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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맞고 자랐다" 잘못된 대물림에 눈도 못 감고 숨진 아들 [그해 오늘]

박지혜 기자I 2024.01.18 00:03:00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나도 초등학교 때부터 어머니로부터 체벌을 많이 받았고 다치기도 했지만 병원에 간 적은 없었다”

8년 전 오늘, 2016년 1월 18일 초등학생 아들의 시신을 훼손해 냉장고에 숨긴 아버지 최모(당시 34) 씨가 경찰 조사에서 한 말이다. 그러면서 최 씨는 “아들이 숨질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천 초등생 시신훼손 사건’ 어머니 한모 씨 (사진=연합뉴스)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를 투입해 최 씨와 그의 아내 한모(당시 34) 씨의 심리 상태를 분석한 경찰은 최 씨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홀어머니 아래서 과도한 ‘경제적 가장’ 역할을 요구받으며 자랐다고 분석했다. 한 씨도 부모는 있지만 무관심 속에 사실상 방임 상태에서 자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경찰은 “부모 모두 자녀에 대한 정상적인 자녀관이 형성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아들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아들에 대한 체벌과 제재만이 적절한 훈육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범행은 아동학대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자 같은 해 1월 교육 당국이 장기 결석 학생을 전수 조사하는 과정에서 3년여 만에 드러났다.

최 씨는 2012년 10월 말 부천에 있는 집 욕실에서 당시 18㎏가량인 7세 아들이 의식을 잃을 정도로 때려 숨지게 했다. 당시 최 씨는 축구, 헬스 등 운동을 즐기며 체중이 90㎏에 달하는 거구였다. 한 씨는 최 씨의 학대가 드러날까 봐 아들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숨질 때까지 방치했다.

‘부천 초등생 시신훼손 사건’ 아버지 최모 씨 (사진=연합뉴스)
부부는 2012년 11월 아들이 숨지자 시신을 훼손했고, 그 일부를 버리고 나머지는 집 냉장고 냉동실에 숨겼다.

냉동실에서 발견된 시신의 눈엔 테이프가 붙어 있었는데, 이는 아들이 사망한 뒤에도 눈을 감지 않자 최 씨가 붙인 것으로 조사됐다.

살인과 사체훼손·유기·은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 씨는 2017년 1월 16일 징역 30년을 확정받았다.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 30년도 선고됐다. 최 씨의 공범인 한 씨도 징역 20년을 받았다.

한 씨는 재판 과정 중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나중에 한식 조리사 자격증을 따 식당을 운영하며 살고 싶다”고 하는 등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부부는 구속 이후 숨진 아들 외에 남은 딸에 대한 친권을 박탈당했고, 딸은 법원이 후견인으로 정한 한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사건 등을 계기로 아동을 학대해 숨지게 한 피고인에게 최고 사형까지 구형하는 등 아동 학대 범죄 처리 기분을 크게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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