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연말까지 금리 더 오른다는데...”…예금 ‘갈아타기’ 지금이 적기?

정두리 기자I 2022.09.01 05:00:00

가입기간 3개월 넘지 않았다면 '갈아타기' 유리
3개월 전과 현재 예금 금리 차 1% 이상 차이나
1억 예치 기준 갈아타기가 100만원 이상 이득
"신규가입자, 향후 금리하락시기 고려해 예치해야"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직장인 김종훈(35)씨는 지난해 12월 A은행에서 취급하는 1% 중반대 정기예금 상품에 1억원을 묶어놨다. 하지만 요즘 같은 금리 상승기에 맞춰 예·적금 금리도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을 보면서 고민에 빠졌다. 김씨는 “적금 만기가 3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지만 은행들이 내놓은 예금 상품들이 4%대에 육박해 지금이라도 기존 상품을 중도 해지하고 갈아타는 게 낫지 않나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를 맞아 예금 상품의 ‘갈아타기’를 고민하는 소비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은행. (사진=연합뉴스)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를 맞아 시중은행들이 고이율의 금융 상품을 속속 내놓으면서 예금 상품의 ‘갈아타기’를 고민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8월 25일 현재 718조8970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6조4479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정기적금도 6671억원 늘어난 38조7838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이례적으로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데다 앞으로도 계속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은행의 수신금리도 빠르게 올라가면서 뭉칫돈이 예·적금으로 몰리고 있다.

하지만 이미 정기 예금에 가입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현 시점이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기존 예·적금을 해지해야 할까, 만기를 꼬박 채우고 새 상품을 노려봐야 할까.

전문가들은 만기까지 3개월이 남지 않았다면 다른 상품이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더라도 갈아타기는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무엇보다 정기예금을 중도 해지할 경우 통상 납입 기간에 따라 이자율은 기본금리(우대금리 제외)의 50∼80%만 적용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가령 3%대의 정기 예금 중도 해지 시기가 6개월 미만이면 이자율은 기존 금리의 절반인 1.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중도 해지 시기가 가입 후 1개월 미만이라면 0.1% 수준에 그친다.

최재현 NH농협은행 WM전문위원은 “더 높은 금리의 예적금 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이 무조건 유리한 것은 아니다”면서 “일반적으로 예적금 중도 해지시, 가입 초기 약정이율보다 낮은 중도 해지 이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이를 통한 이자금액 부분을 면밀히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대로 예금 가입 기간이 3개월이 넘지 않았다면 ‘갈아타기’가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31일 기준 3개월 전 예금 금리와 현재 예금 금리는 1% 이상 차이가 난다. 가령 지난 5월에 1년 만기 정기예금은 2.4% 금리를 제공해 1억원을 예치할 경우 세후 이자는 약 203만원이다. 하지만 이를 중도 해지 후 현재 3.7% 금리를 제공하는 예금으로 갈아타고 만기 유지를 하면 세후 이자는 약 313만원이다. 100만원 이상 이득을 보는 셈이다. 김도아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부지점장은 “1년 만기 예금의 경우 가입 후 3개월이 지나지 않았다면 중도 해지 후 재가입이 유리하다”고 추천했다.

신규 가입자의 경우 예금 예치 기간을 얼마나 가져가야 할까. 최재현 위원은 “현재 금리상승기이지만 경기침체 우려가 가시화되면 금리는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당장 사용 계획이 없는 여유자금이라면 가입기간을 길게 가져가고, 사용 계획이 불확실한 자금이라면 가입기간을 짧게 가져가면서 재예치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도아 부지점장도 “올해 국내 금융통화위원회는 두 번이 남았고 인상 확률이 높다”면서 “단기 예금으로 가입 후 장기로 바꿔 타는 전략이 좋다”고 했다.

예금을 1년 정도 예치할 생각이라면 가입기간이 12개월보다는 13개월인 상품을 고려해 볼 만 하다. 정성진 KB국민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12개월 상품과 13개월 상품의 금리 차이는 0.1%포인트 정도지만, 금리가 향후 다시 하락한다고 예상한다면 0.1%라도 금리 혜택을 길게 가져가는 게 낫다”고 했다.

예금 예치기간을 길게 가져가고자 한다면 시중은행과 금융지주에서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영구채로 발행되지만 발행사가 발행 5년 이후 중도상환할 수 있는 옵션을 가진 채권으로, 연 4% 이상의 세전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정문희 하나은행 PB 부장은 “지금 5년 확정 금리가 연 4.5~4.8% 수준이고 석 달마다 이자를 주는 장점이 있어 고객들의 반응이 높다”면서 “거액을 넣기보다는 3억~5억원 정도 ‘파킹’하는 정도로 운용하기를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빅스텝 시대

- 9월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 5%대 돌파…10년3개월 만에 최고치 - 공격적 금리인상에…美주담대 금리, 20년만에 7% 넘어 - OK저축은행, 정기예금 특판…연 6.5% 금리 제공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