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오늘 김일성 생일날 美대북전단 청문회…北김정은 선택은?

김미경 기자I 2021.04.15 00:05:00

관망이냐 vs 도발이냐
마침 청문회 날짜 겹쳐 반발 가능성
태양절 하루 전 北 경축 분위기 조성
코로나 이전 수준 행사 방역 자신감
김정은 금수산 참배 여부 등도 주목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북한의 최대 명절로 알려진 김일성 주석 생일(태양절)인 15일 공교롭게도 미 의회에서는 우리의 대북전단살포금지법(개정 남북관계발전법)을 두고 청문회를 연다. 이번 청문회가 태양절 당일에 열리는 데다, 인권 문제와 대북전단 살포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북한이 반발할 수 있는 만큼 우리 정부로서는 촉각을 세우고 있다.

미국 하원 산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우리 시간으로 이날 밤 11시께 대북전단금지법을 다루는 화상 청문회를 개최한다. 위원회는 대북전단금지법이 북한 인권 증진 노력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일부 우려를 반영해 개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 의회가 동맹국의 특정 법을 두고 청문회를 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외교가 안팎에선 향후 한미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3일 노동당 제6차 세포비서대회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고 조선중앙TV가 14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세포비서대회 참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미 국무부는 13일(현지시간) 언론의 대북전단금지법 청문회 관련 논평 요청에 “한국은 독립적이고 강력한 사법부를 가진 민주주의 국가로, 이 법을 재검토할 수 있는 도구가 있다”며 “미국은 전 세계의 표현의 자유를 증진하고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는 랜토스 인권위 청문회 관련, 한국 일각에서 “내정간섭”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데 대한 반응이기도 하다.

앞서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12일 한 라디오 매체 인터뷰에서 이번 청문회를 두고 소위 대북 강경파인 미 공화당의 불순한 의도라는 해석을 내놨다. 정 부의장은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아직 성안 중인 시점에 청문회를 여는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절묘하게 태양절에 맞춰 북한을 자극하고,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에 일정 부분 영향을 주고싶어하는 공화당의 불순한 의도가 반영된 행사”라고 평가했다.

정작 북한은 태양절을 하루 앞둔 14일 별다른 동향 없이 각종 기념 행사를 개최하며 경축 분위기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태양절 대면 행사를 줄줄이 취소하고 간소하게 치렀다면 올해는 방역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듯 다양한 행사들을 속속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방역 자신감을 과시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행사 규모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게 통일부의 분석이다. 작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례적으로 김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지 않는 등 비대면 행사 일색이었다면 올해는 예년 통상 수준으로 대면 행사가 치러지고 있다는 평가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지난해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태양절 기념행사를 대부분 하지 않거나 규모를 대폭 축소했던 것에 비해 올해는 전반적으로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이 아닌 평년 수준의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국가적으로 필요한 행사를 대면 방식으로 개최할 수 있을 정도의 상황 관리가 가능하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봤다.

눈여겨볼 점은 김 위원장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및 중앙보고대회와 열병식 개최 여부다. 금수산궁전 참배는 통상 15일 자정에 이뤄졌던 만큼 올해도 당일 새벽 발간되는 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실릴 가능성이 있다. 다만 태양절 109주년인 올해는 정주년이 아닌 만큼 열병식 개최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관건은 북한 반발 여부다. 태양절 당일에 대북전단법 관련 청문회를 여는 것도 긴장을 높이는 요인이다. 외교가에선 이 시점을 전후해 외무성 비난 담화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등의 형태로 대미대남 압박을 감행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같은 가능성은 최근 북한이 신포조선소에서 3000t 잠수함 건조 작업을 마쳤다는 군과 정보 당국의 평가에서도 나타난다.

다만 태양절에 맞춘 SLBM 도발은 시간이 촉박한 만큼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가 끝날 때까지 관망 모드를 지속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