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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두툼·푸짐·매콤·시원…지친 여름 속풀이 하러 창원으로 오세요

강경록 기자I 2017.08.25 00:00:01

늦여름 입맛 되찾아줄 음식 거리 투어
장어 굽는 냄새 풀풀나는 '장어구이 골목'
해산물과 술을 거방지게 먹을 수 있는 '통술거리'
술꾼들의 아침 해장국 성지 '복요리 거리'
말린 아귀로 찜요리 만드는 '아귀찜 거리'

쌍용복집의 복지리
오동동 ‘아구할매집’의 ‘아구찜
장어구이 거리에 자리한 신포장어의 ‘장어구이’


[창원=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연일 습하고 무더운 날씨가 이어진다. 기운을 낼만한 음식이 절실하다.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냉(冷) 음식과 뜨끈한 엶(熱) 식을 놓고 고민이다. 너무 찬 음식만 먹다 보면 배탈로 고생하기 일쑤. 몸의 기운을 따뜻하게 해주고 힘을 낼 수 있는 고단백의 보양식이 좋다. 삼계탕과 갯장어 요리가 대표적이다. 이 음식들은 늦여름 떨어진 입맛을 돋우고 놓친 건강도 챙겨준다. 삼계탕에 비해 갯장어는 쉽게 먹기 힘든 음식 재료다. 보통 전남 여수와 장흥, 경남 통영과 고성 등 남해안 지역에서 주로 여름철에만 잡혀서다. 경남 창원도 갯장어가 많이 나는 고장 중 하나다. 여기에 복어와 아귀 등 먹거리도 다양하다. 다양한 해산물과 함께 술 한 잔 곁들일 수도 있다. 마산합포구 오동동 일대는 이 모든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전문 음식거리가 있는 전국 유일한 곳이다.

창원 앞바다에서 잡힌 싱싱한 갯장어들이 장어구이 골목 식당 곳곳에 제공된다.
◇숯불에 장어 굽는 냄새가 가득한 ‘장어구이 골목’

고단백 식품으로 유명한 갯장어가 제철이다. 장어는 종류별로 다른 이름이 붙어 있어 헷갈리기 십상이다. 갯장어가 ‘하모’, 붕장어가 ‘아나고’, 먹장어가 ‘꼼장어’, 뱀장어가 ‘민물장어’로도 불린다. 특히 생김새·맛에서 갯장어와 붕장어 구분은 쉽지 않다. 갯장어는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이 좋아 여름 보양식으로 많이 찾는 음식 재료 중 하나다. 잡기도 어렵다. 전갱이 살을 잘라 일일이 낚시 바늘에 꿰어야 잡을 수 있다. 몸값이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다. 차지고 달고 고소한 맛에 샤브샤브용으로도 인기가 많다. 물기를 빼고 회로도 먹기도 하지만 딱히 여름에 권하고 싶지는 않다.

창원에서 장어를 제대로 먹고 싶다면 남성동 수협 어판장 부근(구 마산어시장) 장어구이거리로 가야한다. 바다를 따라 20여 곳의 식당들이 영업을 하고 있다. 사시사철 숯불에 장어 굽는 냄새와 연기로 가득한 곳이다. 두툼한 살을 길게 잘리 구워 먹으면 최상급 민물장어 못지않다. 집집마다 ‘며느리도 모르는’ 특제 양념으로 맛이 다른 것이 이곳 특징이다. 보통은 이런 양념을 장어에 바르고 굽는 과정을 두세 번 반복한다. 속살 깊이 양념 맛이 베게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운치 있는 마산항의 야경은 보너스. 장어국과 조개구이, 꼼장어 구이도 인기다.

오동동 통술거리 홍시통술의 한상차림
◇술과 음식을 넉넉하게 먹을 수 있는 ‘통술거리’

창원에는 서민들이 출출할 때 술과 음식을 넉넉하게 거방지게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통술집’이다. ‘통술’은 한마디로 싱싱하고 푸짐한 각종 음식들이 ‘한상 통째’로 나오는 술상이다. 처음 한상 차려진 음식이 가득한데도,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계속 음식이 줄을 이어 나온다. 통영의 ‘다찌집’, 진주나 삼천포의 ‘실비집’, 전주의 막걸리 골목과 엇비슷하다. 통술집은 1970년대 오동동과 합성동 뒷골목에서 생기기 시작했다. 어시장이 근처다 보니 싱싱한 해산물을 싸게 사들여, 푸짐하게 음식을 내놓았던 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통술집골목’이 두 곳에 걸쳐 있는데, 오동동 ‘통술집 골목’과 신마산 ‘통술거리’가 그것이다.

오동동 통술집은 원조격이라 아늑하고 정감 있는 목로집 풍경이다. 대신 신마산에 있는 통술집은 실내가 넓은 한정식집 같다. 상차림은 대부분이 해산물 위주다. 가지 수도 많아 일식집 수준이다. 일식집과 달리 상차림이나 음식 자체는 투박하고 토속적이다. 여느 가정집 잔칫상 같이 소박하지만 ‘상다리가 휘어지는 풍경’, 바로 그것이다. 음식은 한 가지씩 나오는데 계절마다 조금씩 다르다. 제철 식재료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맥주 3병이 기본으로 술상이 차려진다. 1인당 보통 4만원부터다. 이후부터는 술값만 지급하면 안주가 계속 나온다.

