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축제’ 사라지고 ‘전쟁’만 남은 재보선

김성곤 기자I 2021.04.05 05:00:00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과 4일 각각 부산 해운대구 반여농수산물시장과 남구 한 아파트 단지 사거리를 찾아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 박형준 후보 지원유세를 펼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선거는 축제와 전쟁이라는 양면성을 가진다. 주권자인 시민의 손으로 직접 지도자를 선출하는 축제의 장이다. 선거결과 또한 존중받는다. 특정 정치세력에 의한 무효화나 부정선거 시비도 있을 수 없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완성한 나라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대한민국은 여기에 포함된다. 다만 축제의 과정은 격렬하기 그지없다. 합법적인 전쟁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다. 물리적인 총칼만 없을 뿐이지 상대 정당과 후보를 향한 말과 글은 치명적이다. 오직 승자만이 모든 권력을 누릴 수 있는 승자독식 구조 때문에 정치적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포함한 4·7 재·보선에서 진흙탕 네거티브가 유독 극심한 이유다.

4·7 재·보선이 D-2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는 막판 총력전에 나섰다. ‘차기 대선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이번 재보선의 정치적 중요성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을 읍소하는 더불어민주당이나 ‘문재인정부 심판’을 외치는 국민의힘 모두 사생결단의 모습이다. 대선, 지방선거, 총선 등 전국단위 선거에서나 나타났던 혈투 이상이다. 특히 이번 재·보선 성적표에 따라 차기 대선의 유불리도 엇갈린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유력 차기주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 국정운영의 희비도 엇갈린 전망이다.

재보선 열기는 뜨겁다. 지난 2일과 3일 이틀간 실시된 재보선 사전투표율은 20.54%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시장 보선 사전투표율은 21.95%, 부산시장 보선 사전투표율은 18.65%로 각각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 사전투표율인 20.14%보다도 높은 것으로 역대 재·보선 최고치다. 여야는 아전인수(我田引水)식의 엇갈린 해석을 내놓았다. 선거국면 내내 수세에 내몰렸던 민주당은 ‘샤이진보의 결집’이라고 강조했다. 굳히기 전략에 돌입한 국민의힘은 현 정부의 무능과 독선, 부패에 실망한 ‘정권심판 정서’라고 분석했다. 여야의 동상이몽(同床異夢)과 달리 보다 분명한 건 민심이 1년 전인 지난해 4월 21대 총선과는 확 달라졌다는 점이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격언대로 여론은 그야말로 180도 반전했다.

유권자들의 높은 투표참여 열기와 달리 여야의 선거전은 낙제점이었다. 창과 방패로 맞선 여야의 진검승부는 진흙탕 네거티브의 연속이었다. 여야 모두 말로만 서울과 부산의 미래를 걱정했을 뿐 실제는 정반대도였다. 정치공학적 이해득실만을 따지는 난타전이 이어졌다. 서울시장 보선은 금도를 넘어섰다. 부동산 폭등세를 진정시킬 주거대책, 코로나19 극복 방안, 강남·북 격차해소와 균형발전, 일자리 창출 및 청년대책, 만성적인 교통난 해소와 복지대책 등 정책경쟁은 아예 실종됐다. ‘문재인 아바타’ 또는 ‘MB아바타’ 같은 구시대적인 정치구호만이 난무한 것은 물론 내곡동 땅 의혹에서부터 거짓말쟁이, 쓰레기, 암환자 등 인신공격성 막말까지 그야말로 혼탁 그 자체였다.

이대로 가면 4·7 재·보선은 A부터 Z까지 모두 네거티브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미셸 오바마 여사의 “그들이 저급하게 행동해도 우리는 품위 있게 행동한다‘(When they go low, we go high)”와 같은 고품격 선거전략을 찾아볼 수도 없다. 더구나 네거티브 선거전은 후폭풍이 엄청나다. 승자는 패자를 끌어안기보다 타도의 대상으로 삼는다. 패자 역시 결과에 대한 승복보다는 발목잡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누가 승자가 되든 전투에서 승리하고 전쟁에서 질 수도 있다.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유일한 힘은 유권자들이다. 4·7 재·보선은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미래를 여는 축제의 장이어야 한다. 오직 유권자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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