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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래의 인더스트리]바이오의약품과 셀트리온

강경래 기자I 2021.05.15 06:18:08
이데일리 독자 여러분은 아마도 지난해와 올해 대화 이슈가 바뀐 것을 느끼실 겁니다. 지난해엔 부동산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면 올해 들어서는 주식 이야기가 대부분일텐데요. 그만큼 올해 들어 주식시장이 뜨겁습니다. 하지만 정작 개인 투자자들은 반도체와 바이오, 이차전지 등 최근 주식시장 이슈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강경래의 인더스트리’는 최근 주식시장과 함께 산업계를 달구는 이슈를 보다 쉽게 전달, 투자 등에 도움이 되실 수 있도록 주말마다 관련 배경지식을 다룰 예정입니다.

인천 송도 셀트리온 사옥.(사진=셀트리온)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 지난 3번 ‘강경래의 인더스트리’ 기사를 통해 최근 가장 핫한 이슈인 ‘반도체’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이번에는 가장 큰 이슈라기보다는, 독자와 투자자분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인 ‘바이오’에 대해 다뤄볼까 합니다. 오늘의 주제는 ‘바이오의약품과 셀트리온’입니다.

셀트리온(068270)하면 한국을 대표하는 바이오 회사입니다. 시가총액은 무려 36조원에 달합니다. 이는 삼성전자 488조원, SK하이닉스 94조원 등에 이어 코스피 10위에 해당합니다. 10여 년 전만 해도 가능성으로만 주목을 받았던 벤처기업 셀트리온이 이렇게 수년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바이오의약품, 특히 ‘바이오시밀러’에 선도적으로 진입했기 때문입니다.

세포를 활용해 만드는 바이오의약품

바이오의약품에 앞서 의약품 산업 전반에 대해 아셔야 합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흔히 들어보신 국내 제약사로는 유한양행, 한미약품, 광동제약, 종근당, GC녹십자, 보령제약 등이 있을 겁니다. 이들 제약사가 올리는 매출 중 상당액이 의약품 복제약, 즉 ‘제네릭’이 차지합니다. 이를테면 존슨앤존슨, 화이자, 머크, 노바티스, 사노피, 암젠 등 해외 글로벌 제약사들이 오리지널 의약품을 만들면 판매에 있어 독점적인 지위, 즉 특허권을 약 10년 정도 보장받습니다.

그러면 국내 제약사들은 이들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 기간이 종료할 때를 맞춰 오리지널 의약품을 복제한 약을 만들어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이들 오리지널 의약품을 만드는 데는 적게는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까지 돈이 들어갑니다. 이런 이유로 자금 여력이 있는 해외 글로벌 제약사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만들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국내 제약사들은 복제약에 주력하는 형태가 된 것이죠.

다행스럽게도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제약사들도 어느 정도 매출 등 규모를 갖추고 오리지널 의약품에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보령제약 혈압약 ‘카나브’, 유한양행 폐암약 ‘렉라자’ 등이 그렇습니다.

앞서 언급한 의약품은 화학물질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만듭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흔히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알약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1980년대 들어 새로운 형태의 의약품이 나옵니다. 화학약품이 아닌 살아 있는 세포, 즉 ‘셀’(cell)을 조합해서 의약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는 생명체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셀을 활용하기 때문에 생명체인 사람 몸에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작용을 합니다. 대표적인 바이오의약품이 미국 에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입니다.

휴미라는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무려 22조원이나 팔리면서 단일 의약품으로는 수십년째 1위를 기록 중입니다. 에브비 외에 로슈 역시 바이오의약품에선 유명한데요. 로슈는 혈액암 치료제 ‘리툭산’,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 등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바이오의약품이 등장하면서 종전 화학약품을 조합한 의약품은 화학의약품, 또는 합성의약품이란 용어로 별도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항체의약품’이라고도 하는 바이오의약품은 화학의약품과 달리 복제가 쉽지 않다는 것이죠. 사실 과거엔 바이오의약품은 복제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습니다. 왜냐하면 화학의약품은 화학약품 조합이기 때문에 화학적으로 분해하고 성분을 분석한 뒤 재조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이오의약품은 살아 있는 셀을 단위로 하기 때문에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과 동일하게 만든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거죠.

이젠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 도전해야 할 때

하지만 이 어려운 걸 셀트리온이 해냅니다. 셀트리온이 얀센 ‘레미케이드’ 복제약인 ‘램시마’를 최초로 출시한 것이죠. 하지만 이는 레미케이드를 완전히 복제한 형태가 아닌 유사한 형태입니다. 이런 이유로 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을 영어로 ‘유사하다’(similar)는 의미를 붙여 ‘바이오시밀러’라고 합니다.

셀트리온은 램시마 이후에도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허쥬마’를 잇달아 출시했습니다. 이렇게 램시마와 트룩시마, 허쥬마를 묶어서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3총사라고 부릅니다. 특히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과 효능은 비슷한데 가격은 20∼30% 정도 저렴합니다.

이렇게 가격을 낮췄다고 해서 수익성이 나쁜 것이 아닙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매출액 1조 8491억원에 영업이익 7121억원을 올렸습니다. 영업이익률이 38.5%에 달한 것이죠. 결국 셀트리온은 세상에 없던 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즉 바이오시밀러라는 영역을 선도적으로 개척하면서 현재까지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셀트리온이 독주해오던 바이오시밀러 영역. 하지만 지금은 국내외 유수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진입하거나 진입을 준비 중입니다. 특히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반도체에 이어 바이오를 차세대 사업으로 선정한 뒤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은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바이오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 개발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죠.

해외에서도 화이자가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룩시엔스’, 암젠 역시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리아브니’를 출시한 상황입니다. 결국 바이오의약품 시장도 머지않아 경쟁이 치열한 분야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를 위해 셀트리온 등 국내 기업들은 결국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에 도전해야만 앞으로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앞서 보령제약 ‘카나브’ 등 화학의약품에서는 국산 신약이 30여개 있지만, 바이오의약품은 여전히 국내에서 미개척 분야인 상황입니다.

이렇듯 바이오의약품이란 영역은 현재까지 셀트리온도 삼성도 쉽지 않은 영역이란 것을 인지하신 뒤, 현재 증시에 상장한 다른 바이오 관련 업체들을 봐주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다음 시간에도 바이오와 관련한 내용 ‘의약품 기술수출, 대박인가’라는 주제를 다뤄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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