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說의 정치학]'정리된다' 발언에 사분오열된 野

송주오 기자I 2021.08.21 06:00:00

이준석·윤석열 갈등에 원희룡 참전하며 확전
녹취록 파일 공개하며 갈등 절정 달해
하태경, 원희룡 향해 "대통령 자격 없다 후보 사퇴하라"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저거 곧 정리된다.”. 이 발언의 후폭풍은 거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당내 대선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녹취록 공방까지 벌이며 사생결단의 갈등을 빚었다. 급기야 하태경 의원도 참전해 당을 흔들지 말라며 원 전 지사의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다.

이준석 대표가 지난 7월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간담회에서 경선 후보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홍준표, 유승민, 박진, 김태호, 원희룡, 이 대표, 최재형, 안상수, 윤희숙, 하태경, 장기표, 황교안 후보.(사진=노진환 기자)
사건의 발단은 이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선캠프 간 갈등이었다. 토론회 개최를 두고 갈등을 빚던 양측은 윤 전 캠프 인사의 ‘탄핵’ 발언으로 절정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원 전 지사가 참전하면서 갈등이 커졌다. 이 대표와 원 전 지사는 통화 내용 중 ‘곧 정리된다’를 두고 해석 차이를 보였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 캠프 측과의 갈등 마무리로, 원 전 지사는 윤 전 총장의 정리로 각각 해석했다.

이에 이 대표는 녹취록 일부를 공개했다. 이에 원 전 지사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제 기억과 양심을 걸고 분명히 다시 말씀드린다”며 “‘곧 정리된다’는 이준석 대표 발언 대상은 윤석열 후보”라며 이 대표를 저격했다. 이에 이 대표는 “그냥 딱하다”라며 더 이상 반응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갈등은 국민의힘을 갈라서게 만들었다. 하 의원은 원 전 지사의 태도를 지적하며 후보직 사퇴를 요구했다. 그는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이 사적 통화내용을 그것도 확대 과장해서 공개하고 뒤통수를 칠 수 있다는 말이냐”라며 “어느 나라 대통령이 사적 통화내용을 왜곡해서 뒤통수를 치느냐”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하 의원은 “원 후보는 윤석열 후보가 봉사활동 보이콧(거부)을 제안했다며 사적 통화내용을 확대 과장 폭로한 전력이 있다“며 ”급기야 어제는 ‘저거 정리된다’는 표현을 당 대표가 윤석열이 금방 정리된다고 했다며 허위사실로 사적 통화내용을 폭로해 당을 뿌리째 흔들었다“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도 원 전 지사를 향해 “젊은 대표가 조금 부족하면 당의 어른들이 전부 합심해 도와주는 게 맞지 (원 전 지사의 폭로전은) 참 유치하다”라고 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내밀한 내용이 공개되는건 적절치 않지만 논란이 됐다면 그 내용에 대해 국민들이 우려하지 않도록 사실 그대로 밝히는 것이 공인으로서의 도리”라면서 녹음 파일 공개를 요구했다.

의총에서도 당내 갈등은 이어졌다. 지난 18일 의총에서 일부 의원들은 이(준석)-원(희룡) 갈등에 대해서도 “녹취록 없다더니 이제와서 앱을 깔아놨다. 당 대표가 거짓말 까지 한다”라고 성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갈등 확산을 우려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 7명은 공동성명을 통해 자제를 호소했다. 이들은 18일 성명서를 통해 “오늘부로 서로에게 주었던 실망과 상처를 다독여 묻고 우리 모두가 함께 미래로 가자”며 “국민의힘 당 지도부, 대선 경선 후보들과 각 캠프 및 지지자들, 그리고 선배 의원들에게 간곡히 호소드린다. 최근 당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과 분열을 보면서 저희들은 무거운 자괴감을 느낀다 ”고 했다.

한편, 서병수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장은 20일 사퇴를 선언하며 국민의힘 갈등은 봉합 수순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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