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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걸스, 전설의 역주행곡 탄생 그 순간[김현식의 서랍 속 CD]

김현식 기자I 2023.02.19 09:30:00

브레이브걸스 4번째 미니앨범 '롤린'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가요계 현장 곳곳을 누비며 모아둔 음반들을 다시 꺼내 들어보면서 추억 여행을 떠나보려 합니다. [편집자 주]

오늘 꺼내 들어본 서랍 속 CD는 그룹 브레이브걸스가 2017년 3월 발매한 4번째 미니앨범 ‘롤린’(Rollin’)입니다. 브레이브걸스가 앨범 발매 당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언론 쇼케이스를 열었을 때 받았던 CD로 기억합니다.

차트 역주행 신화를 쓴 곡 ‘롤린’이 담긴 바로 그 앨범입니다. 브레이브걸스가 원년 멤버가 모두 빠진 5인 체제(민영, 유정, 은지, 유나, 하윤)로 처음 발매한 앨범이기도 했고요.

쇼케이스 당시 부담감이 묻어난 얼굴로 무대에 올랐던 멤버들은 “사활을 건 컴백”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데뷔 이후 6년간 히트곡을 내지 못해 기로에 서 있던 팀에 합류한 지 1년여 밖에 되지 않은 멤버들만 남은 상태였다 보니 그럴 법도 했죠.

멤버 중 은지는 눈물도 흘렸습니다. 맏언니 민영이 소속사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수장 용감한형제 얘기를 꺼내면서 “이번엔 정말 잘되어야 한다. 대표님께 자랑스러운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하며 울먹였을 때 은지의 눈물이 터졌던 기억이 납니다. 말 그대로 ‘눈물의 쇼케이스’였죠.

이번 기회에 CD를 다시 열어보며 당시 멤버들이 얼마나 간절했는지를 새삼 느꼈습니다. 멤버들이 개인컷 페이지에 일일이 사인과 메시지를 적어넣은 걸 발견했기 때문인데요. 일대일 인터뷰와 달리 언론 쇼케이스의 경우 사진과 영상 기자를 포함해 100여명의 취재진이 참석하는 만큼 모든 CD에 개별 사인과 메시지를 넣기가 쉽지 않은 일인데, 브레이브걸스는 모든 CD에 정성을 담았던 겁니다. 이러한 노력이 하나하나 모여 훗날 역주행 신화를 써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한 지점입니다.

앨범에는 타이틀곡 ‘롤린’을 비롯해 ‘옛 생각’, ‘서두르지마’, ‘하이힐’ 리믹스 버전, ‘롤린’ 아웃트로 등 총 5개의 트랙이 담겨 있습니다.

1번 트랙에 자리한 앨범의 대표 트랙 ‘롤린’은 트로피컬 하우스를 접목한 템포 EDM 곡으로 짝사랑에 푹 빠진 한 여자의 이야기가 가사에 녹아있습니다. 짝사랑하는 사람의 주위를 맴돌며 점점 더 그에게 빠져드는 감정을 표현한 중독성 있는 후렴구와 다채로운 요소가 어우러진 흥겨운 멜로디, 멤버들의 시원시원한 보컬이 잘 어우러진 곡이죠.

2번 트랙 ‘옛 생각’은 떠나간 사랑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주제로 다룬 곡으로 ‘롤린’과 결이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힘을 뺐다가 싣기를 반복하는 리듬감 넘치는 펑키한 힙합 리듬과 공감력 높은 애절한 가사와 랩이 조화를 이룬 곡이라 ‘롤린’ 못지 않게 반복 재생을 부르죠.

이어지는 3번 트랙 ‘서두르지 마’의 경우 브레이브걸스의 뇌쇄적 매력을 극대화한 알앤비 팝 장르 곡입니다. 아찔한 유혹의 순간을 다룬 곡인데, 멜로디와 가사 모두 끈적끈적해서 이전 곡들과는 분위기가 확 다르죠. 브레이브걸스 멤버들은 쇼케이스에서 “섹시 걸그룹계 1인자가 되는 게 목표”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는데, ‘서두르지 마’가 곡 자체만으로 따졌을 때 그 포부와 가장 부합하는 곡이 아닐까 합니다.

4번 트랙은 ‘하이힐’ 리믹스 버전은 3번째 미니앨범 타이틀곡을 재해석한 곡입니다. 원곡은 경쾌하고 발랄한 곡인데, 리믹스 버전의 경우 재지한 스타일로 편곡해 색다른 매력을 가미했죠. 중간에 빵 하고 터지는 구간이 있어서 서바이벌 프로그램 경연곡 스타일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원곡과 비교해서 들어보는 재미가 있는 곡입니다.

5번 트랙 ‘롤린’ 아웃트로의 경우 ‘롤린’ 비트를 활용한 1분 분량의 인스트루멘탈 트랙입니다. ‘롤린’을 듣고 난 이후 여운을 즐기기에 좋을 만한 곡이라는 생각입니다. 브레이브걸스가 단독 콘서트를 했다면 ‘롤린’ 무대 시작 전 인트로곡으로 활용해도 좋았겠네요.

2022년 3월 6번째 미니앨범 발매 당시 모습(사진=이데일리DB)
브레이브걸스의 4번째 미니앨범 ‘롤린’은 발매 이후 5년이 흐른 2021년 초 타이틀곡 ‘롤린’의 역주행과 함께 빛을 봤습니다. 앨범을 내면서 “용감한 형제 대표님을 웃게 해드리고 싶다”고 했던 멤버들의 소망이 뒤늦게 이뤄진 거죠.

차트 역주행에 힘 입어 기사회생한 브레이브걸스는 4인 체제(민영, 유정, 은지, 유나)로 활동을 재개, 그해 5번째 미니앨범 ‘서머 퀸’(Summer Queen)과 리패키지 앨범 ‘애프터 위 라이드’(After We Ride)를, 지난해 6번째 미니앨범 ‘땡 큐’(THANK YOU)를 내고 기분 좋게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땡 큐’ 발매 이후 10개월 동안 별다른 활동이 없던 브레이브걸스는 지난 16일 새 싱글 ‘굿바이’(Goodbye)를 내고 공백을 깼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발매 당일 멤버들이 소속사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와 맺은 전속계약이 만료됐다는 소식이 함께 전해졌죠. 비록 소속사와의 재계약은 불발됐으나 멤버들은 언제든 다시 함께 활동할 의사가 있다며 여지를 남겼습니다. 멤버들의 새 출발을 응원하며 그런 기쁜 날이 오길 기대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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