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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교육감 약진…공교육 평가 강화된다[6.1선거 파장]

신하영 기자I 2022.06.07 04:25:47

진보교육감 8년 ‘시험 없는 학교’ 가속화
교육계 “코로나 이전부터 학력저하 시작”
보수교육감들 ‘학력평가 강화’ 추진할 듯
교육학자들도 “질병 진단해야 치료 가능”

하윤수 부산교육감 후보가 2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선거캠프에서 당선이 확실해지자 꽃목걸이를 걸고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신하영·김형환 기자] 서울 성북구의 한 중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김수희(가명·49) 교사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학생들의 학력이 저하됐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미 학력저하 문제는 그 이전부터 진행돼 왔다는 것. 김 교사는 5일 “서울의 중학교에서 수학교과 미달학생은 평균 10%가 넘을 것”이라며 “팬데믹으로 인한 원격수업 탓으로 돌리는 원인분석도 있지만 실상은 진보교육감 시대 이후 학교에서 거의 시험을 보지 않았던 탓”이라고 말했다.

6.1선거, 학력저하 문제 부상

6.1 교육감선거는 2007년 직선제 도입 이후 학생들의 학력저하 문제가 가장 크게 부각된 선거였다. 선거 결과 보수 후보들이 약진하고 이른바 ‘진보교육감 시대’가 막을 내린 것도 이 때문이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진보교육감들의 전교조식 교육에는 시험·훈육·과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학교에서 보는 시험도 학습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진보교육감 시대로 불리는 지난 8년간 이를 등한시해왔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전국 17개 시·도 중 13곳에서 승리한 2014년 교육감선거 이후부터 학생들의 학력저하가 두드려졌다. 이데일리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으로부터 입수한 18년(2003~2020년)간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결과를 분석한 결과 수학·영어에서 기초학력 미달비율은 2020년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기초학력 미달비율은 교과내용의 20%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 비율을 나타낸 것으로 소위 ‘수포자’·‘영포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일례로 수학의 경우 2020년 기초학력 미달비율은 중학생과 고교생이 각각 13.4%, 13.5%로 전년 대비 각각 1.6%포인트, 4.5%포인트 상승했다.

학생들의 학력 저하는 진보교육감 시대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경쟁교육 완화와 학교 서열화를 막겠다며 초등학교에서 지필고사를 아예 없애고, 중학교에선 2학년이 돼서야 자신의 성적을 알 수 있게 해서다. 중1 때는 자유학년제 시행으로 시험을 보지 않고 진로탐색에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 들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폐지하면서 문제를 키웠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학업성취도평가는 2007년부터 중3·고2 학생의 3%만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번 6.1교육감선거에 출마한 보수후보들은 학력저하 해소책을 공통적으로 제시하면서 대거 약진했다. 4년 전 선거에서 3명에 불과했던 보수교육감이 7명으로 늘어난 배경이다.

하윤수 부산교육감 당선자가 대표적이다. 그는 중1 때 지필고사를 보지 않는 자유학년제를 아예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초등학생 때부터 학력진단평가를 받도록 하고, 중·고교생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연구·관리할 기관으로 부산학력평가연구원 신설도 공약했다. 하 당선자는 “진보교육 8년간 기초학력 보장과 학력신장은 사실상 방치돼 왔다”며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교육격차를 줄여나가겠다”고 밝혔다.

보수교육감 ‘학력진단 강화’ 한목소리

부산 외에도 보수교육감이 당선된 경기·대구·대전·강원·충북·경북·제주 등에서도 학력저하 해소책이 공약으로 실행될 전망이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당선자는 “지역단위 기초학력지원센터를 구축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학력진단평가를 실시하겠다”고 공약했다. 충북에서 현직 김병우 교육감을 누르고 당선된 윤건영 충북교육감 당선자도 “초등학생 대상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진보교육감 시대가 저물고 보수교육감이 약진하면서 공교육 틀 내에서의 학력평가가 강화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초등학교부터 중2까지 학교에서 시험을 보지 않아 사교육에 의지해 학력진단을 받아야 했다. 진보교육감들의 정책을 두고 ‘학력 깜깜이’란 비판이 제기된 배경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학업성취도 전수평가(일제고사)가 부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학업 성취도와 교육격차 파악을 위해 주기적으로 학력검증을 전수 조사하겠다”고 공약했다.

보수교육감 당선자들의 학력진단 강화 흐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질병을 진단해야 고칠 수 있으며 평가는 교육의 완성”이라고 지적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도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실시해야 학생 개개인의 학력 미달 여부를 알 수 있다”라며 “일제고사 부활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진보교육감들도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에 반응하는 모습이다. 이번 선거에선 보수·진보 양자대결이 벌어진 곳은 총 7곳으로 이 중 5곳에서 보수가 승리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당선 직후 “경쟁후보들이 제기한 기초학력 문제 해소책 등을 적극 벤치 마킹하겠다”고 밝혔다.

6.1교육감 선거에서 보수후보 당선자들이 제시한 학력격차 해소 공약.(자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그래픽=김일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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