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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통토크]"믿지못할 통계는 의미없어..'조작오해' 뿌리뽑겠다"

방성훈 기자I 2013.10.29 07:00:00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한국의 이혼율은 47.4%. 2003년 12월 보건복지부의 이혼율 발표에 관계기관이 발칵 뒤집혔다. 국내 부부 두 쌍 중 한 쌍 꼴로 이혼한다는 내용은 체감적으로도 현실과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 통계는 2002년 한 해 이혼한 부부 수를 혼인한 부부 수로 단순하게 나눈 ‘통계상의 오류’였다. 이같은 오도된 통계를 토대로 정책을 만들었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이데일리 권욱 기자]박형수 통계청장 인터뷰
박형수(46·사진) 통계청장이 취임하면서 가장 강조한 대목은 바로 통계의 ‘정확성’이었다. 정책의 근간이 되는 통계가 잘못되면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곧 그동안 정부기관이 생산해낸 통계 중에서 다소 부정확한 통계가 적지 않았다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 젊은 통계청장의 도전..“벌여놓은 일은 끝까지 책임”

박 청장을 최근 만났다. 이데일리 TV의 ‘이데일리 초대석’이란 프로그램 녹화를 마친 후 자리를 함께했다. 첫 인상에서부터 40대 청장의 패기를 느낄 수 있었다.

“통계청장은 임기가 길어야 합니다.” 정확한 통계를 만들기 위해선 그만큼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실제 그는 취임과 동시에 ‘국가통계 발전 기본계획’이라는 5년짜리 밑그림을 그렸다. 이젠 색칠하는 작업만 남았다고 한다. 그는 “5개년 계획은 내후년쯤 되면 성과들이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며 “의도대로 결과가 나오려면 처음 계획을 수립한 사람이 끝까지 밀어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 청장은 통계청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강조했다. 과거에는 정부가 유리하게 수치를 조작하거나 정무적 판단에 따라 공표를 지연하는 일이 종종 발생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기 때문에 통계 조작은 있을 수 없습니다. 다만 언제, 어떤 수준으로 정보를 공개할지에 대해선 여전히 외압이 있을 수 있지요. 때문에 관련 법령을 정비해 앞으로는 발표시점, 발표내용 등 구체적인 항목을 만들어 오해를 불식할 예정입니다.”

박 청장은 우선 경제 관련 통계를 정비하는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와 맞춤형 고용·복지 등 주요 국정목표를 뒷받침하는 시의성 있는 통계가 필요합니다. 향후 경제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려면 현재의 경제수준을 제대로 측정하고 진단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지요.”

◇ ‘정확한’ 통계 작성을 위한 시도

통계청의 독립성과 중립성은 신뢰성 있는 통계의 기본이다. 그는 “통계의 신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실업률이나 물가 등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통계에 대해 불신이 크다는 점을 인정한다.

“실업률의 경우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으로는 조사 기간 중 1시간만 일해도 취업자로 간주합니다. 취업준비생은 비경제활동 인구로 포함되지요. 하지만 실업률은 비경제활동 인구를 제외하고 통계를 내기 때문에 오해가 발생합니다.”

이에 따라 그는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비경제활동인구를 포함한 ‘실업보조지표’를 따로 만들어 내년 하반기부터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단순히 실업률을 낮추거나 고용률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비경제활동인구를 취업자로 만들 계획이 있습니다. 실업자 외에도 불완전취업자나 잠재노동력이 포함된 통계를 제시해 정부가 효과적인 고용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물가통계도 마찬가지다. 체감물가와의 괴리를 줄이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반영해 가중치를 변경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방식이다.

“물가지수를 산정할 때 품목 선정은 5년 단위로 하되 물가 가중치를 3년마다 적용하고, 소비패턴의 변화에 따라 가중치를 달리할 것입니다. 특히 소비패턴 변화 분석 등 실제 국민들의 장바구니 물가를 들여다보기 위해 빅데이터 위원회를 설립, 데이터 활용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요.”

◇ 각 부처 행정자료 ‘데이터 칸막이’ 없애겠다

통계청은 최근 ‘경력 단절’ 여성들의 취업 관련 통계를 마련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노동력은 계속 줄고 있지만 출산 등으로 휴직한 여성들에 대한 정확한 실태파악이 어렵기 때문이다.

사망통계를 바꾸는 작업도 진행중이다. 통계청은 현재 89세까지는 연령별 통계를 제시하고 있지만 90세 이상은 일괄적으로 집계하고 있다. 하지만 평균수명 연장에 따라 앞으로는 90세 이상에 대해서도 연령별 통계를 따로 마련할 예정이다. 통계청은 이처럼 시대 흐름에 따른 통계 개발 외에도 기존 통계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경제발전과 이에 따른 국민의 생활수준 향상, 저출산, 고령화 등까지 다양한 사회변화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정부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정부가 어떤 정책을 필요로 하는지 알기 위해 통계가 좀 더 앞서 나갈 필요가 있지요.”

박 청장은 ‘집세 지수’, ‘중산층 지표’, ‘기후 변화’ 등 ‘삶의 질’과 관련된 통계도 발표할 예정이다. “예를 들면 전세나 월세로만 구분돼 있는 집세지수를 아파트, 단독주택 등 주택 유형별로 집세 작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요. 중산층 지표의 경우에는 소득 외에 자산까지 고려해 통계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박 청장은 이 같은 작업을 위해 각 부처와 유관기관이 ‘데이터 칸막이’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계를 생산할 때 각 부처 보유자료나 행정자료 등도 참고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여러 부처에 걸쳐 있어 시도조차 못했던 통계들을 생산해낼 수 있지요. 정부 3.0시대 맞춤형 서비스를 위한 통계청의 기본작업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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