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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깎아낸 흔적 위 세월 거스른 흔적…튈수록 빛나는 조합

오현주 기자I 2021.12.06 03:30:02

△가나아트센터서 '조용한 메시지' 전 연 작가 최병훈
평생 가구·예술 결합하는 고안·실험해 와
돌에 나무 묶는 등 '예술가구'로 변신시켜
갈등·충돌 겪는 모든 물성 기꺼이 화해로

최병훈 ‘태초의 잔상 019-519’(Afterimage of Beginning 019-519·2019), 스칼라스톤·레드오크(참나무)에 블랙우레탄 마감, 560×330×800㎝(사진=가나아트)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미처 알아채지 못한 어느 세상에선 존재했을 수도 있다. 무심한 돌에 기댄 예민한 나무, 그들이 오래 뒤엉켜 함께한 생애. 하지만 적어도 여기 이 광경은 아니다. 세월이 깎아낸 흔적을 가진 돌과 세월을 거스른 흔적을 가진 나무가 만나지 않았나. 이 조합이 튈수록, 사실 더 빛나는 게 있다.

작가 최병훈(69·홍익대 미대 명예교수)이 평생 고안하고 실행해온, 가구와 예술을 결합하는 작업 말이다. 작가는 1993년 첫 개인전을 통해 ‘아트퍼니처’란 용어를 세상에 꺼낸 이다. 말로 내놓기 이전인 1980년대부터 이미 손으로 내보였던 일. 결국 누군가 처음 봐 ‘태초의 잔상’(Afterimage of Beginning 019-519·2019)이 된 저 조합은 그저 미적 충족만을 위해 탄생한 게 아니었단 얘기다.

돌과 나무의 결합을 가장 눈여겨봤지만, 작가가 의도한 건 그것만이 아니다. 자연과 인공, 원시와 현대, 단단함과 유연함, 차가움과 따뜻함, 까끌까끌과 보들보들 등, 극과 극으로 갈려 갈등과 충돌을 겪는 모든 물성을 기꺼이 화해시켜 ‘예술가구’로 태어날 운명을 일깨웠다.

서울 종로구 평창30길 가나아트센터서 여는 개인전 ‘조용한 메시지’(A Silent Message)에서 볼 수 있다. 전시는 12일까지.

최병훈 ‘태초의 잔상 021-568’(Aafterimage of Beginning 021-568·2021), 현무암, 248×69×63㎝(사진=가나아트)
최병훈 ‘태초의 잔상 020-542’(Afterimage of Beginning 020-542·2020), 자연석·물푸레나무에 블랙우레탄 마감, 510×300×590㎝(사진=가나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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