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머리카락 넣고 먹던 치킨 연출하고…“환불해주세요”

박한나 기자I 2020.07.05 00:30:00

유튜버 송대익 "먹다만 치킨 왔다"...알고보니 조작
트집잡고 환불 요구 '블랙컨슈머'에 우는 음식점
앱 통한 비대면 소비·권력화된 리뷰 영향 있어
자영업자들 음식 회수 등 적극적 대처 나서

[이데일리 박한나 기자] 일상에서 생기는 의문을 [왜?] 코너를 통해 풀어봅니다.

배달 온 피자와 치킨을 꺼냈는데 피자는 6조각 중 4조각만, 치킨은 누군가 한 입 베어 먹은 조각이 들어 있다. 매장에 전화해 말했지만 빠른 조치도 없다. 이 상황을 지켜본 유명 유튜버 송대익의 유튜브 채널 ‘송대익’의 구독자 130여만 명은 기가 막혔다. 한 집 걸러 한 집이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 요즘, 분노와 공감을 살 만한 상황이었다.

사진= 지난 6월 28일 송대익 유튜브 방송화면
송씨가 음식을 주문한 곳은 전국에 프랜차이즈로 매장을 운영하는 ‘피자나라치킨공주’로 추정됐고 비난의 화살은 그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하루 만에 사건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날 송씨의 방송에 등장한 치킨과 피자는 ‘배달 음식이 도착했는데 일부 내용물을 누가 빼먹었다’는 상황을 연출하기 위한 소품이었다. 억울하게 도마에 오른 피자나라치킨공주는 흔히 ‘주작’이라고 불리는 조작 방송을 한 송씨를 형사 고소키로 했다. 송씨는 결국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 사건에 대해 여러 자영업자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장사하는 입장에서 저까지 화가 치밀어 오른다. 더구나 이렇게 힘든 시기에”, “자영업자를 우롱하는 짓이니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우리의 생계가 장난감이 되어서는 안된다”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런가 하면 송씨의 목적과는 다르지만, 음식값 때문에 음식에 문제가 있다고 우기며 환불을 요구하는 경우가 실제로 있다고 입을 모았다.

◇‘날파리 들어갔다’ 거짓말, ‘리뷰 테러’ 협박까지


지난 5월 국내 최대규모의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는 비슷한 사연이 올라온 바 있다.

배달 떡볶이집을 운영한다는 한 사장은 떡볶이 2인 세트를 배달하고 약 30분 후, 음식에 날파리가 들어가 있어 못 먹었으니 다시 보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이에 그는 사과한 후 바로 새 것을 만들어 드릴 테니 날파리가 들어간 떡볶이는 손님이 배달 대행 기사를 통해 보내달라고 했다.

그런데 문제의 떡볶이를 받은 사장은 자신의 매장 것이 아닌 것을 알아챘다고 한다. 음식의 맛도 달랐고 식었어야 할 떡볶이는 방금 한 음식처럼 뜨거웠다. 사장이 추궁하자 손님은 실토했다.

여럿이서 떡볶이를 먹다 보니 양이 모자라 한 개 더 받을 심산으로 날파리가 들어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사장이 먼저 보낸 떡볶이를 회수하겠다고 나서자, 급히 떡을 사다가 대충 만들어 보냈다는 이야기였다.

기가 막힌 일이었지만 사장들은 “나도 머리카락 있다고 거짓말하는 거 2번이나 잡았다”, “맛없다, 식었다 등 각종 이유로 환불을 요구하는 음식을 회수했더니 거의 다 먹었더라”등의 댓글로 자신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밝혔다. 이들이 억지를 쓴다는 느낌이 들어도 환불을 해준 이유는 배달대행까지 거쳐 확인하는 절차가 복잡해서, 입씨름하느라 영업시간을 방해받고 스트레스 받는 것이 더 손해라서, 또 무엇보다 ‘리뷰 테러’가 걱정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왼쪽부터 매운 정도를 ‘상’으로 선택해 주문한 사람이 ‘중간 맛으로 했는데 너무 매워서 버렸다’는 내용의 후기, ‘짜장면에서 머리카락이 나왔다’고 치킨집에 남긴 후기. 두 후기에는 음식 평점이 5점 만점에 1점으로 매겨져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음식점 잘못이 아닌데도 트집을 잡아 환불을 요구하고 나아가 ‘나쁜 리뷰를 쓰겠다’는 협박을 한다면 전형적인 ‘블랙컨슈머’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어디에나 있지만 최근 배달의 민족, 요기요, 배달통 등 앱을 통해 주문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더욱 횡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에는 단골이라는 관계가 주효한 ‘동네 장사’였다면 지금은 배달앱이 중심이 됐다. 배달하는 사람마저 가게 직원이 아닌 대행업체를 이용하다보니 음식점과 소비자는 점점 더 대면하지 않고 거래한다. 또 소비자 대부분이 리뷰와 평점을 참고해 그때그때 주문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리뷰 걱정에 환불해준다? 음식 회수해 문제 확인”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고객이 일방적인 갑처럼 느껴진다’는 토로가 나오는 한편, 손 놓고 있지 않겠다는 목소리도 있다.

여러 커뮤니티에서는 “민원을 제기하면 그냥 환불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회수해서 직접 맛을 봐야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또 상습적으로 악용하는 사람도 있으니 확인이 필요하다”, “음식을 절반 이상 먹었을 경우 ‘맛이 없다’ 같은 이유로는 환불이 어렵다는 원칙을 지킨다”, “악성민원으로 판단되면 포스에 메모해두고 다음 주문은 받지않는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

그런가 하면 “출근하자마자 주방은 물론 홀까지 다 위생모를 착용토록 하는 등 위생관리를 더욱 철저히 한다”며 “머리카락이 들어갔다고 하면 직접 가서 음식을 받아오거나 직원 누구 머리카락인지 알아야 하니 사진을 보내달라고 한다”는 방침도 있다.

또 ‘자기가 잘못해놓고 음식점이 잘못한 것처럼 리뷰를 쓰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에는 “저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답글로 쓴다. 요즘에는 사장님의 답글도 많이 보는 것 같으니 대처가 중요하다”는 답변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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