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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 두줄 엮다보니 40년…매듭 알리려 평생 만든 144점 풀었지요"

이윤정 기자I 2023.09.19 05:30:00

매듭공예가 이부자 기증 특별전 '매듭'
노리개·주머니·선추·보자기 등 전시
"귀중한 작품 예쁘게 봐주고 사랑해주길"
11월 6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오래 앉아 있으면 힘들어요. 한번 일어나고 그러면 작업이 잘 안되니까 몇시간씩 앉아서 작업하죠. 보통 일이 아니지만 내가 원하는 작품이 나왔을 때는 기가 막히게 기분이 좋아요.”

하루에 5~6시간씩 꼬박 앉아서 여러 가닥의 실을 꼬아 끈목을 만들고, 색을 입히고, 매듭을 맺었다. 그렇게 반평생 만들어 온 작품 100여 점을 모두 모아 국립민속박물관에 기부하기로 했다. 평생을 바친 작품들이 집에서 모두 나간 날은 가슴에 구멍이 뚫린 듯 허전해서 눈물이 흘렀다고 한다. 더 많은 사람에게 매듭의 아름다움을 알릴 수 있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했다. 매듭공예가 이부자(79) 씨 이야기다.

이 씨의 기증작품 144점을 선보이는 기증 특별전 ‘매듭’이 오는 11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이 씨의 기증품을 비롯해 160여 점의 자료로 전통 매듭의 세계를 선보인다. 최근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만난 이 씨는 “매듭을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나는 못 먹을지라도 작품을 만드는 일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고 말했다.

매듭공예가 이부자 씨(사진=국립민속박물관).
매듭의 역사는 고구려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래됐다. 생활용품에서부터 노리개 같은 장신구, 상여의 유소 장식 등 의례에까지 다양하게 활용됐다. 조선시대 왕실에서 매듭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매듭장’과 ‘다회장’(매듭의 재료인 끈목을 만드는 장인)은 주로 남성이었다. 1970~80년대에는 여성들의 규방공예가 유행하면서 매듭이 부흥했다. 수많은 매듭 강좌가 개설됐고,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기념품으로 ‘동양 매듭’이 유행하면서 남대문 시장 등에서 많이 판매됐다. 이 씨가 전통매듭의 매력에 빠진 것도 이 시기였다.

우연히 스승인 인간문화재 김희진(1934~2021) 씨의 매듭 강의를 듣게 됐고 그 자리에서 바로 등록을 하면서 매듭 공예가의 길을 걷게 됐다. 스승의 한국매듭연구회에 들어가 매듭을 배우고, 스승의 작업을 도왔다. 전승공예대전에 작품을 출품해 총 7번을 수상했으며 2012년에는 개인전도 개최했다. 이 씨는 “스승이 깐깐하다 싶을 만큼 꼼꼼했다”며 “덕분에 내 솜씨도 다져질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부자의 ‘비취발향노리개’(사진=국립민속박물관).
이번 전시에서는 모시발 발걸이 유소(길게 늘어뜨리는 형태의 장식물)를 비롯해 주머니, 선추, 목걸이, 묵주, 인로왕번(불교 의례용 깃발), 보자기 등을 다채롭게 선보인다. 전통적인 것에서부터 현대적으로 응용한 것까지 그가 손으로 빚어낸 정성의 시간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은 노리개다. 이 씨는 “작품 중에서 비취발향 노리개라는 작품이 가장 마음에 든다”며 “특별상을 받기도 했지만 그 작품이 가장 예쁘다”고 했다.

그가 기증을 결심한 것은 기증 경험이 있는 천연염색 연구가 이병찬의 권유 덕분이었다. 이 씨는 “이제는 작품들이 박물관에 보관되어 관리한다고 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안하다”며 “이 귀중한 작품을 예쁘게 봐주시고 사랑해달라”고 전했다.

매듭공예가 이부자 씨(사진=연합뉴스).
이부자의 ‘천상의 계단’(사진=국립민속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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