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색 따라 두쪽 난 감사원, 비위 잣대도 제각각인가

논설 위원I 2023.06.12 05:00:00
감사원이 9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과 권익위 직원들의 비위사실을 명시한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전 위원장은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 아들의 군 휴가특혜 의혹과 관련, 추 장관에게 유리하도록 유권해석 과정에 관여했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개입을 부인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갑질’로 징계를 받게 된 고위 간부 구제를 위해 탄원서를 제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했고 상습적인 지각 출근 등 근무 태만과 함께 식사 참석인원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청탁금지법 위반조사를 피한 사실도 밝혀졌다.

권익위는 이해충돌방지법, 부패방지법, 청탁금지법 등을 주관하는 기관이다. 이번에 드러난 비위는 한결같이 이들 법률을 위반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조직의 기강과 규율이 얼마나 무너졌는지 엿볼 수 있다. 전 위원장은 표적, 조작감사라며 반발하고 감사원 앞에서 1인 시위까지 벌였지만 설득력이 없다. 이미 그 자신이 문재인 정부 시절 ‘북한에 의한 서해공무원 피살사건’의 유권해석을 거부하는 등 노골적이고도 편향적인 행보로 권익위의 중립성을 훼손했다.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할 사람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건 공직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다.

문제는 이런 감사 내용이 민주당 성향 감사위원들의 방해로 공개 자체가 무산될 뻔했다는 점이다. 합의제 의결기관인 감사원은 감사원장 포함, 7명의 감사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최재해 원장을 제외한 6명 중 문 정부의 알박기 인사 3명이 집요하게 ‘전현희 편들기’에 나섰다고 한다. 이들은 전 위원장의 비위에 대한 구체적 서술을 줄이도록 내용 자체를 수정하려 했고, 최 원장을 보고서 심의 의결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보고서 공개를 무산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의 독립성을 훼손한 이들의 정치적 행보를 보면 감사위원회 자체도 얼마나 정치색으로 물들었는지 알 수 있다. 민변 출신으로 교수 시절 문 전 대통령과 책을 같이 썼던 김인회 위원, 문 정부 시절 각각 서울고검장과 국무조정실 국정운영실장을 지낸 조은석·임찬우 위원 등 이번 보고서 공개를 막으려 했던 인사들은 직권남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재량을 벗어난 이들의 일탈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는 날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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