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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카카오의 뜨거운 4월…김범수의 자본시장 전략 ‘W.I.F.I’

김성훈 기자I 2021.04.13 02:00:00

카카오, 자본시장서 공격 행보로 뜨거운 4월
'밥상 우리가 직접 차리자' 김범석 의장 의중
웹툰·지적재산권·패션·IPO까지…W.I.F.I 전략
글로벌 시장 공략에 자회사 영향력 제고 눈길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올해 상반기 인수합병(M&A) 최대어(漁)로 꼽히는 이베이코리아 예비 입찰일이던 지난 16일.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신세계(004170)와 롯데, SK텔레콤(017670)을 비롯해 국내 1위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대형 원매자들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한껏 뜨거워진 사이. 유력 인수 후보자로 꼽히던 카카오(035720)의 불참 소식이 화제가 됐다.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 점유율 96%(지난해 말 기준)를 바탕 삼아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나설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이 빗나간 순간이었다.

카카오로서는 경쟁사 동향도 살피고 본입찰에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되는 예비입찰 참여마저 건너뛰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남들이 차려놓은 밥상 대신 우리만의 방식대로 밥상을 차려보자’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전략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결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2월 10조원 넘는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선언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직원들과의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카카오)
카카오의 뜨거운 4월…W.I.F.I 전략 ‘눈길’

카카오만의 길을 걷겠다는 김범수 의장의 행보는 이달 들어 두드러지고 있다. 국내 기반을 공고히 하고 약점으로 꼽히는 글로벌 시장 외연 확장을 위해 꺼내 든 카드는 이른바 ‘W.I.F.I’(웹툰·지적재산권(IP)·패션·기업공개(IPO)) 전략이다.

1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북미 지역 웹툰 플랫폼인 ‘타파스미디어’ 경영권 인수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타파스미디어 지분 40.4%를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엔터는 추가 지분 매입을 통해 경영권까지 인수할 계획이다.

카카오가 웹툰 플랫폼 인수에 나선 데는 글로벌 시장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은행과 택시사업(모빌리티), 이커머스(선물하기), 음원(멜론), 미디어(카카오M) 등 사업영역을 전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카카오의 사업기반 대부분이 국내에 한정돼 있다 보니 글로벌 시장 대응에 있어 다소 아쉽다는 게 약점으로 꼽혀왔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전략이 콘텐츠 확보 전략과 맞닿아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로 카카오는 타파스미디어 인수 외에도 영문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 경영권 인수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카카오가 래디시 인수를 위해 4000억원 수준의 자금까지 확보해 놨다는 말도 나오는 상황이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글로벌 시장에 가장 빨리 침투할 수 있고 영향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게 웹툰이나 웹소설, 드라마, 영화와 같은 콘텐츠 시장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카카오가 M&A를 통해 북미는 물론 아시아 시장 내 콘텐츠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패션 플랫폼도 관심…IPO로 자체 경쟁력 확보

카카오의 ‘뜨거운 4월’은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여성의류 전문 온라인 플랫폼 ‘지그재그’ 인수에 나선 점도 눈여겨 볼 요소다. 벤처캐피털(VC)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그재그 운영사인 크로키닷컴 지분 인수를 추진 중으로 알려졌다. 인수 방식은 특수목적회사(SPC)나 자회사를 통한 합병이 유력하다. 이를 위해 자회사를 신설하고 투자자들에게 지분율에 맞춰 카카오 주식을 나눠줄 계획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가 지그재그에 주목한 점은 ‘선택과 집중’이다. 품목이 많고 최저가 경쟁을 신경 써야 하는 오픈마켓 대신 품목별 평균 마진이 높은 온라인 의류 시장에서 청사진을 그리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전국 의류몰 대상 포털형 패션 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그재그는 2015년 6월 출시 후 현재 4000곳 이상의 업체가 입점해 있다. 이용 빈도와 충성도가 높은 10~20대 여성이 주 이용자로 2019년 기준 월간 이용자(MAU) 300만명, 누적 앱 다운로드 수 2000만 건에 달할 만큼 실속있는 행보를 걷고 있다.

장차 이커머스 업계 무게 중심이 패션 업종으로 기울 것이라는 분석도 주목할 요소다. 실제로 이달 1일 M&A(인수합병) 시장에 나왔던 여성의류 온라인 패션 플랫폼인 ‘W컨셉코리아’가 SSG닷컴에 2650억원에 매각되며 온라인 의류 플랫폼에 대한 인기를 몸소 증명하기도 했다.

카카오는 공격적인 M&A 작업 못지않게 자회사들의 IPO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카카오의 유력 자회사인 카카오뱅크는 이르면 이달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하고 IPO 일정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 개선에 힘입어 시장에서 점치는 밸류에이션(기업가치)만 20조~30조원 규모로 상장이 가시화될 경우 청약 대란이 재현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밖에 이달 1일 구글을 전략적 투자자(SI)로 유치한 카카오모빌리티도 내년도 IPO를 추진 중이다. 앞서 지난 2월 글로벌 투자사 칼라일그룹으로부터 2억 달러(2199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이어 구글까지 우군으로 확보하면서 IPO 일정 순항에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IPO에 나서는 유력 공모주에 대규모 자금이 속속 몰리면서 상장에 대한 확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김범수 의장이 (IPO를 통한) 자회사 자생력을 키우는 한편 공격적인 M&A로 전체적인 회사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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