에 대해선 검찰 내부에서조차 공감대가 많다”면서도 “미국 등의 경우처럼 일부 거대 비리 사건에 대해선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서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에서 넘어온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2차 수사) 범위에 대해서도 검수완박법과 법조계안은 크게 다르다. 검수완박법은 검찰의 별건수사를 막겠다며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2차 수사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반면 법조계에선 2차 수사 범위를 제한할 경우, 잘못된 경찰 수사를 바로잡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며 무제한적인 2차 수사 허용을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는 문재인정부 검찰 개혁의 가장 큰 문제로 14만 거대 조직인 경찰에 대한 통제권을 크게 약화시켰다는 점을 꼽는다. 사진은 지난 3월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충남 아산 경찰대학에서 열린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에서 축사를 하는 모습. (사진=청와대)


또 다른 차별성은 ‘검찰의 경찰에 대한 통제’다. 법조계안은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등 강력한 통제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대부분의 범죄 수사를 경찰이 진행하는 상황에서 수사기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를 방지할 권한을 검찰이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사종결권도 반드시 법률가인 검사가 가져야 한다는 시각이다.

文정부, ‘14만 조직’ 경찰은 믿는다?…통제 약화

하지만 검수완박은 이 같은 주장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1차 검찰개혁은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줬다. 과거 무혐의 결론을 내리더라도 검찰에 ‘무혐의 의견’을 달아 송치했던 것과 달리 이제 경찰은 자체적으로 불송치 결정을 할 수 있다. 사실상 경찰 수사권 독립이다.

하지만 이는 경찰에 대한 통제 부실화로 나타나고 있다. ‘수사기관에 대한 통제강화’라는 검찰 개혁의 목표에도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다. 실제 경찰 수사권 독립은 시행 1년 동안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특히 무혐의 종결에 대한 이의사건에서 검찰이 보완수사 요청만 가능해 수사지연 등의 부작용 등의 문제가 드러나는 상황이다.

법조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도 경찰에 대한 통제가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란 부분이다. 현재 남아있는 검찰의 경찰에 대한 통제수단은 영장청구권이 유일하다. 검사로서는 경찰의 영장신청 이전까진 사건에 대한 개입이 쉽지 않은 것이다. 수사지휘권이 있던 당시에도 경찰 수사 대부분이 자율적으로 이뤄졌다고 하지만, 현재는 사실상 통제장치가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검찰총장 시절 ‘검수완박’에 대해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할 것’이라는 의미의 “부패완판”이라고 비판했던 그는 대통령 당선 후 직접적 언급을 피하고 있다. (사진=인수위사진기자단)


수사지휘권이 있을 경우 법률가인 검사는 경찰 수사단계에서부터 수사를 진두지휘하게 된다. 단순히 수사의 방향성을 정하는 것을 넘어 향후 기소 이후 상황을 고려해 사법적 지원의 의미도 있다. 수사경찰로서도 검사의 수사지휘는 경찰 조직 내부의 압력을 피해 갈 수 있는 장치가 될 수도 있다.

수도권 검찰청 소속 한 평검사는 “경찰 단계에서 특정한 방향성을 결정해 놓은 경우 송치 후에 이를 바로잡는 것은 매우 어렵다. 또 공소유지에서 필요한 증거를 결국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까지 발생한다”며 “검사가 적극적으로 1차 수사에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태섭 “검수완박, 형사시스템 개혁 아닌 복수 감정 기인”

실제 수사의 99%가 이뤄지는 경찰 단계에서의 인권침해 가능성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검찰에 대한 호불호와 무관하게 법률가인 검사가 경찰 수사 단계 전반에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하지만 검수완박으로 검찰의 1차 수사권이 사라질 경우 경찰에 대한 통제는 더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인권침해가 발생할 우려가 큰 수사에선 그 주체가 누구든지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검찰 수사 통제를 명분으로 내세우는 민주당이 검찰에 비해 10배 이상 거대 조직인 경찰에 대해선 통제를 포기하고 ‘선의’를 믿겠다고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법조계의 우려가 계속되고 있지만 민주당은 검수완박법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기 쪼개기를 통해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해 지난달 30일 검수완박법의 두 축 중 하나인 검찰청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오는 3일 남은 한 축인 형사소송법 개정안 처리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동안 일관되게 수사·기소 분리를 주장해왔던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국회 토론회에서 “세상 어느 나라도 검찰이 다룰 수 있는 사건을 제한한 경우는 없다”며 “형사사법시스템 개선 목적이 아니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통령 당선에 대한 복수로 추진해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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