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언론중재법과 與의 내로남불

송길호 기자I 2021.09.06 06:10:00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장]인터넷 매체인 뉴스버스의 단독보도에 대해 여권 주요 인사들이 보인 반응이 몹시 흥미롭다. 지난해 총선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인 손준성 검사가 검·언 유착 의혹 보도 등으로 윤석열 전 총장 등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유시민 등 여권 인사들과 MBC 등 언론사 관계자에 대해 고발장을 작성해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국회의원 후보)에게 전달하여 야당에 고발을 사주했다는 내용이다. 당사자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그리고 최강욱 의원이다.

박 장관은“의혹 보도를 한 매체가 추가 보도할 예정이라는데 진상규명 협조 차원에서 빠른 보도를 부탁한다”고 했고, 조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 “MBC 외에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특히 국회에서 언론중재법을 강행처리하려고 한 최의원은 윤 전 총장 고발 사주 의혹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마치고“이런 충격적인 기사를 메이저 언론에서 왜 안 쓰는지 알 수 있나”라고 되물었다. 하나 같이 고발 사주 의혹보도를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자유를 위축시키는 언론중재법 개정을 열렬히 지지하던 그들이 갑자기 언론의 보도를 독려하는 모습을 보니까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고발사주 의혹을 보도한 뉴스버스의 단독기사는 언론으로서 취재가치가 있는 공적사안인가. 즉 국민의 알 권리 대상인가. 그렇다면 다른 언론매체들도 인용보도를 하면서 따라가야 하는가.


대부분의 국민들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할 것이다. 보도에 언급된 윤 전 총장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지지율 1위를 다투고 있는 유력 대선주자일 뿐만 아니라,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실현해야 하는 검찰이 정치권과 야합하여 수사를 하려고 했다는 의혹은 굉장히 중요한 공적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여권이 밀어붙이는 언론중재법이 개정되었다고 가정하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당장 인터넷에서 관련 의혹 기사를 볼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열람차단청구권’을 신설했기 때문이다. 청구할 수 있는 요건은 매우 추상적이다. “언론보도 등의 제목 또는 전체적인 맥락상 본문의 주요한 내용이 진실하지 아니한 경우”등이다. 보도 내용이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 손준성 검사와 김웅 의원은 즉각 열람차단청구권 행사를 통해 의혹이 실린 모든 기사를 온라인에서 사라지게 할 수 있다.

또한 “반복적으로 허위보도”등을 한 경우에는 법원은 고의 또는 중과실을 추정해야 하고, 이를 통해 손해액의 5배까지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신설하는 것도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매우 위험한 시도다. 물론 허위보도를 한 경우에는 당연히 언론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탐사보도의 경우 초반에 허위인지 아닌지를 명확히 판단할 수 있을까. 즉 뉴스버스의 이번 단독기사가 허위일까 사실일까. 현 단계에서는 알 수가 없지만 ‘반복적으로’ 후속보도를 이어가는 것이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유력 대선 후보가 관련된 의혹이 제기된 기사를 국민이 더 이상 볼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민주주의국가에서 가능한 일인가. 형사적으로 명예훼손을 처벌하고, 온라인상 기사를 차단하고, 고의 또는 중과실을 추정하며,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두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 한 나라도 없다. 여권은 지금 국민의 알 권리를 제약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제도를 신설하려고 있다.

진영을 불문하고 권력에 대한 견제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 국가의 핵심가치로 보장하고 있다. 과거 군사독재정권 하에서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그때마다 우리에게 다가온 것은 다름 아닌 권력의 횡포와 남용이었다. 이번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보도에 관심이 있고 후속 보도를 기대하고 있다면 논리적으로 여권이 밀어붙이는 언론중재법 개정시도를 반대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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