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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늘어난 땅볼과 직구의 상관관계

정철우 기자I 2013.05.24 11:09:11
류현진.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LA 몬스터’ 류현진(26.LA 다저스)이 변하고 있다. 아직 ‘진화’인지 까지는 불분명하지만 뭔가 달라지고 있는 것 만은 분명하다.

류현진은 삼진을 잡는 투수였다. 많은 삼진을 통해 경기를 지배해왔다. 한국에서 뛴 7시즌 중 무려 5시즌 동안 삼진왕을 차지했었다.

메이저리그 데뷔 초반에도 이런 분위기는 이어졌다. 지난 1일(이하 한국시간) 콜로라도전서 12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승리투수가 될 때가 절정이었다.

그러나 이후 류현진에게는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삼진 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콜로라도전까지 6경기서 류현진의 경기 당 평균 삼진은 7.7개였다. 하지만 다음 4경기서는 3.5개로 확 줄었다. 투구 유형 자체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대신 땅볼로 아웃을 잡는 확률이 늘어나고 있다. 매 경기 같은 패턴은 아니지만 흐름상 땅볼이 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4월 한달간 류현진의 땅볼/뜬공 아웃 비율은 1.03이었다. 5월 기록은 1.48로 늘어났다. 땅볼과 뜬공이 비슷한 비율을 보이다 최근 들어 땅볼로 아웃 잡는 횟수가 많이 늘어났음을 뜻한다. 삼진이 줄어들고 있는 시기와 일치한다.

흥미로운 것은 류현진이 땅볼을 유도하는 구종에 있다. 땅볼 유도 구종하면 쉽게 변화구가 먼저 떠오르지만 류현진은 오히려 직구로 땅볼을 많이 잡아내고 있다. 5월 들어 류현진이 잡아 낸 땅볼 아웃은 모두 39개였다 이 중 직구가 17개로 절반에 가까웠다. 류현진이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등 4개 구종을 던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확실히 직구로 땅볼을 유도하는 비율이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

23일 밀워키전도 마찬가지였다. 11개 땅볼 아웃 중 무려 7개가 직구를 택한 것이었다.

류현진의 스피드가 떨어지고 있는 시기에 직구를 통한 땅볼 유도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 볼 만 하다. 류현진은 밀워키전서 직구 평균 구속이 140km대 초반에 불과했다. 스피드 건에 90마일(145km)을 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대신 직구 의존도를 줄이고 커브를 많이 던진 것이 밀워키전의 특징이었다. <표 참조>

류현진의 경기별 구종 비율. 단위는 %. 자료정리=이지혜 인턴기자.
특히 커브 구사 후 직구를 던지는 장면이 자주 눈에 띄었다. 포수였던 에르난데스가 류현진의 직구를 보다 빠르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 이같은 볼 배합을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흔히 직구로 힘의 승부를 들어가면 맞춰잡더라도 플라이가 될 확률이 높게 느껴진다. 하지만 밀워키전서 류현진의 직구는 플라이볼(3개) 보다 땅볼 유도(7개)가 훨씬 많았다.

이같은 비율은 류현진의 직구가 변화가 심하다는 것과 연관성이 깊어 보인다. 이전에 잘 보여주지 않던 투심 패스트볼이 늘어나는 것 과도 관련이 깊은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가 류현진에 주목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직구의 움직임이었다. ‘스피드는 최고라 할 수 없지만 볼 끝의 변화가 심하다’는 것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공통된 평가였다.직구 승부로 배트의 스윗 스팟을 빗겨날 수 있는 이유로 분석된다.

또한 류현진은 안정적인 제구력을 가진 투수다. 밀워키전서도 몸쪽을 확실하게 찌르거나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을 걸치는 직구를 잘 구사했다. 스피드 변화와 함께 코스의 변화를 만든 것이 직구로 땅볼을 만이 유도하는 비결이 됐다.

류현진은 이닝 이터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투구수가 100개가 넘어가면 체력적으로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우려도 불식시키는 것도 숙제 중 하나다.

삼진도 좋지만 맞춰잡는 비율을 높일 때 적은 투구수로 긴 이닝을 끌고가는 보다 효율적인 투구가 가능해진다는 건 상식이다. 류현진의 직구가 지금 페이스처럼 땅볼 유도의 무기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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