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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전투 현장을 카메라에…육군, '전투촬영팀' 만든다[김관용의 軍界一學]

김관용 기자I 2023.09.17 08:30:00

육군 직할팀 및 사단·군단 팀 편제, 전·평시 임무 숙달
기록·채증·전의 고양 위한 시각 정보 활용 방안 모색
육군, 지난 달 시범운용 통해 임무수행 절차 검증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지난 15일 인천항 수로에서 제73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행사가 열렸습니다. 인천상륙작전을 재조명하고 유엔군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기 위한 행사입니다. 인천상륙작전 전승행사는 1960년부터 개최돼 왔는데, 올해 행사에는 역대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직접 주관해 그 의미를 더했습니다.

인천상륙작전은 6.25 전쟁 당시 개전 3일 만에 수도를 내주고, 한 달 만에 국토의 대부분을 빼앗긴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구한 작전이었습니다. 1950년 9월 15일 인천에 상륙한 미 제10군단의 작전이 성공하면서 서울을 수복하고 북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성공 확률 ‘5000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극적인 작전이었던 만큼 성공 이면에는 당연히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한 미 해병대 발도메로 로페즈 중위가 가장 앞장서서 해안 방벽을 넘고 있다. (출처=미 해군 역사센터)
이 사진 속의 장면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이 사진은 1950년 9월 15일 오전 6시께 인천상륙작전 당시 신원 미상의 미 해병대 사진병이 촬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진 속 가장 앞장서서 장애물을 오르고 있는 사람은 인천상륙작전 첫 전사자인 해병대 소대장 발도메로 로페즈 중위입니다.

로페즈 중위는 이 사진이 촬영된지 몇 분 지나지 않아 북한군을 공격하기 위해 첫 번째 수류탄을 투척하고, 두 번째 수류탄을 투척하려던 중 적 화기에 부상을 입어 수류탄을 땅에 떨어트렸습니다. 자신의 수류탄 때문에 소대원들이 위험에 처하게 되자 로페즈 중위는 수류탄을 몸으로 덮어 대원들을 구하고 그 자리에서 전사했습니다. 이 사진은 쌍안경을 들고 있는 맥아더 장군 사진과 함께 인천상륙작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진 중 하나로 역사에 기록됐습니다.

러-우크라戰, 미디어 통한 심리전 부각

사진 한 장, 영상 한 컷의 효과는 말이나 글 보다 효과적입니다. 실제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양국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진과 영상을 통한 심리전을 진행했습니다. 자국민과 군의 사기를 진작하고 적의 전의를 꺽으려 노력 했습니다. 전쟁 초기 러시아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도주 루머를 유포했습니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즉시 트위터에 영상을 업로드해 ‘가짜뉴스’ 확산을 차단하고 국민들의 항전 의지를 고양시켰습니다.

1950년 10월 26일 압록강 초산에 도달한 국군 6사단 7연대 한 병사가 압록강물을 수통에 담고 있다. (출처=국가기록원)
스마트폰이 대중화 된 이후 사진·영상과 같은 시각적 콘텐츠의 중요성은 증대되고 있지만, 우리 군의 전투 촬영 임무 수행은 미비한게 사실입니다. 일부 훈련 장면을 촬영하고는 있지만 실제 전장에서 필요한 촬영장비와 기법, 전투촬영 교리 등은 부족한게 사실입니다. 특히 우리 군의 사진·영상 촬영은 부대 행사나 지휘관 의전에 치중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전·평시 기록으로서의 콘텐츠와 사후 교훈 도출을 위한 기능 등은 부족하다는 얘기입니다.

이에 따라 육군은 전시 전투에 적합한 능력을 갖춘 전문 전투촬영팀을 편성한다는 구상입니다. 이르면 내년부터 육군본부 직할 전투촬영 조직을 만들고 군단과 사단에 팀을 편성해 평시부터 전문성을 키우고 다양한 임무에 대한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육군은 지난 8월 ‘을지자유의방패’(UFS) 연합연습과 연계한 실기동 훈련(Tiger)에 전투촬영팀을 시범 운용했습니다. 화학테러 지역과 같은 특수 조건에서의 촬영과 쌍방 교전이 진행되는 전장에서 부대를 뒤따르며 전투현장을 기록하는 등 전시에 부여될 수 있는 다양한 촬영을 실시했습니다. 이렇게 촬영한 시각 정보를 실시간 전송해 언론에 제공하는 절차도 연습했습니다.

전투촬영의 목적은 현장 기록을 넘어 최종적으로 아군의 전의를 고취시키고 적의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입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한 치밀한 사전 임무 분석이 필요합니다. 육군은 이번 전투촬영팀 시범 운용에서 지휘관 의도를 파악하고 촬영 중점과 우선 순위를 설정하는 등의 임무수행 절차도 검증했다고 합니다.

국군 9사단 53탱크대대가 6.25전쟁 당시 백마고지 전투에서 교전 이후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출처=국가기록원)
실시간 전송체계 있어야 효과 극대화

이와 함께 지난 8월 9~31일 미국 국립훈련센터(NTC)에서 진행된 한미 소부대 연합훈련에도 전투촬영팀을 파견했습니다. 육군은 “우리보다 전투촬영 개념을 정립한 미군에 3명(소령·대위·중사)을 보내 노하우를 전수받았다”면서 “육군 전투촬영팀은 소부대 연합훈련에서 미측 전투촬영팀과 함께 훈련하며 실전에서 사용되는 촬영기법과 수년 간의 경험을 통해 정립된 장비들을 체험했다”고 전했습니다.

효과적인 전투촬영을 위해서는 촬영장비의 내구성이나 휴대성이 전장 환경에 부합해야 하고, 전시 전투촬영팀원의 생존성을 보장하면서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제반 무장도 요구됩니다.

획득한 시각정보를 전송할 체계도 있어야 합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 지속적인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질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양적인 부분도 함께 충족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도 업로드 주기가 길어지면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여러 유형의 부대와 상황에 대한 시각정보 획득을 위해서는 소규모 다수의 팀 운용 방식도 필요합니다.

촬영은 같은 행위일지라도 기록, 채증, 실시간 현장 전송, 전의 고양 등 목적에 따라 중점과 방식은 달라져야 합니다. 또 야간 전장 환경에서의 저조도 촬영기법과 악천후 속에서의 촬영방법 등 어떠한 상황에서도 최적의 시각정보를 획득해 제공할 수 있는 교리 구축이 필요합니다. 전사(戰史)에 남을 현장을 기록하고 궁극적으로 우리 군의 승리를 이끄는 육군의 전투촬영팀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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