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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 급락 `한달래 최저`..디폴트·경기 우려

이정훈 기자I 2013.10.09 05:05:09

나스닥 2%대 추락..공포지수, 석달반만에 최고

통신-소재주 부진..페이스북 7% 가까이 급락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또다시 하락하며 한 달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 앉았다. 정부 셧다운 장기화와 디폴트 우려감, 세계 경제 둔화와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축소 걱정 등이 큰 폭 하락을 이끌었다.

8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159.71포인트, 1.07% 하락한 1만4776.53으로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20.67포인트, 1.23% 떨어진 1655.45를 기록하며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만에 처음으로 1650대로 내려 앉았다. 나스닥지수는 전일보다 75.54포인트, 2.00% 급락한 3694.83을 기록하며 더 부진했다.

개장전 발표된 미국의 9월 자영업자 경기 신뢰지수가 석 달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반면 8월 주택압류가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진 않고 있다. 8월 독일의 수출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런 가운데서도 2주일차에 접어든 미국정부 셧다운 장기화에 대한 우려와 국제통화기금(IMF)의 글로벌 경제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 등이 지수 발목을 잡았다.

이날도 공화당이 양당 협상을 위한 새로운 슈퍼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고 있지만, 존 베이너 하원의장의 계속된 대화 요구에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정부 운영이 재개되고 디폴트 위협이 사라지면 협상할 수 있다”고 맞섰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디폴트에 따른 심각한 경기 침체와 영구적인 정부 자금조달 비용 상승 등을 우려하는 발언을 내놓은 탓에 지수 낙폭은 더 커졌다.

또 샌드라 피아날토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아울러 디폴트 우려감에 미 국채금리가 동반 급등세를 보였고 1개월 단기국채 금리는 5년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으며 시장에 우려를 낳았다.

그나마 장 마감 이후 알코아와 얌브랜즈를 시작으로 문을 여는 3분기 어닝시즌에 대한 관망심리는 지수 낙폭을 다소 제한시켰다.

흔히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VIX지수는 20선을 훌쩍 넘어섰다. 이는 이달 들어 23%나 급등한 것으로, 지난 6월말 이후 석 달 보름여만에 최고 수준이다. 모든 업종들이 하락한 가운데 특히 소재주와 통신주가 가장 부진했다.

최근 강세를 보이던 페이스북이 차익매물이 집중된 탓에 7% 가까이 급락했고, 이로 인해 관련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관련주인 옐프와 링크드인 등이 동반 하락했다.

또한 장 마감 이후에 실적을 공개하며 3분기 어닝시즌의 출발을 알리게 되는 알코아와 얌브랜즈는 실적 악화 우려감에 1% 미만으로 함께 하락했다.

반면 JC페니는 9월 동일점포 매출이 큰 폭으로 개선된 덕에 주가가 1% 가까이 올랐다. 테일스먼 에너지와 뉴언스는 기업 사냥꾼으로 유명한 칼 아이칸이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했고, 2명의 이사진을 추천했다고 발표한 뒤로 오름세를 타다 막판 2% 가까이 하락했다.

◇ 美국채금리, 급등세..1개월물 ‘5년만에 최고’

미국의 만기 1개월 짜리 단기 국채 금리가 무려 5년만에 최고 수준까지 급등했다(국채가격 급락). 정부 부채한도 상한 증액 불발에 따른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거래되는 만기 1개월인 단기 국채 금리가 하루만에 12.5bp(0.125%포인트)나 급등한 0.281%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08년 10월 이후 정확히 5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같은 단기 국채 금리 급등은 만기가 얼마 남은 않은 국채 투자자들이 미국 연방정부가 보유한 현금과 자금 조달을 위한 특별조치가 모두 소진되는 오는 17일까지 정치권에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 우려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날 오전중에 미 재무부가 실시한 300억달러 규모의 1개월 단기 국채 입찰 결과가 유통금리 급등을 부추기기도 했다. 이날 1개월 단기 국채 입찰에서는 낙찰금리가 0.35%에 이르렀다. 이는 지난주 입찰에서의 낙찰금리인 0.12%에서 거의 3배 가까이 치솟은 것이다. 또 입찰액 대비 응찰규모 비율도 2.75배로, 지난 2009년 3월 입찰 이후 4년 7개월만에 가장 저조한 참가율이었다. 또한 이후 실시된 3년만기 국채 300억달러 어치 입찰에서도 낙찰금리가 0.710%를 기록했다. 입찰액 대비 응찰규모도 3.05배로, 최근 6차례 입찰 평균인 3.24배보다 크게 낮아졌다.

이같은 단기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인해 중장기 금리도 상승하고 있다. 현재 10년만기 미 국채금리는 전일대비 50bp 급등한 2.636%를 기록하고 있고, 30년만기 국채금리도 50bp 가까이 뛴 3.694%를 기록 중이다.

◇ 피아날토-플로서 “9월부터 QE 축소 주장했다”

샌드라 피아날토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가 이미 지난달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완화 축소를 지지했었다며 즉각 축소에 나서야 한다는 뜻을 드러냈다.

