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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코스닥]10곳 중 8곳은 리포트 없는 코스닥 상장사

박형수 기자I 2018.01.09 05:00:00

기관 외면하는 중소형주 찬밥
유료보고서, 독립성강화 필요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정부가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인 가운데 건전한 투자 문화 정착을 위한 핵심이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 10곳 가운데 2곳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분석 보고서가 나오지 않는 현실에서 연기금 투자 비중 확대와 세제 혜택 등만으로는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투자 판단을 위한 기본 정보가 부족하다보니 외국인은 물론이고 기관 투자가도 코스닥 시장 내 일부 업종과 종목에만 투자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보와 자금 측면에서 기관보다 열악한 개인 대다수가 소셜네트워크(SNS)에서 도는 소문에 의존한 ‘깜깜이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코스닥 시장 상장사 1262개 가운데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실적 전망치를 분석한 상장사는 272개사(21.6%)에 불과하다. 유가증권 상장사 757개 가운데 298개(39.4%) 상장사에 대한 보고서가 나온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가 시장 활성화를 위해 상장 문턱을 낮출 계획을 하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앞으로 분석 보고서 부재 현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대형주 위주로 보고서가 발간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돈이 안되기 때문이다. 대다수 증권사는 보고서 발간을 담당하는 리서치센터를 법인 영업부 예산으로 운영하고 있다. 법인영업부문은 각종 리서치 정보와 국내·외 시장 정보서비스를 제공하고 기관투자가의 주식과 파생상품 거래를 중개한다. 기관이 투자하지 않는 중소형주 보고서를 낼 필요가 없다. 리테일 지원이라는 명목아래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애널리스트 3~4명으로 구성한 스몰캡팀을 운영하는 게 전부다. 이마저도 기관에 영업할 수 있는 정도의 중소형주 발굴을 목표로 하고 있고 개인이 주로 투자하는 시가총액 1000억원 미만 상장사에 대해선 분석을 기피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 거래대금 가운데 개인투자자 비중은 87%로 압도적이다. 개인이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하면서 연간 수천억원에 달하는 거래 수수료를 내고 있지만 증권사는 홈트레이딩 시스템(HTS)을 개선하는 정도 이외의 투자는 하지 않고 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중·소형 증권사는 보고서 작성을 위한 비용이 부담일 수 있다”며 “시가총액이 작은 종목에 대한 분석 보고서는 투자 대비 결실이 적은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코스닥 시장 활성화 방안을 만들면서 투자 판단 근거로 삼을 수 있는 보고서 활성화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다만 5년 전 거래소가 폐지한 ‘KRX리서치프로젝트(KRP)’처럼 발간 비용을 지원하는 수준에서 논의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성환 독립리서치법인 리서치알음 대표는 “과거에 실패한 정책 수준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방안을 강구할 때”라며 “증권사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다 그만둔 인력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독립성 강화, 독립 리서치센터 활성화를 위한 유료 보고서 문화 정착 등을 위한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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