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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잡학사전]골프 브랜드 작명학(作名學)

김세영 기자I 2017.07.25 07:00:02

골프 브랜드나 클럽 이름에는 창업자나 이미지 등 다양한 사연 반영...내력 알아가는 골프 재미도 풍성 

골프 브랜드나 클럽의 이름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그 내력을 알면 골프의 재미는 더욱 풍성해 진다.  이미지 편집=박태성 기자 

[이데일리 골프in 김세영 기자]사람의 이름에는 나름의 의미가 담겨 있죠. 장차 아이가 성장해서 어떤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 등을 담습니다. 동화 속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박삭…’라는 이름은 장수(長壽)의 소망을 담았죠. ‘빈’이나 ‘혁’처럼 시대에 따라 유행하는 글자도 있어요.

사람과 마찬가지로 골프채나 브랜드의 이름에도 나름의 사연이나 제작자의 소망이 담겨 있답니다. 골퍼 여러분이 그동안 사용했거나 사용하고 있는 클럽이나 브랜드의 이름에 얽힌 이야기에 대해 알아볼까요. 라운드 도중 대화를 이끌어갈 수 있는 유용한 ‘골프 잡학’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창업자 이름에서 유래=골프 브랜드 중 상당수가 창업자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던롭은 영국의 발명가이자 ‘타이어의 아버지’로 불렸던 존 보이드 던롭(John Boyd Dunlop)이 세운 회사죠. 캘러웨이라는 이름은 창업자인 ‘일리 리브스 캘러웨이’(Ely Reeves Callaway)에서 출발했고요. 한때 고반발 논쟁에 불을 지폈던 ERC 드라이버는 창업자 이름의 앞 글자를 하나씩 따서 조합한 거랍니다.

브리지스톤 골프도 창업자의 이름을 딴 경우입니다. 창업자의 이름이 이시바시 쇼지로인데, 성에서 이시는 돌(Stone), 바시는 다리(Bridge)를 의미합니다. 그밖에도 클리브랜드, 스코티 카메론, 혼마 등도 창업자나 제작자의 이름을 차용한 경우죠.

이미지를 이름으로 사용=이미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이나 특정 제품의 이미지를 이름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요. ‘우리 제품도 그와 똑같은 성능을 가지고 있다’는 이미지의 동일시 현상을 노리는 거죠.

가장 유명한 게 타이틀리스트가 아닐까 해요. 영문 타이틀(Title)과 사람을 뜻하는 이스트(~ist)를 조합했죠. 번역하자면 ‘타이틀을 가진 자’가 되겠죠. 많은 선수들이 타이틀리스트 볼을 사용해 우승을 거뒀고, 그래서 ‘우승자의 볼’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GBB(Great Big Bertha)라는 모델명도 이런 케이스에요. 1차 세계대전 중 독일의 거대 대포인 ‘빅 버사’(Big Bertha)의 이름을 사용해 ‘장타 드라이버’라는 이미지를 만들었답니다. 대표적인 ‘장수 이름’이 아닌가 싶네요.

일본 던롭의 브랜드인 젝시오(XXIO)는 숫자 21세기를 뜻하는 로마자 ‘XXI’와 ‘~를 향하여’라는 뜻의 온워드(onward)를 합성한 겁니다. 굳이 우리말로 표현자면 ‘21세기를 향하여’ 쯤이 되겠죠. 젝시오 브랜드가 나온 게 21세기의 시작인 2000년이라는 것도 작명에 작용한 요소입니다. 참고로 던롭의 또 다른 브랜드인 스릭슨(SRIXON)은 모 회사인 ‘스미토모 러버 인더스트리’의 알파벳 앞 글자(SRI)와 무한대를 뜻하는 X, 그리고 onward를 조합해 만들었습니다.

스트로크를 할 때 났던 청명한 '핑' 소리가 그대로 회사 이름이 된 핑(Ping)은 퍼터 모델 이름을 앤서(anser)로 지었는데 '이 퍼터가 곧 답이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원래 'answer'가 맞는 표기법이지만 알파벳 'w'를 뺀 건 창업자 카스텐 솔하임의 아내 루이제의 아이디어였습니다.  이름의 의미처럼 앤서 퍼터는 핑이 세계적인 골프 회사로 올라서는 데 일등공신이 됐죠.

그밖에 일본 브랜드인 ‘카타나’는 사무라이의 칼처럼 날카로운 아이언 샷을 날릴 수 있다는 걸 표현했고, ‘요이치’는 일본의 명궁(名弓) ‘나스나 요이치’의 이미지를 살려 정확성을 어필한 경우입니다. 

올해 출시된 골프 클럽 중 ‘에픽’(Epic)이라는 제품이 있습니다. 에픽은 ‘서사시’나 ‘장대한 일’을 뜻하는데 그 이름처럼 대단한 반응을 일으키고 있어요.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우승자 대부분이 에픽 드라이버를 사용해 챔피언이 됐거든요. 이름처럼 전설을 만들 조짐을 보이고 있네요. 반드시 이름과 똑같은 인생을 사는 건 아니지만 그 의미와 어울린다면 더욱 풍성한 스토리가 탄생하는 게 아닐까요. 또한 이름의 내력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도 나름 쏠쏠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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