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부산은 기억할 '잃어버린 낙토'…채정권 '가을이 깊어가네'

오현주 기자I 2021.08.27 03:20:00

1994년 작
향토색 물씬 현실의 땅위에 내려앉은
천상이 혼재한 비현실적 낙원을 그려
소박한 붓끝이 추구한 '낙토지상주의'

채정권 ‘가을이 깊어가네’(사진=미광화랑)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채정권(1931∼2009)은 부산 1세대 화가다. 경남 고성에서 난 작가는 오랫동안 지역화단에서조차 소개되지 못했다. 하지만 고성·마산·진주·진해 등에서의 활발한 작품활동을 거쳐 종국엔 ‘부산미술의 밀알’이 됐다는 데 토를 다는 이는 없다.

어린아이의 순수한 눈으로 들여다본 듯한 ‘낙토지상주의’가 특징이다. 작품에는 향토색 물씬 나는 현실적 땅 위에 내려앉은, 천상이 혼재한 비현실적 낙원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 환상적 화풍 덕에 작가를 두곤 ‘캔버스에 시를 쓴다’고들 했다.


실제로 작가는 마산문협·부산미협에서 시인인 동시에 화가로 활동했던 경력이 있다. “제각기 자기 몫을 움켜쥐고/ 법석거리는 노점의 한 나절// 귀로를 접어들면/ 노을진 들녘은 출렁이는 꽃방석”(‘귀로’ 1972) 같은 서정적 시구를 화면에 고스란히 올려냈다.

1977년 공간화랑에서 연 개인전에서 미술평론가 옥영식(77)은 “꾸밈없이 허심탄회하게 이뤄진 그의 소박한 화폭은 우리 민화의 어떤 정감과 잇닿는 피의 흐름을 느끼게 해준다”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그 이후 달궈온 붓감이 1990년대 절정에 달해 ‘가을이 깊어가네’(1994)에까지 이르렀다.

30일까지 부산 수영구 광남로172번길 미광화랑서 여는 ‘채정권 유작전’에서 볼 수 있다. 1970∼1990년대 화업을 망라한 50여점을 걸었다. 캔버스에 오일. 53×64.5㎝. 유족 소장. 미광화랑 제공.

채정권 ‘엄마와 숲속의 아이들’(1989), 캔버스에 오일, 24.3×33.2㎝(사진=미광화랑)
채정권 ‘여름 강마을’(1994), 캔버스에 오일, 31.8×41㎝(사진=미광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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