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페퍼저축은행 불법대출 적발…개인을 사업자로 둔갑

서대웅 기자I 2022.07.14 05:00:00

[저축은행 부실대출 논란] 금감원, 불법 대거 포착
서류조작해 개인을 사업자로 둔갑해 주담대 취급
DSR·LTV 등 가계대출 규제 미적용 악용
5년 361% 자산급증 연관성..이복현 "단호대처"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페퍼저축은행이 자산을 불리는 과정에서 불법 ‘작업 대출’을 대거 자행해온 것으로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드러났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저축은행업계의 불법대출 엄정 조치를 예고한 만큼 강력한 제재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대형 저축은행에서 작업대출 취급이 적발된 만큼 이러한 불법 영업 행태가 업계에 만연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이데일리 취재 결과 금감원은 지난 4월 페퍼저축은행 수시검사에서 이 회사가 개인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을 불법으로 대거 취급해온 점을 적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현재 검사 결과를 토대로 불법대출로 드러났거나 의심되는 취급 건을 분류해 어느 수준의 제재를 내려야 하는지 등의 후속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4월4일부터 5월6일까지 5주간 페퍼저축은행을 대상으로 고강도 수시검사(본지 5월4일자 ‘[단독]금감원, 페퍼저축은행 고강도 검사’ 참조)를 벌였다. 경영실태평가(CAMEL) 시행 없이 특정 사안에 대한 검사를 5주간 벌여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과거 종합검사격인 정기검사도 길어야 4주 진행한다.

검사 결과 페퍼저축은행은 대출 자격이 없는 개인 차주에게 사업자 주담대를 취급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과정에서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조작하는 이른바 ‘작업대출업자’까지 동원된 것으로 파악된다. 보통 경영 목적으로 취급되는 사업자대출을 받기 위해선 자금 사용처를 소명할 수 있는 서류를 내야 하고, 빌린 돈은 해당 용도로만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작업대출업자가 세금계산서 등을 위·변조해 사업자가 아닌 개인 차주를 사업자로 위장하고, 페퍼저축은행은 이들 차주에게 돈을 빌려줬다. 개인사업자인 차주에게도 사업 외 용도로 대출을 취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자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담보인정비율(LTV) 등 가계대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개인차주가 빌릴 수 있는 한도 이상으로 불법 대출을 받아 주택 구입 등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페퍼저축은행이 취급한 불법 사업자 주담대의 상당수는 개인이 소유한 주택을 담보로 잡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중엔 LTV가 90% 이상인 대출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페퍼저축은행이 이러한 불법 작업대출을 통해 자산을 크게 불린 것으로 보고 있다. 페퍼저축은행 자산은 2016년 말 1조3065억원에서 지난해 말 6조187억원으로 361% 급증하며 업계 자산순위가 10위에서 5위로 올라섰다. 특히 2016년 말 2991억원에 불과했던 개인사업자 대출금 잔액이 지난해 말 1조5781억원으로 428% 급증하면서 가계대출금 증가율(330%)을 웃돌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8일 서울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금융감독원)
페퍼저축은행엔 강한 제재가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8일 저축은행 CEO(대표이사) 간담회에서 대출심사 및 자금용도 외 유용 여부에 대한 점검 강화를 요청하면서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금감원도 지난달 21일 ‘저축은행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불법적인 사업자 주택담보대출 행태에 엄중 대응할 예정’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대형 저축은행의 불법 영업 행태가 적발되면서 작업대출이 업계에 횡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감원은 올해 저축은행 정기검사 대상으로 업계 1, 2위인 SBI 및 OK저축은행을 정했는데, 이들 회사에서도 작업대출이 적발될 경우 파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감원은 OK저축은행에 정기검사를 나간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은 특정 회사에서 불법 영업행태가 드러났을 뿐”이라며 “다른 대형 회사에서도 적발되면 이러한 영업이 업계 전반적인 문제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한편 페퍼저축은행이 불법으로 취급한 대출 중엔 ‘생계형 자영업자’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영업이 어려워지고 기존 대출을 갚지 못해 매출을 부풀려 돈을 빌렸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서류 조작이 명백해 수사기관에 통보해야 하지만 사회 통념상 형사적 책임을 물려야 하는지 등을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페퍼저축은행 측은 “일부 미진한 부분이 있었던 게 사실이며 잘 시정할 계획”이라며 “다만 자산 증가는 사업포트폴리오 다양화를 꾀한 결과이지 불법 사업자대출을 늘린 결과는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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