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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은 지난 15일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날아라 개천용’ 17회부터 박삼수 역으로 출연했다. 애초 박삼수 역은 배성우가 맡아 연기를 했으나, 지난해 11월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것이 뒤늦게 알려지며 드라마에서 하차했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08% 이상으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한 드라마의 주연 배우로 책임을 다하기는커녕,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음주운전을 한 배성우에게 비난이 쏟아졌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제작진에게 돌아갔다.
결국 배성우의 소속사 이사인 정우성이 이를 수습하기 위해 나섰다. 배성우가 연기한 박삼수 역을 그대로 이어받기로 한 것이다. 전혀 다른 캐릭터가 아닌, 타 배우가 연기한 캐릭터를 이어가야 하는 것은 배우에게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부담이 정우성의 연기에서도 고스란이 드러났다. 대사, 표정, 행동이 과장되게 표현됐고 극에 자연스럽게 흡수되기 보다는, 정우성이라는 배우 자체가 튀고 돋보였다.
박삼수의 털털하고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 막춤을 추고 코를 후비는 노력까지 했지만, 박삼수가 아닌 노력하는 정우성으로 보였을 뿐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삼수를 표현하기 위해 쏟은 노력이 오히려 극을 부자연스럽게 만드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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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수 캐릭터에 대한 표현력, 극의 흡수는 실패했지만 화제성 면에서는 성공이었다. 정우성이 출연한 지난 15일부터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날아라 개천용 정우성’, ‘날아라 개천용 배성우’가 올랐고 실시간 톡에서도 정우성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졌다. 물론 정우성이 박삼수 캐릭터를 몰입도 높게 소화했다면 배우 정우성이 아닌 극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을 것이다. 이 점도 화제성 면에서는 성공을 거뒀지만, 드라마 전체 흐름을 봤을 때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시청률도 17회 5.6%, 18회 5.5%로 지난 15회(5.2%), 16회(5.4%)에 비해 소폭 상승 했지만, 배성우의 음주운전이 알려지기 전인 12월 초 6% 대 시청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상승했다고 볼 수도 없다.
사실 주연 배우가 교체한 드라마들을 살펴보면 성공한 케이스는 그리 많지 않다. SBS ‘리턴’도 고현정이 제작진과 갈등으로 하차하고 박진희가 투입하며 이에 대한 시청자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과거 KBS2 ‘명성황후’, MBC ‘당신은 너무합니다’ 등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이 드라마들은 교체된 배우들에게 주어진 회차가 정우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았다.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이기에 나름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정우성에게 남은 회차는 단 2회뿐이다. 정우성이 이 2회를 박삼수로 시청자들을 설득시킬 수 있을지, 아니면 ‘대타 정우성’으로 화제성만 남길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