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차 3년째 무분규 임단협, 위기극복 희망 살렸다

논설 위원I 2021.07.30 06:00:00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두 달여 만에 분규 없이 마무리하고 어제 협약 조인식을 가졌다. 앞서 실시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는 총 4만 8000여 조합원 중 88%가 참가해 56%가 찬성표를 던졌다. 이로써 현대차는 2019년부터 3년 연속으로 파업 없이 임단협 타결을 이뤄냈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바로 환영하는 담화문을 냈다. 송 시장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지역경제가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울산에 내려진 단비”라며 “현대차 노사 모두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울산 시민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마찬가지 심정일 것이다. 코로나 사태와 무더위 속에서 현대차 노사마저 화합하지 못하고 갈등을 빚었다면 국민이 얼마나 짜증을 냈을까. 같은 자동차 업종에서 여전히 임단협 교섭에 난항을 겪고 있는 기아·한국GM·르노삼성도 현대차의 선례를 따라주었으면 한다.

이번 현대차 임단협 타결은 노사 양쪽 모두가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위기와 전기차 등 친환경 미래차 보급 확대에 따른 시장 변화 및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등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의식한 결과로 평가된다. 협상 과정에서 노조는 애초 요구 중 정년 연장과 해고자 복직 등 일부를 철회했고, 회사는 임금 이외의 임금성 보상안을 네 차례나 수정해 제시했다. 최종적으로는 기본급 7만 5000원 인상, 성과급 200%+350만원과 품질향상 및 재해예방 격려금 230만원 지급 등에 합의했다. 노사가 서로 합리적인 타협과 절충으로 모범적 교섭 태도를 보여준 셈이다.

현대차가 과시한 성숙한 노사관계가 다른 기업, 다른 산업에도 널리 확산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국민이 지금의 국가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을 것이다.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우리의 주력 산업이 아직은 호조세를 보이고 있으나 미래를 장담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 당장은 코로나 극복이 시급한 과제이지만, 코로나 이후 본격화할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을 힘을 비축하는 일도 소홀히 할 계제가 아니다. 경영자는 노동자의 고충을 미리 살피고 노동자는 경영자의 고민을 이해해야 한다. 노사가 역지사지하는 상생의 노사관계가 정착해나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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