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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칼럼)임우현 대표, "혁신과 카이젠"

임종윤 기자I 2007.04.13 10:00:00
[뉴프렉스 임우현 대표] 돌아 보건대, 우리 기업들이 경영혁신을 화두(話頭)로 숱한 아이디어와 기법을 개발하고 그것을 실제경영에 접목시키는 힘겨운 노력을 일삼아(?) 온 지가, 과문(寡聞 )한 내 기억으로도 근 20년 가까이 되는 듯하다.

80년대 초반 근무하던 회사의 중견 관리자로 일본 출장이 잦았다. 그 당시 이미 도쿄 프린스 호텔 세미나 룸 같은 데서는 미국의 선진 컨설팅회사 경영학 대가들을 초빙하여 「패러다임 시프트」이론을 전수받기 위해 일본 유수 기업의 경영자나 간부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던 기억이 나고, 변화와 혁신의 방법론을 주제로 하는 “패러다임 시프트” 사상은 8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한국 기업에 전파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매년 새해 시무식에서는, 너나 없이 회사마다 <혁신>에 대한 뜨거운 열기와 구호가 넘쳐나고, 그대로만 이루어진다면 당장에라도 초일류 기업으로의 변신이 가능할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곤 하던 것이 20년 가까운 연례행사가 되어 왔다는 얘기다. 물론 극소수의 경영혁신에 성공한 기업들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대다수 기업들의 혁신운동이 구두선(口頭禪) 차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또한 가시적 성과를 얻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처럼 실행(實行)이 어려운 “혁신”이란 궁극적으로 무얼 하자는 것일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하도 부대껴 온 말이라 혁신의 개념정리는 확실히 하고 있는 것 같다.
 
- 제도나 방법, 조직이나 풍습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하는 것- 이란 의미를. 굳이 영어적 해석을 하자면 reform, renovation, innovation에 걸맞는 행위 정도가 될 것이다.

주역(周易) 잡괘전에 “革, 去故也-- 혁이란 옛것을 없애는 것” 이란 대목이 원전 이란 지적도 있다.

상식적 이해 차원에서 산 동물의 가죽을 칼로 저며 낼 때 수반되는 그 아픔과 고통, 그리고 그 저며 낸 가죽을 무두질하여 털과 기름기를 제거하고 부드러운 가죽으로 만드는 일련의 행위가 “혁신”이라는 말이다. 거기엔 형언키 어려운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다.

쉬운 말로 혁신이지, 비장한 각오와 고통을 감내할 의지가 따르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 혁신인 것 같다.

미국의 데밍이 고안하고 체계를 만든 QC(품질관리)를 전후 일본이 도입하여 기업에 정착시키고 꽃을 피운 것은 세계경영사적인 사실이다.

또하나 일본에는 비단 기업체 뿐만 아니라 그네들의 보편적 의식속에 긍지와 자신감으로 자리잡은 “KAIZEN”이란 사상이 있다.

카이젠은 우리말로 개선(改善)의 일본어식 발음이다.

카이젠의 기본사상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즉, "없앤다/ 줄인다/ 바꾼다" 가 그것이다.

이 3가지 카이젠의 요체가 되는 사고를 일일이 풀어서 해설할 지면이 못되지만, 아무튼 패전후 일본을 오늘날 세계최강의 기술강국으로 만들어 놓은 모태(母胎)가 된 것이 바로 이 카이젠 사상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금년초 어느 일간지에서 읽은 브라질 특파원 기자가 쓴 기사 내용이 아직도 선명한 공감으로 기억된다.

100인승 내외의 중소형 항공기를 제조하는 「엠브라에르」인가 하는 항공기회사의 생산라인을 취재했는데, 공장 작업라인 게시판에 KAIZEN이란 큼직한 단어가 작업장 분위기를 압도하듯 걸려 있어서 일본의, 그것도 토요타의 경영철학이 되어 있는 카이젠을 브라질 항공사에서 보게 되다니! 그 기자가 느낀 카이젠의 위력에 새삼 공감했던 기억이 새롭다.

한국기업의 혁신운동은 어찌 보면 한탕주의식 성급함이 일을 그르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일본의 카이젠이 스텝 바이 스텝으로 에스컬레이트식 변화를 추구하는 데 비해, 한국기업은 웬만한 개선 아이디어는 취급도 하지 않는 엘리베이트식 수직상승의 한탕식 개혁을 추구하는 우(愚)를 반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임우현 대표
<약력>
경북대 공대 응용화학과 졸업
한양대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동양정밀 공업
데보라전자 대표
뉴프렉스 대표(현재)
㈜뉴프렉스
1992.11 ㈜데보라 전자설립
2000.6 ㈜뉴프렉스로 상호 변경
2003.11 산업자원부 부품소재 개발업체 선정
2004.7 벤처기업 인증
2006.1 KOSDAQ 상장
2006.2 중국 청도공장 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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