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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모에 전재산 준 父…자식들은 상속받을 수 있나?[상속의 신]

성주원 기자I 2024.02.18 09:00:26

조용주 변호사의 상속 비법(2)
피가 섞이지 않으면 상속 대상 안돼
계모의 양자 입양 또는 유언 있어야

[조용주 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 어느 나라 동화책이든 계모가 나쁘게 나오는 동화는 많이 있다. 그러나 실제 나쁜 계모보다는 좋은 계모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자식을 직접 낳지 않아도 가슴으로 키운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상속의 경우 계모로 인해 상속의 피해를 입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옛날에는 친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면 계모가 들어와서 남편의 자식들과 같이 사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이혼과 재혼이 많아지면서 계모나 계부의 문제가 생기고 있다. 이러한 계모나 계부가 있는 경우 어떤 상속문제가 생길 수 있을까.

보통 사람들은 재혼한 배우자가 있는 경우 그 배우자가 낳은 자식이 아니더라도 사망 시에는 상속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상속법은 상속의 순위를 직계존속, 직계비속, 형제자매, 4촌 이내의 방계 혈족, 배우자로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혈연으로 맺어진 자식이 아니라면 계모나 계부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다. 자식이 먼저 죽은 경우에도 계모나 계부가 상속을 받을 수 없다. 상속순위는 피와 법률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피가 섞이지 않으면 상속을 받을 수 없는 것이 우리 상속법이다. 우리 민법은 1990년에 개정되면서 계모자관계는 단순한 인척관계로 보고 있다.

사례를 보자. 친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혼자 살기 어려워 새로운 여자를 받아들였다. 그 여자는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고 자식까지 낳은 상태에서 이혼한 여자였다. 계모와 아버지는 오랫동안 살았고 아버지가 아파도 계모는 아버지를 잘 간호해 주었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죽자 아버지는 계모에게 전 재산을 주었다. 아버지의 자식들은 계모에게 전 재산을 주는 것에 대해 이해를 했고, 나중에 계모가 죽기 전에 재산을 나눠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평소 계모도 아버지로부터 받은 재산을 아버지의 자식들에게 줄 것이라는 말을 계속 했다. 그러나 계모도 나이가 들고 죽기 전이 되자 자신이 낳은 자식에게 재산을 전부 주려고 했다. 이에 반발하는 계모의 자식이 아닌 자식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계모가 아버지의 사망 시에 전부 상속을 받더라도 계모에 대한 상속권이 아버지의 자식들에게는 없기 때문에 유류분이 침해되는지 아는 날부터 1년 이내에 계모의 재산에 대해 유류분 청구를 해야 한다. 유류분은 자식들의 상속지분의 2분의 1까지 보장해 주는 것이지만, 단기소멸시효를 가지고 있어서 아버지의 사망 시로부터 1년 내에 하는 것이 안전하다. 계모가 나중에 재산을 나눠줄 것이라고 하는 것도 마음이 변하면 어떻게 할 수 없다. 오히려 계모에게 그 약속을 지키려면 사전 증여를 하거나 유언을 하라고 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다.

또 계모나 계부로부터 상속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민법 제908조의 2의 친양자입양의 방법을 사용하는 것도 있다.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나, 성년자의 경우에는 부모의 동의만 받으면 계모나 계부의 친양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친양자입양이 되기 위해서는 계모나 계부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그리고 재산문제로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계모나 계부가 친양자입양을 해주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계모가 나이가 들도록 아버지의 자식들이 잘 봉양을 해서 재산의 유지나 증가에 기여했다는 사정으로 기여분을 청구할 수 있을까. 기여분은 민법 제1008조의2에 의해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증가에 기여하거나 특별히 봉양했을 때에 인정되는 것으로 상속인에게만 인정된다. 아버지의 자식들은 계모의 상속인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지극정성으로 모셔도 기여분 청구를 할 수 없다. 계모가 특별히 사전증여나 유증을 하지 않는 이상 아버지의 자식들은 재산을 받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또한 증여세의 경우에도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계모로부터 증여받으면 증여재산공제 5000만원을 받을 수 있지만, 돌아가시고 혼자 계신 계모로부터 돈을 받을 때에는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이외의 친족이 되어 1000만원만 공제받는다. 우리 법은 아무리 가슴으로 키운 부모라고 해도 피가 섞이지 않으면 차별을 하고 있는 셈이다.

■조용주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사법연수원 26기 △대전지법·인천지법·서울남부지법 판사 △대한변협 인가 부동산법·조세법 전문변호사 △법무법인 안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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