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기름값 들썩…간신히 눌러놓은 2%대 물가 관리 '비상'

이지은 기자I 2024.02.27 05:00:00

국내 기름값 한달째 올라…설 기점 1600원대 돌파
이달 국제유가 80달러대↑…2주 시차 두고 반영돼
먹거리 '고공행진'…金사과, 설 직전보다 더 비싸
정부 대책 쏟아냈지만…"통제 불가, 일시 상승할 것"

[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설 명절 이후 기름값 오름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과일 등을 중심으로 식료품 가격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물가를 자극할 주요 변수가 추가된 것이다. 2%대 물가 수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2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앞에 휘발유 가격이 게시돼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천633.65원을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기름값은 한 달 넘게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리터(ℓ)당 1500원대였던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설 연휴(지난 9~12일)를 기점으로 1600원대를 넘어섰고, 등락 없이 계속해서 우상향하면서 26일 오후 기준 1635원까지 올랐다. 서울 지역은 11주 만에 1700원대를 돌파한 상태다.

이는 새해 들어 본격화된 국제유가 상승세에서 기인한다. 한국 원유 수입의 기준인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달 2일 75.97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오르기 시작해 이달 8일 80.56달러를 기록한 뒤 내내 80~81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지난달 2일 각각 75.89달러, 70.38달러로 올해 최저가를 기록했으나 이달 8일 이후부터는 80달러 전후에서 거래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제유가를 끌어올린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가 유럽에서는 재고 감소가 일고 있어 당분간 국제유가는 지속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씨티그룹은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 OPEC 플러스(+) 추가 감산, 주요 산유국 공급 차질 등이 발생할 경우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정부도 최근 불안한 기름값이 물가 상방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이달 말 종료하기로 했던 유류세 인하 연장 조치를 오는 4월까지 2개월 더 연장했다. 또 유가 상승기에 편승한 인상 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상반기 특별점검을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달 반년 만에 2%대까지 둔화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달 다시 3%대로 반등할 확률이 높아진 상태다. 석유류는 물가 집계 시 품목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크다. 앞서 통계청은 지난해 12월 휘발유(20.8→24.1)와 경유(13.0→16.3)의 가중치를 대폭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국제유가의 영향은 통상 2주의 시차를 두고 반영되기에 설 기간 확대됐던 상승 폭은 이제서야 국내 기름값으로 나타나는 상황이다. 지난해 2월 유가가 하락세였다는 점도 기저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

과실류를 중심으로 농산물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가 두 달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121.80(2015년=100)으로 지난해 12월(121.19)보다 0.5% 상승했다. 품목별 전월 대비 등락률을 보면 농림수산품이 3.8% 상승했다. 농산물 중에서는 사과(7.5%), 감귤(48.8%) 등이 크게 올랐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대형마트 과일 판매대. (사진=연합뉴스)
여기에 서민들의 체감물가를 직격했던 먹거리 가격은 여전히 잡히지 않고 있다. 통상 설에는 성수품 중심으로 재화 수요가 몰린 뒤 이후에는 장바구니 부담이 줄기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여겨진 과일을 비롯해 식료품들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26일 기준 사과(후지·10개) 소매가격은 2만9299원으로, 설 연휴 직전이었던 8일(2만5243원)에 비해 가격이 오히려 더 올랐다.

정부는 지난 22일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등 물가 관계부처들이 모두 참석한 ‘물가안정 관련 경제현안 관계장관 간담회’를 열고 최근 가격이 오른 농산물에 대한 각종 할인 지원 및 세제 혜택을 발표했다. △청양고추·오이·애호박 출하장려금 신규 지원 △대파 납품단가 지원 지속 △수입과일 관세 인하 물량 2만t 추가 배정 △사과·배·토마토 등 과일류와 오징어 대상 300억원 할인 지원 등이다.

그러나 이런 대책들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품목만 바뀌면서 진행돼왔다. 특히 1년 주기로 출하되는 과일의 경우 ‘생육 부진으로 인한 생산량 급감’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만한 카드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지난주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2%)으로 수렴할 거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 긴축 기조를 지속하겠다며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식료품 가격은 기후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고 에너지 가격은 산유국의 감산 결정 등 중동 정세에 의해 영향을 받는데, 두 가지 모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으로 통제할 수 없는 요인”이라며 “물가는 내달 일시적으로 3%대로 뛸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