내년초 은퇴 예정인 피아날토 총재는 이날 클리블랜드에서의 한 강연에서 “노동시장 여건은 연방준비제도(Fed)가 3차 양적완화 조치를 첫 출범한 지난해 가을 이후부터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며 “이는 양적완화 규모 축소를 지지할 만큼 충분히 의미있는 개선세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자신은 9월에 이미 양적완화 축소를 지지했었다고 고백했다.

피아날토 총재는 “물론 여러 리스크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더 늘리는데는 신중해야 한다”며 “미국 경제는 더디면서도 지속적인 개선세를 유지할 것이며 재정정책을 둘러싼 어려움도 조만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도 펜실베이니아 존스타운에서 열린 강연에서 “현재 경제 여건은 연준이 신속하게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종료할 수 있을 정도로 개선됐다”며 “연준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지속하더라도 노동시장과 경제 성장이 더 본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증거는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재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언제부터 줄일지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도 없이 이렇게 양적완화 축소를 늦추는 것은 연준이 앞서 6월에 제시했던 포워드 가이던스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며 “이는 FOMC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포워드 가이던스의 효과를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공화당, 새 슈퍼委 추진..오바마 “디폴트 해소땐 협상”

계속된 공화당측의 대화 요구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먼저 정부 운영이 정상화되고 부채한도 상한 증액으로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협이 사라진다면 어떠한 것도 협상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디폴트에 따른 극심한 경기 침체 가능성과 중국 등 채권자들의 우려를 거론한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내세운 선결조건이 충족된다면 의료보험 개혁조치인 오바마케어도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오전중 베이너 하원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협상에 나설 것을 거듭 촉구했다. 그는 “우리가 요청하는 것은 앉아서 대화를 나누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베이너 의장은 “어떠한 조건도 없이 오바마 대통령과 재정 현안들과 관련된 협상에 나설 의향이 있다”며 “나는 어떠한 한계나 제약도 미리 정해놓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공화당이 교착상태인 협상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지난 2011년과 유사한 형태로 양당이 참가하는 새로운 슈퍼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이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13년도 적자감축 및 경제성장 워킹그룹(실무그룹)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현재 하원 준칙위원회(House Rules Committee)에서 검토되고 있으며, 본회의에서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가결된다. 이에 따르면 공화당과 민주당은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10명씩의 의원들을 패널로 추천해 총 20명으로 구성되는 특별위원회를 만들고, 이 위원회를 통해 부채한도 증액과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초당적인 권고안을 마련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이 위원회에서 새해 예산안 전체에 대한 심의도 맡기로 했다.

◇ IMF 이코노미스트 “美 디폴트, 전세계에 재앙 초래”

미국 정부의 디폴트(채무 불이행)는 실현될 가능성이 낮은 꼬리 리스크(tail risk)로 보이지만, 만약 디폴트가 현실화되면 전세계에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올리비에 블랑샤르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주장했다.

블랑샤르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세계 경제전망(WEO) 보고서를 발표한 뒤 워싱턴D.C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 정부의 디폴트는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꼬리 리스크로 보이지만, 만약 현실화된다면 이는 전세계 경제에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국채 이자와 원금을 제 때 상환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미국은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에는 잠재적으로 거대한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디폴트가 현실화되면 거의 확실히 미국 경기 회복세를 망칠 것”이라며 “경기 침체 또는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IMF는 WEO 보고서에서 내년도 글로벌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8%에서 3.6%로 하향 조정하고 미국의 성장률도 2.8%에서 2.6%로 낮췄다. 신흥 개발도상국들의 성장률 전망치도 5.5%에서 5.1%로 0.4%포인트나 하향 조정했다.

◇ 美주택압류 큰폭 감소..자영업자 경기전망, 석달래 최저

주택시장 조사기관인 코어로직에 따르면 지난 8월중 압류 절차를 완료한 주택수가 4만8000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0년부터 2006년까지의 평균 압류 완료 주택수인 2만1000건보다는 높았지만, 전년동월의 7만2000채에 비해 34%나 급감한 것이다. 또 완료되지 않은채 압류절차를 밟고 있는 주택수도 100만채를 밑돌아 전년동월대비 33% 줄었다. 이에 따라 전체 모기지대출 주택 가운데 압류 주택 비율은 2.4%로, 전년동월의 3.3%보다 낮아졌다.

아울러 압류 개시절차로 갈 확률이 높은 모기지대출 연체 가구 비율은 6.8%에서 5.3%로 낮아졌다. 플로리다가 12.4%, 뉴저지가 10.8%, 네바다주가 8.6% 등으로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높은 편이었다.

또한 전미자영업자연맹(NFIB)이 발표한 지난 9월중 자영업자 경기신뢰지수가 93.9를 기록했다. 이는 앞선 8월의 94.1보다 낮아진 것으로, 석 달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세부 항목별로 모든 지수들이 하락한 가운데 특히 향후 6개월후 경기 전망에 대한 지수가 8포인트 하락한 마이너스(-)10을 기록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추락했다.

윌리엄 던켈버그 NFIB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재정협상 관련 교착상태가 경제를 붕괴상태로 몰아가진 않겠지만 회복세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소비자들과 자영업자들이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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