남성식당 복지리
◇집집마다 조리법이 제각각인 ‘복요리 거리’

오동동 일대 복요리 거리에는 20여개 복 전문 식당이 즐비하다. 저마다 고유한 맛을 선보이는데, 두주불사하는 미식가들을 위해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 이 거리에 최초로 복국을 들여놓은 숙수(熟手)는 고(故) 박복련 할머니다. 친정어머니로부터 복을 다루는 법을 배워 해방 이후 유곽과 술집이 밀집한 오동동에 복전 전문 남성식당을 냈다. 독을 제거한 복으로 맑은 국을 끓여 술꾼들에게 아침 해장국으로 내놓았는데 숙취해소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또 비타민이 풍부하고, 콜레스테롤 감소에도 좋다.

이후 1970년대 이후 전국 각지에서 손님이 모여드는 명소가 됐다. 이때부터 주변 칼국수, 수제비 식당들이 복요리 식당으로 하나 둘 간판을 바꿔달았다. 현재 복요리 거리 식당들의 주 메뉴는 복국이다. 조리법은 대동소이하지만 복요리 거리의 복국 맛은 식당마다 제각각이다. 육수를 만드는 법과 사용하는 복어와 미나리, 콩나물이 집집마다 다르다. 그래도 육수에 복어·미나리·콩나물·파·마늘을 넣고 끓이는 것이 기본이다. 특히 미나리는 줄기가 얇고 신선한 것만 골라 큼지막하게 썰어 넣는다. 알싸한 향취를 내는 미나리의 독특한 성분은 몸에 쌓인 술기운을 풀어주고 신진대사를 증진시킨다. 각 식당의 육수와 양념 제조법 역시 일급비밀로 취급한다. 각 식당 옥상 위에 장독대에서 숙성시키는 간장과 된장이 그 비밀의 시작이다. 식당 주인들은 종업원들이 모두 퇴근하고 난 뒤 육수와 양념을 만든다고 한다. 딸이나 며느리에만 전해진다. 이 복요리 거리가 전국 최고의 복국 맛을 유지하는 비법이 다름 아닌 대를 잇는 비전의 손맛에 있는 셈이다.

오동동 ‘아구할매집’의 아구불갈비
◇말린 아귀로 찜 요리 만드는 ‘아귀찜 거리’

아귀찜은 창원 별미로 꼽힌다. 오동동 일대에 40여 개의 아귀찜 식당이 모여 있다. 오동동에 아귀찜 식당이 생겨난 것은 1960년대.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 오동동에는 뱃사람을 상대로 해장국과 장어구이를 팔던 혹부리 할머니가 있었다. 어느 날 어부들이 흉측하게 생긴 물고기를 들쳐 메고 와서는 버리기 아깝다며 요리를 해달라고 했다. 할머니는 재수 없다며 물고기를 버리라고 손사래를 쳤고, 어부들은 담벼락에 물고기를 던져놓고 가버렸다. 이렇게 버려진 물고기가 아귀다. 아귀는 차디찬 해풍에 얼고 볕에 녹기를 반복하면서 추운겨울을 보냈다. 이윽고 봄날, 혹부리 할머니는 명태말린 것과 비슷해진 아귀를 발견하고 된장·고춧가루·마늘 등 갖가지 양념을 넣고 끓여냈다. 처음에는 국물이 흥건한 생선국 모양이었다가 점점 국물을 자작하게 졸여내 지금의 아귀찜이 됐다.

아귀는 보통 한겨울인 12~2월 진해만과 전남 여수만 등 남해안과 서해안 일대에선 정치망이나 대구를 잡는 호망을 이용해 아귀를 잡는다. 창원에서는 달리 말린 아귀로 찜 요리를 만들어 내놓는데, 생아귀로 찜을 만드는 다른 지역과 맛이 확연히 다르다. 아귀는 찜 외에도 탕과 수육으로 상에 오른다. 탕은 해장국으로 좋고 수육은 술안주로 그만이다. 뼈를 제외하고는 껍질부터 내장, 아가미, 지느러미, 꼬리까지 버릴 것 없이 모두 사용되며 요즘에는 불고기, 불갈비 등으로도 요리한다.

저도 콰이강의 다리
◇여행메모

△가는길= 수도권에서 가자면 경부고속도로를 타다가 김천분기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내서분기점까지 내려간다. 내서분기점에서 남해고속도로 제1지선으로 갈아타고 서마산 나들목으로 나와 진해방면으로 좌회전해 어린교 오거리에서 다시 좌회전해서 2번 국도를 타면 된다. 고속철도를 이용하면 창원중앙역이나 마산역에서 내려야 한다.

△묵을곳= 한국관광공사의 호텔체인 베니키아 가맹점인 호텔 샤보이는 가족이 묵어도 좋을 만큼 깔끔하고 저렴하다. 7~10만원 선이다.

△가볼 만한 곳= 창원시 진해구 명동 음지도 일대에 해양공원은 동서양의 역사와 문화, 해양력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는 햐양 교육의 살아 있는 체험학습장이다. 진해의 풍경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는 진해드림로드는 장복하늘마루길, 천자봉 해오름길, 백일아침고요산길, 소사생태길 등 네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마산합포구 구산면 구복리에 위치한 저도는 섬의 모양이 돼지가 누워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저도로 불린 곳. 저도 비치로드는 저도 연륙교와 구산면 일대의 수려한 경관과 어우러져 해안선을 따라 빼어난 경관을 보며 완만하게 걷는 하이킹 코스다.

진해드림로드 편백숲
진해해양공원 쏠라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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