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금감원은 지난 4월4일부터 5월6일까지 5주간 페퍼저축은행을 대상으로 고강도 수시검사(본지 5월4일자 ‘[단독]금감원, 페퍼저축은행 고강도 검사’ 참조)를 벌였다. 경영실태평가(CAMEL) 시행 없이 특정 사안에 대한 검사를 5주간 벌여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과거 종합검사격인 정기검사도 길어야 4주 진행한다.
검사 결과 페퍼저축은행은 대출 자격이 없는 개인 차주에게 사업자 주담대를 취급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과정에서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조작하는 이른바 ‘작업대출업자’까지 동원된 것으로 파악된다. 보통 경영 목적으로 취급되는 사업자대출을 받기 위해선 자금 사용처를 소명할 수 있는 서류를 내야 하고, 빌린 돈은 해당 용도로만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작업대출업자가 세금계산서 등을 위·변조해 사업자가 아닌 개인 차주를 사업자로 위장하고, 페퍼저축은행은 이들 차주에게 돈을 빌려줬다. 개인사업자인 차주에게도 사업 외 용도로 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자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담보인정비율(LTV) 등 가계대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개인차주가 빌릴 수 있는 한도 이상으로 불법 대출을 받아 주택 구입 등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페퍼저축은행이 취급한 불법 사업자 주담대의 상당수는 개인이 소유한 주택을 담보로 잡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중엔 LTV가 90% 이상인 대출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페퍼저축은행이 이러한 불법 작업대출을 통해 자산을 크게 불린 것으로 보고 있다. 페퍼저축은행 자산은 2016년 말 1조3065억원에서 지난해 말 6조187억원으로 361% 급증하며 업계 자산순위가 10위에서 5위로 올라섰다. 특히 2016년 말 2991억원에 불과했던 개인사업자 대출금 잔액이 지난해 말 1조5781억원으로 428% 급증하면서 가계대출금 증가율(330%)을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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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저축은행의 불법 영업 행태가 적발되면서 작업대출이 업계에 횡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감원은 올해 저축은행 정기검사 대상으로 업계 1, 2위인 SBI 및 OK저축은행을 정했는데, 이들 회사에서도 작업대출이 적발될 경우 파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감원은 OK저축은행에 정기검사를 나간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은 특정 회사에서 불법 영업행태가 드러났을 뿐”이라며 “다른 대형 회사에서도 적발되면 이러한 영업이 업계 전반적인 문제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한편 페퍼저축은행이 불법으로 취급한 대출 중엔 ‘생계형 자영업자’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영업이 어려워지고 기존 대출을 갚지 못해 매출을 부풀려 돈을 빌렸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서류 조작이 명백해 수사기관에 통보해야 하지만 사회 통념상 형사적 책임을 물려야 하는지 등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페퍼저축은행 측은 “일부 미진한 부분이 있었던 게 사실이며 잘 시정할 계획”이라며 “다만 자산 증가는 사업포트폴리오 다양화를 꾀한 결과이지 불법 사업자대출을 늘린 결과는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