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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백수 120만명 시대...좁아진 취업문, 대책은 뭔가[사설]

논설 위원I 2023.09.12 05:00:00

[사설]

가을 채용 시즌이 시작됐다. 최근 대기업들이 속속 채용 공고를 내고 있다. 삼성그룹은 18일까지, 포스코그룹은 19일까지, HD현대그룹은 25일까지 입사 지원서를 접수한다. 때맞춰 채용에 나서는 중소·중견기업도 많다. 각 기업은 적성평가, 면접 등을 거쳐 늦어도 두세 달 안에 신입사원을 선발할 것이다. 기업들이 청년의 젊은 기운과 재능을 주입받아 일신하는 과정이다. 청년들은 품어온 꿈을 실질적으로 펼쳐나갈 직장을 얻게 된다.

하지만 올해 채용시장은 상황이 좋지 않아 걱정이다. 한국경제인협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이 예상하는 올해 취업 경쟁률은 81대 1로 지난해의 77대 1보다 높아졌다.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65%는 하반기 대졸 채용 계획을 아직 세우지 못했거나 채용을 하지 않기로 했다. 채용 계획이 있는 기업 중에서도 4분의 1은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줄이겠다고 한다. 경기회복이 지연되는 데다 중국발 경제 위기 및 국제 공급망 교란 등 악재가 켜켜이 겹친 탓에 경영 여건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8월 23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3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가 구직자들로 붐비고 있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청년 취업난의 원인은 단지 경기적 요인 만이 아니다. 업무 전산화 및 디지털 금융 확산에 따른 은행 점포 급감 및 산업 현장의 무인 공장 증가, 플랫폼 확산이 초래한 재래식 유통망 붕괴 등이 채용시장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력 절감형 기술 발달과 산업 재편이 역사상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청년 취업난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학업을 마치고도 미취업 상태인 15~29세 ‘청년 백수’가 126만여명이나 된다는 최근 통계청 조사 결과는 청년 취업난이 구조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일자리 부족을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팔짱만 끼고 바라볼 수는 없다. 정부와 기업 모두가 문제 해결을 위한 지혜를 한데 모아야 한다. 우선 정부는 취업난 속에서도 구인난이 심각한 첨단기술 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인력 공급이 원활해지도록 관련 교육·훈련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창업 활성화와 기업규제 완화도 시급하다. 일부 대기업 노조의 과도한 정년연장 요구는 청년 취업난을 곧바로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자제돼야 마땅하다. 노는 청년이 수두룩한 사회는 미래가 암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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