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하철 협상, 불씨 만든 정부 탓 크지만 파업은 막아야

논설 위원I 2021.09.10 06:00:00
전국 대도시 지하철 노조들이 오는 14일 사상 첫 연대파업 돌입을 예고해 놓고 사용자인 각 도시 지하철 운영 공사와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벌이고 있다. 부산과 광주에서는 다행히 임금과 단체협약 협상이 타결돼 파업 계획이 철회됐다고 한다. 그러나 서울·인천·대구·대전 등 4개 대도시에서는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어 우려된다. 앞으로 이삼일 안에 협상에 진척이 없으면 실제 파업으로 지하철 운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모든 대도시 지하철 사정이 비슷하지만, 이번 노사갈등의 원인과 구조는 서울 지하철이 가장 잘 보여준다.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올해 1조6천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적자가 예상되자 1500여명의 인원 감축과 임금 동결을 포함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이에 대해 노조가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을 포함한 교통약자 무임승차 제도 등에 기인한 적자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이어서 받아들일 수 없다며 파업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고령자에 대한 무임승차 혜택만 해도 금액으로 환산하면 서울 지하철 적자의 70%가량이나 된다고 하니 노조의 주장을 무리하다고 하기 어렵다.

이 문제는 정부가 초래했다. 정부가 복지 차원에서 무임승차 제도를 실시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그에 따르는 비용을 지하철 운영 공사와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고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노조도 바로 이 점을 겨냥하고 있다. 교통약자 무임승차 제도를 없애라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그 비용을 국고로 지원하라는 것이다. 정부의 복지 정책에 따르는 비용은 정부가 부담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정부에 같은 취지의 요구를 하고 있다. 정부가 철도에는 무임승차 손실의 60%를 보전해주면서 지하철 무임승차 손실을 외면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한다.

이번 지하철 노사갈등에는 안전관리 업무의 외주화 여부 등 다른 쟁점들도 있다. 하지만 그 대부분도 지하철 재정 건전성 악화와 직간접으로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스스로 초래한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대책을 내놔야 한다. 그러면 노조가 파업 강행으로 시민의 발을 묶을 명분이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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