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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기대·투자 호재에 쑥쑥 오른 증권株… 더 갈까

김윤지 기자I 2021.04.23 00:40:00

상장 가시화에 한국금융지주 26%↑
1Q 예상 영업익 1400%↑ ‘기저효과’
“투심 악화 보단 구조적 수혜 더 클 것”
“로빈후드·쿠팡 등 재평가 기회될 수도”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지난해에 이은 실적 기대감과 상장 이벤트 영향으로 증권주의 상승세가 돋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증권주를 골라 담은 증권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승률은 코스피 지수를 훌쩍 뛰어넘었다. 금리 인상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이 리스크로 언급되는 한편 일각에선 지난해 본격화된 머니무브의 수혜가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22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KRX증권지수는 853.18로 지난달 말에 비해 10.58% 올랐다. 이에 따라 증권주에 투자하는 ETF도 10% 안팎의 수익률을 냈다. 이날 ‘KODEX 증권’는 지난달 말 대비 845원(10.52%) 상승한 8875원에 마감했다. ‘TIGER 증권’도 이달 들어 460원(9.74%)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상승률 3.79%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두 ETF는 다른 기초지수를 추적하지만 보유 비중 상위 종목 구성은 거의 동일하다. 비중은 다소 차이가 있으나 한국금융지주(071050) 미래에셋증권(006800) 삼성증권(016360) NH투자증권(005940) 키움증권(039490) 메리츠증권(008560) 한화투자증권(003530) 등이 상위에 포진해 있다.

이중 한국금융지주와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강세가 돋보이는 종목이다. 두 ETF 모두 한국금융지주를 20% 넘게 쥐고 있는데, 이달 들어 26.17% 오르면서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기업공개(IPO) 대어로 손꼽히는 카카오뱅크의 상장이 오는 7월로 가시화된 영향으로 볼 수 있다. 한국금융지주는 한국투자밸류운용을 통해 약 31.8%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2월 미국 퀄컴이 보유했던 두나무 지분 6.15%를 583억원에 인수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자금이 몰렸다. 3월 한달 동안 52.88% 상승했고, 이달에도 37.88% 올랐다. 지난해 연말 4709억원이었던 시가총액은 현재 1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기저효과까지, 1분기 추정치 전년比 1408.3%↑

전반적인 실적 기대감도 크다.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기준 추정기관수가 3곳 이상인 증권회사 7개사의 1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408.3% 늘어난 1조961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을 냈던 한국금융지주의 흑자전환 예상, 개인 투자자 선호도가 높은 키움증권(039490)의 브로커리지 수수료 확대로 인한 실적 개선 전망 등 기저효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골칫거리였던 IB(투자은행)도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경기 정상화 기대로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해 증권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둔화로 이미 대규모 손상 및 충당금을 반영하고, 대출 및 채무보증 규모를 급격히 줄이면서 결과적으로 올해는 투자 여력이 확대됐다. 오는 28일 청약 예정인 SKIET(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를 비롯해 크래프톤(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현대엔지니어링(미정), 카카오뱅크(KB증권) 등이 조 단위 IPO가 추진 중으로, 이는 대형 증권사 관련 수수료 수입으로 연결된다. 양호한 시장 환경에 다양한 기업들이 상장하면 증권사별 자기자본투자(PI)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

김고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IPO 등 기업의 대규모 자금 조달이 이어지고 있어 올해는 기업금융이 증권사 실적을 주도할 수 있다”면서 “공모주 활성화는 대형증권사의 기업금융 및 리테일 실적을 모두 견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적 대비 아직 싼 증권주”

일각에선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한 금리 상승이 증시 거래대금 감소로 이어져 증권사 브로커리지 수입이 급감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다만 1년 전 40조원대였던 투자자 예탁금은 여전히 60조원대에 머물고 있다. 해외주식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해 4분기 약 5426억에서 올해 1분기 1조1000억원 수준으로 약 106% 증가하는 등 해외 주식 거래도 꾸준한 증가세다. 대형 IPO로 인한 공모자금과 법인 유휴 자금의 증시 유입, 직접 투자 선호가 예상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등은 ‘동학개미운동’의 지속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요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주는 아직 저렴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증권주의 밸류에이션은 매력적인 수준”이라면서 “같은 금융주 안에서도 올해 증권사의 경상 이익은 개선세를 지속하며 보험사들의 실적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대부분 증권사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보험주를 크게 하회한다”고 지적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리테일에 강한 글로벌 온라인 증권사들의 PER은 평균 약 30.4배인데 비해 국내 대형 증권사들의 올해 PER 추정치는 평균 6.2배 수준”이라면서 “미국 온라인 증권사 로빈후드의 연내 상장, 쿠팡과 같은 한국기업의 미국 시장 상장 등은 상대적 저평가된 국내 증권업종의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재평가) 가능성을 말해준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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