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은 압도적 찬성, 국회는 정치적 고려…기약없는 촉법소년 대책

성주원 기자I 2022.11.08 02:30:00

[도 넘은 촉법소년 범죄]②
국민 80% 찬성에도 진영 따라 찬반 나뉜 국회
野 "추가 논의 필요…처벌보다 재범방지 초점"
與 대체로 찬성…김남국·조정훈 '찬성' 눈길
찬반 입장 떠나 '올해 통과 불가능' 이견 없어

[이데일리 성주원 황병서 이용성 기자]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1살 낮추는 방안에 대해 여론은 압도적으로 찬성하고 있지만 국회는 신중한 입장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상당수는 보다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데일리가 국회 법사위원 17명(위원장 제외)의 개별 의견을 분석한 결과 절반 가까운 의원들은 촉법소년 연령 상한 조정에 대해 뚜렷한 찬반 의견을 내놓지 않은 채 추가적인 논의나 검토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직 입법예고 기간이고 구체적인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은 아니지만,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뤄졌고 지난 대선에서 여야 후보 모두 연령 하향을 공약한 바 있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野 “신중한 검토 전제돼야…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공감대 필요”

법사위 야당 간사인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신중한 검토가 전제돼야 한다”며 “소년범죄의 현주소에 대한 정확한 파악 없이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연령 하향은 자칫 소년전과자를 양산하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같은 당 김승원·권칠승·이탄희 의원 등도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권인숙·김의겸·최강욱 의원의 경우 명확한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권 의원은 “실효성 및 인권기준 등을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해외 사례에서도 촉법소년 연령 하향의 효과가 분명하지 않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반대 의견을 냈다”며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공감대를 이루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소년범죄의 저연령화, 흉폭화를 진단할 수 있는 통계가 부족한 상황에서 포퓰리즘적 정책이라는 비판이 시민사회에서 나오고 있다”며 “처벌 중심의 정책보다 소년범죄 예방과 재범방지에 초점을 맞춘 종합적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與 “법무부안은 합리적”…野 김남국·조정훈 ‘조건부 찬성’

법무부가 제시한 대책인 만큼 여당 의원들은 대체로 찬성 입장을 밝혔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이전보다 소년들의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사회적 환경도 많이 변했다”며 “촉법소년 제도를 악용하려는 소년범들도 많은 상황에서 연령 상한을 1살 낮추자는 법무부안은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같은 당 박형수·장동혁 의원도 청소년들의 성장 속도나 최근 소년범들의 폭력성 등을 감안해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찬성했다. 전주혜 의원의 경우 지난 4월 ‘소년법 일부개정법률안’(허은아 의원 대표발의) 발의에 공동 참여하는 등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눈에 띄는 것은 김남국 민주당 의원이다. 법사위 민주당 의원 중 유일하게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해 찬성한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이 법 취지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 “다만 소년범에 대한 교육, 피해자 보호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법사위의 ‘캐스팅 보터’(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투표자)로 불리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역시 조건부로 찬성했다. 조 의원은 “소년원과 소년교도소 등 교정시설의 처우, 교정·교화 프로그램 개선 과제가 산적해있다”며 “엄벌주의나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고 처우 개선이 선행돼야 연령 하향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 80%가 찬성하는데…“연내 국회 통과는 어려울 것”

촉법소년 연령 하향의 ‘찬성·반대 여부’는 의원들마다 의견이 엇갈렸지만 올해 정기국회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정점식·박형수 의원은 “야당의 반응과 생각에 달렸다”고 봤다.

장동혁 의원은 “공청회도 해봐야 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도 필요하다. 어린 소년들의 문제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형사사법체계의 큰 틀을 바꾸는 것이니 빨리 합의해서 가자고 말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의겸 의원은 “법으로 정한다는 것은 사회적 합의를 뛰어넘은 앞으로의 지향점까지 염두에 둔 절차가 돼야 한다”며 “여당에서도 반대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일부의 주장만으로 추진 속도를 내는 것은 부작용에 대한 면책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전했다.

한편 리서치 전문업체 미디어리얼리서치코리아가 지난 6월 성인남녀 35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촉법소년 연령 기준 현실화’ 관련 여론조사 결과 80.2%가 연령 하향에 찬성했고 반대는 5.4%에 불과했다. 연령 하향시 범죄율 감소 효과를 묻는 질문에는 77.5%가 ‘감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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