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굴곡진 현대사에 깊숙이 찔러넣은 붓…김영덕 '태고'

오현주 기자I 2021.09.01 03:30:00

1958년 작
초기 선명하던 '인간 실체', 지독하게 은유·상징
1950년대 말 뼈만 남긴 그로테스크한 변형으로
존엄성 훼손돼가는 현실 고발한 평생 화업 단초

김영덕 ‘태고’(太古)(사진=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작가 김영덕(1931∼2020). 그 이름이 낯설다면 문인 박경리와 최인호가 잠시 나서주면 된다. 소설 ‘토지’와 ‘별들의 고향’에 삽화를 그린 인물이니까.

작가는 굴곡진 한국현대사에 깊숙이 붓을 찔러 넣는 작업을 했다. 특히 전쟁과 이데올로기로 어수선했던 1950년대, 부산 ‘국제신보’ 기자로 활동한 작가에게 그림은 현실이었고, 현실은 그림이었다.

충남 서산 출신에, 미술교육을 제대로 받지도 못했지만 부산화단과 관련이 깊다. 부산 1세대 미술동인 ‘청맥’의 창립(1956)에 나섰고,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역작 ‘전장의 아이들’(1955)을 처음 내건 곳도 ‘청맥동인 창립전’이었으니까.

‘태고’(太古·1958)는 그즈음 연작 중 한 점이다. 초기에 선명했던 인간 실체를 점차 뼈만 남긴 그로테스크한 변형으로 지독하게 은유·상징하던 시절, 작품은 그가 내린 삶과 사회에 대한 결론처럼 보인다. 이후엔 작가 화업의 정점이라 할 1970년대 ‘인탁’(인간탁본) 연작, 인간 존엄성이 훼손돼가는 현실을 고발해간 그 붓길의 바탕이 됐다.

10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서 여는 ‘기지개 켜다: 신소장품 2015∼2021’ 전에서 볼 수 있다. 지난 7년간 박물관이 구입·소장한 작품·아카이브 중 130여점을 선별해 꺼내놨다. 캔버스에 유채. 73.5×61㎝.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소장·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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