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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조 잭팟? 널뛰는 우크라이나 재건株 주의보

이정현 기자I 2023.06.21 00:00:55

21일 재건회의 앞둬 관련 건설·기계주↑
수주 없이 기대감만으로 ‘쑥' 올랐다가
주가 급락하기도, 삼부토건 하루 17%대↓
테마 뜨자 빚투까지, 증권사 "과열 우려"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120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시동을 건 가운데 건설과 기계 등 관련주가 널뛰기를 타고 있다. 미·중 관계 회복 및 이에 따른 중국의 대(對)러시아 무기지원 철회 약속 등으로 종전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관련 종목이 급등락을 반복하는 모양새다. 증권가에서는 아직은 수주 가능성만 부각돼 테마 성격이 강한 만큼 주의를 당부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 불안한 상승세

20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삼부토건(001470)은 이날 개장과 함께 11.45% 오르며 4200원선까지 치솟았다가 반나절 만에 17%가량 폭락하며 3545원까지 하락했다. 전날 가격제한폭(상한가)까지 오른 여파로 강세 출발했다가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차익매물이 쏟아지며 상승폭을 그대로 반납한 것이다. 결국 0.25% 오른 강보합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은 삼부토건을 197억원어치 순매도 했다.

삼부토건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위성도시인 이르핀시와 공동 재건사업 프로젝트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대표적인 우크라이나 재건주로 꼽힌다. 임원진이 우크라이나 글로벌 재건 포럼에 참석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난달 22일과 23일 양일에 걸쳐 연달아 상한가를 기록했다. 한 달 새 주가 상승률은 262.86%에 달한다.

다른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주 역시 급등락세를 보였다. 계열사 이노인스트루먼트가 우크라이나 통신 복구 사업에 참여하는 알비케이그룹(215790)은 20%대 상승률을 보이다 주가가 빠르게 하락하며 결국 3.70% 하락 마감했다. 우크라이나 전력망 복구 사업 진출을 노리는 다산네트웍스(039560)는 주가가 8.55% 하락했는데 지난 15일과 16일 연이은 상한가를 기록하며 전날 급격한 주가변동에 따른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된 바 있다. 모듈러 건축용 판넬 제작사인 금강공업(014280)은 전날 우크라이나 재건 수혜주로 언급되면서 24.57% 급등했는데 하루 만에 주가가 5.28% 빠졌다.

시가총액 1조 원이 넘는 HD현대건설기계(267270) 역시 변동성에 직면했다. 이날 장 초반 10%대 넘게 오르며 8만원선을 돌파했다 오후 들어 7만 원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등락을 반복하다 0.96% 오른 7만3700원에 장마감했다. HD현대건설기계는 지난 13일 바실리 슈크라코브 1차관 등 우크라이나 인프라부와 우크라이나 현지 재건 사업 현안을 논의하면서 재건 수혜주에 포함됐다.

증권가에서는 21일 영국과 우크라이나 공동 주최로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제2차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를 필두로 본격적인 수주전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만나 러시아에 대한 무기 미지원을 약속하며 종전에 한발짝 다가간데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이 프랑스 등 유럽을 방문한 만큼 깜짝 뉴스도 기대하는 눈치다.

이승환 리서치알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은 세계 최대 규모의 건설 현장이 될 것으로 전망되며 관심 역시 고조되고 있다”며 “재건 사업 수주를 위한 국가 및 기업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 전망했다.

10년 먹거리이나 아직은 ‘테마성’ 호재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은 ‘제2의 마셜플랜’이라 불리며 향후 10년간 약 12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재건사업을 주도하기 위한 수주 경쟁에 이미 돌입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지원을 약속하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나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이유다.

증권가에서는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의 우상향을 기대하면서도 최근의 주가 급등은 다소 부담스럽다고 판단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는데다 수주와 관련해 구체적인 성과가 나온 게 없어 테마 성격이 너무 짙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 부상에 빚투가 늘어나는 것도 우려스럽다. 지난 16일 기준 신용거래 잔고율 톱3에 최근 증시를 주도했던 반도체와 2차전지 관련주와 함께 건설기계 제조 기업인 대모(317850)가 포함된 게 대표적이다. 자칫 과열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금융감독원에서도 이상 징후를 살피며 경계모드에 들어갔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우크라이나 관련 호재들이 나오면서 재건 테마의 상승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면서도 “좋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나 수주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때까지 추정치 상향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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